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안할래요! 이재명 대표 선거법 첫 공판 대선 기간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를 받고 있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3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첫 공판에 피고인 신분으로 출석하고 있다. 이훈구 기자 ufo@donga.com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4부(부장판사 강규태) 심리로 열린 1심 첫 공판에 출석한 이 대표 측은 “어떤 사람을 아는지 여부는 경험한 내용과 횟수로만 증명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라며 김 전 처장을 알면서 모른다고 말했다는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이 대표 측은 또 “안다 모른다는 어떤 시기의 인지상태를 말한 것 뿐인데, 검찰은 이 대표가 김 전 처장과 만나 보고를 받거나 해외출장에서 함께 골프를 치지 않았다고 발언한 것처럼 변형해 기소했다”며 “이상하고 무리한 기소”라고 주장했다. 만난 사실은 있지만 특별히 기억할 만한 접촉이 있었던 건 아니었다는 것이다. 또 “김 전 처장과 같은 성남시 소속 팀장급은 600명이나 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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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대표는 대선 기간이던 2021년 12월 방송에 출연해 대장동 개발사업 실무자인 김 전 처장을 ‘성남시장 재직 당시 몰랐다’고 말하는 등 허위사실을 공표한 혐의(공직선거법 위반)로 지난해 9월 재판에 넘겨졌다.
이훈구 기자 ufo@donga.com
이 대표는 이날 오전 10시 28분경 감색코트를 입고 변호인과 함께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에 도착했다. 굳은 표정의 이 대표는 기다리던 지지자들을 향해 오른손을 잠시 들어 인사한 후 취재진의 질문에 일절 잡하지 않고 곧장 법정으로 향했다. 검찰 조사를 받을 때 입장문을 꺼내 읽었던 것과 대비되는 모습이었다.
재판이 진행된 약 5시간 동안 이 대표는 생년월일과 주소 등 신분확인에 응한 것을 제외하면 줄곧 침묵을 지킨 채 변호인을 통해 입장을 밝혔다. 재판부에서 “피고인이 할 얘기가 있누느냐”고 물었을 때도 “없다”고만 짧게 답했다. 검찰 측에서 법정 내 스크린을 통해 호주, 뉴질랜드 출장 일정 자료 등을 제시하자 책상 위에 놓인 관련 자료를 살펴보며 스크린의 자료와 대조하기도 했다.
● 이재명 측, PPT 30여분 간 공소사실 반박
검찰은 재판에서 1시간이 넘는 시간을 할애해 이 대표에 대한 공소사실을 낭독했다. 검찰은 이 대표가 2009년 무렵 한 공공주택리모델링연합회에 조언을 하면서 당시 건설업체에서 일했던 김 전 처장과 교류를 시작했다고 밝혔다. 또 2015년 1월 호주와 뉴질랜드로 9박 11일간의 해외 출장을 함께 다녀왔으며 “성남시 제1시책으로 평가받던 대장동 관련 주요 현안에 대해 수 차례 대면보고를 받았다”고 밝혔다. 검찰의 공소사실 낭독이 길어지자 이 대표는 의자에 등을 기대고 한참 동안 눈을 감고 있기도 했다.
검찰 측 공소사실에 대해 이 대표 측은 준비한 프레젠테이션(PPT)을 통해 약 30분 간 검찰의 공소사실을 조목조목 반박했다. 이 대표 측은 “허위사실 공표죄의 공표 대상은 ‘사실’로 한정되는데 ‘성남시장 재직 당시 김 처장을 몰랐다’는 발언은 주관적 판단”이라며 “죄의 구성요건을 갖추지 못했다”고 했다. 또 이 대표의 발언이 허위사실 공표를 금지하는 ‘행위’에 속하지도 않는다고 주장했다. 공직선거법상의 행위는 자질이나 성품, 능력과 관련성이 있어 유권자의 공정한 판단에 영향을 줄만한 사안으로 한정된다는 것이다.
이 대표의 변호인은 김 전 처장이 수 차례 보고한 사실은 인정했지만 “하급 직원의 보고는 일상적인 일이고 성남시 공무원과 산하기관 직원 4000여 명 중 김 전 처장과 같은 직급을 가진 팀장급만 600명에 달한다”며 “그런 사람을 기억할 수 있을까 하는 부분도 생각해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방송 출연에서 한 발언이기 때문에 ‘공표’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주장도 했다. 이 대표 측은 “방송에서의 즉흥적 이야기를 할 때는 표현의 명확성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며 “그런 특성 비춰봤을 때 토론회 대담 등에서 말한 건 공표에 해당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 2주 후 또 재판···본격화된 사법리스크
검찰 측은 이날 “포렌식 등을 통해 2009년 6월 24일 김 전 처장의 휴대전화에 이 대표의 연락처가 저장된 사실을 확인했다”고 맞섰다. 검찰이 제시한 자료에 따르면 김 전 처장의 휴대전화에는 ‘이재명 시장’, ‘이재명 지사’로 각각 저장된 2개의 휴대전화 번호가 발견됐다. 검찰은 “이 대표와 김 전 처장이 최소 2개 이상의 연락처를 공유한 관계임이 확인된다”고 말했다. 검찰은 김 전 처장이 딸에게 해외출장 당시 이재명 당시 성남시장, 유동규 전 성남도개공 사장 직무대리와 골프를 쳤다고 자랑한 동영상 등도 증거로 제시했다.이날 재판을 시작으로 이 대표를 둘러싼 ‘사법리스크’ 가 본격화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 대표는 이달 17, 31일과 다음 달 14, 28일에도 재판에 출석해야 한다. 이번 재판에서 100만 원 이상 벌금형이 확정되면 이 대표는 공직선거법과 국회법에 따라 의원직을 잃게 되고, 민주당은 지난 대선 비용 434억여 원을 반납해야 한다. 5년간 피선거권도 박탈돼 다음 대선에 출마할 수 없다. 대장동·위례신도시개발 및 성남FC 후원금 의혹을 비롯해 백현동 개발 특혜의혹, 쌍방울 대북송금 의혹 등과 관련해서도 검찰이 기소하면 이 대표는 매주 두세 번씩 재판에 출석해야 할 수도 있다.
김자현 기자 zion37@donga.com
장하얀 기자 jwhite@donga.com
김은지 기자 eunj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