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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원 간첩단’ 피의자들 “검찰 소환요구, 인권침해”

입력 | 2023-03-03 10:41:00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구속된 ‘창원 간첩단 사건’ 피의자들이 변호인단을 통해 “진술을 거부하는데 검찰이 연일 출석을 요구하고 있다”며 중단을 촉구했다. 이들은 국정원·경찰 조사에 이어 검찰 조사도 거부하고 있다.

피의자 측 변호인단은 3일 오후 서울중앙지검 인권보호관(부장검사 이환기)을 면담한 뒤 취재진과 만나 “검찰이 연일 소환조사를 통보하고, 교도관이 강제구인을 언급하는 것은 진술거부권을 행사하는 피의자들에게 심리적 고문에 해당하기 때문에 즉시 중단해 달라고 요청했다”고 밝혔다.

인권보호관과 변호인단 간 면담은 오후 3시부터 한 시간 가량 진행됐다. 변호인단은 이 자리에서 최근 수사팀이 피의자신문 없이 기소·불기소 처분한 시국사건 목록과 피의자들이 직접 작성한 인권보호요청서를 제출했다.

변호인단에 따르면, 중앙지검 인권보호관은 ‘출석요구 중단’ 여부는 확답할 수 없다며, 중단시킬 권한이 있는지 등 제반 규정을 검토해 3개월 내에 회신하겠다고 답했다.

피의자 4명은 경남 창원을 중심으로 결성된 반정부단체 ‘자주통일 민중전위’ 활동가로, 지난 2016년부터 동남아시아 국가에서 북한 관련 인사와 만나 지령을 받고 활동했다는 혐의를 받는다.

이들은 지난달 17일 서울중앙지검에 송치된 뒤 2주째 인권보호관 면담을 포함한 일체의 검찰 조사를 거부하고 있다. 국정원이 올해 말로 예정된 대공수사권 폐지를 막기 위해 공안사건을 조작했다며 ‘국면 전환용 공안 조작사건’이라고 주장한다.

변호인단은 “어제는 검찰 수사관들이 기동대를 대동해 교도소에 왔다”며 “당사자들에게 유리한 진술을 할 기회를 주겠다고 하는데, 강제구인 명분을 축적하는 것 아니냐. 강제 자백 목적이 아니면 왜 데려가려 하냐”고 했다. 수사기관이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주고 있다며 향후 UN고문방지협약위원회에 문제를 제기하겠다고도 밝혔다.

피의자들이 작성한 인권보호요청서에 따르면, 피의자 A씨는 “하루도 빠지지 않고 출석요구서를 보내며 피의자를 심리적으로 고문하고, 급기야 교도관을 통해 강제인치할 수 있다는 통보를 하는 등 진술거부권을 무력화시키고 강제 자백을 유도하려는 검사들의 불법적 수사 행태를 엄밀히 조사해 달라”고 촉구했다.

35일째 단식 중인 피의자 B씨는 “헌법이 보장한 진술거부권은 단순히 검찰의 책상에 앉아 진술을 거부한다고 밝히는 데만 있는 게 아니라, 수사에 협조하지 않을 권리까지 있는 것”이라며 “폭력적이고 야만적인 강제인치를 시도하지 말아달라고 생명을 걸고 단식한 지 35일째다. 매일 보내는 출석요구로서 사람을 고문하는 행위를 멈추게 해달라”고 했다.

피의자 C씨는 “진술거부권 행사를 무력화하고 진술과 자백을 강요하는 검찰조사는 실효성을 달성하기 어렵다”며 “무용하고 무의미한 검찰조사를 중단하고 본인의 진술거부권을 존중해 더 이상의 강제인치 시도와 출석요구서 발부를 중단시켜 달라”고 호소했다.

한편 검찰은 피의자들에게 강제구인을 언급한 적 없으며, 구속영장이 발부된 만큼 구인해 조사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수사팀 관계자는 “2013년 대법원 판례에 따라 구속된 피의자는 수사기관에 출석해 조사받을 의무가 있다”며 “영장 효력에 의해 피의자를 데려오는 건 법률적으로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