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말라야에 안 가본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간 사람은 없다는 말이 있습니다. 정말 히말라야는 갈수록 환상적입니다. 전문 산악인이 아니라 해발 5000m에서 6000m에 있는 베이스캠프까지만 오르지만 걸으면서 보는 히말라야는 너무 아름답습니다. 신선이 된 느낌이랄까. 산을 좋아하는 모든 분께 히말라야엔 가야 한다고 권합니다.”
김원숙 씨가 경기 성남시 분당중앙공원을 즐거운 표정으로 걷고 있다. 23세 때부터 산을 탄 그는 백두대간 종주를 세 차례 했고 45세부터는 히말라야산맥 등반의 매력에 빠져 있다. 그는 “가면 언제나 새로운 히말라야에 앞으로도 계속 갈 것”이라며 활짝 웃었다. 성남=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산에 가면 몸은 힘들지 몰라도 마음이 편해요. 언제든지 나를 반겨준다는 게 제일 좋았어요. 산은 예약이 필요 없잖아요. 그냥 가면 언제나 그 자리에 있죠.”
김원숙 씨가 지난해 히말라야 마르디히말뷰포인트 가는 길에 포즈를 취했다. 김원숙 씨 제공.
김 씨는 유독 히말라야가 좋았다. 그는 “안나푸르나 쪽 갔다 오다 저쪽에 마칼루가 보이면 ‘다음엔 저기 가자’고 하는 식이었다”고 했다. 2016년부터 그레이트 히말라야 트레일(GHT)라고 불리는 히말라야 1700km 종주에도 도전했다. GHT는 네팔 칸첸중가쪽에서 시작해 중국 티베트 쪽까지 가는 트레일 코스다. 그는 “한 번에 약 45일간 5회로 끊어서 종주를 시작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탓에 몇 년 못하다 지난해 마지막으로 도전했는데 중국 티베트쪽에서 눈이 너무 많이 오는 바람에 다른 루트로 돌아오면서 종주를 완성하지 못했다. 내년에 마지막 퍼즐을 맞춰 종주를 끝낼 계획”이라고 했다.
김원숙 씨가 히말라야 세이곰파에서 7일 만에 눈에서 탈출한 뒤 환하게 웃고 있다. 김원숙 씨 제공.
김 씨가 가장 높이 오른 산은 히말라야 임자체로 해발 6189m다. 낮은 곳부터 적응하며 오르기 때문에 고산병에는 걸리지 않는다고. 일본 북알프스, 유럽 알프스 등 해외 유명 산맥도 다녀왔지만 히말라야 외엔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고 했다.
국내 거의 모든 산을 섭렵했지만 그가 가장 좋아하는 산은 수도권 도봉산이다. 그는 “젊었을 때 가장 많이 간 곳이 도봉산이었다. 아기자기하고 사람을 끌어당기는 마력이 있는 산”이라고 했다. 그는 “젊었을 때 산에서 내 한계에 도전하기도 했다. 입에서 단 내 날 때까지 산행을 한 뒤 느끼는 뿌듯함도 산이 주는 매력”이라고 했다. 이렇게 산을 타는 데 아무 문제는 없을까?
김원숙 씨가 경기 성남시 분당중앙공원에스 스틱을 들고 즐거운 표정을 짓고 있다. 그는 “어머니 품 같은 산은 언제나 가면 편안하다”고 했다. 성남=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김 씨는 지인들과 백패킹도 자주 한다. ‘오늘 떠날까?’하면 바로 모인다고. 백패킹은 등산 장비 및 야영 장비 등을 짊어지고 1박 이상의 하이킹 혹은 등산을 하는 것이다. 그가 가장 좋아하는 팩패킹 코스는 설악산 마장터. 마장터 가는 길은 크게 강원 고성군 흘리 알프스리조트에서 마산봉을 넘어 대관령을 경유해 내려오는 코스와 인제군 용대리의 박달나무쉼터에서 올라가는 두 코스가 있다. 전자는 백두대간 능선에서 멀리 동해 바다와 내설악 줄기를 굽어보는 장관을 조망할 수 있고, 후자는 인제와 고성의 보부상들이 오갔던 마장터 옛길이라 더 트레킹에 집중할 수 있다. 김 씨는 보부상들이 오갔던 마장터 옛길을 좋아한다.
김원숙 씨가 히말라야 마르디히말뷰포인트에 오르다 포즈를 취했다. 김원숙 씨 제공.
“누군가에게 히말라야에 가보라고 하면 ‘기회가 오면 가겠다’고 합니다. 하지만 기회는 자기가 만들어야 합니다. 자기가 만들지 않는 한 기회는 절대 오지 않습니다. 맘먹으면 실행해야 후회하지 않습니다. 산을 좋아하면 히말라야는 꼭 가야 하는 곳입니다.”
김원숙 씨가 지난해 히말리아 폭순도호수를 배경으로 포즈를 취했다. 김원숙 씨 제공.
양종구기자 yjong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