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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말라야 12번 오른 62세 이 여성… “다음 목표는 K2”[양종구의 100세 시대 건강법]

입력 | 2023-03-04 12:00:00


“히말라야에 안 가본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간 사람은 없다는 말이 있습니다. 정말 히말라야는 갈수록 환상적입니다. 전문 산악인이 아니라 해발 5000m에서 6000m에 있는 베이스캠프까지만 오르지만 걸으면서 보는 히말라야는 너무 아름답습니다. 신선이 된 느낌이랄까. 산을 좋아하는 모든 분께 히말라야엔 가야 한다고 권합니다.”

김원숙 씨가 경기 성남시 분당중앙공원을 즐거운 표정으로 걷고 있다. 23세 때부터 산을 탄 그는 백두대간 종주를 세 차례 했고 45세부터는 히말라야산맥 등반의 매력에 빠져 있다. 그는 “가면 언제나 새로운 히말라야에 앞으로도 계속 갈 것”이라며 활짝 웃었다. 성남=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23세 때 우연히 북한산에 올라 산의 매력에 빠진 김원숙 씨(62)는 평생 산을 타며 인생을 건강하게 즐기고 있다. 그동안 백두대간 종주 3회, 지리산 종주 80회, ‘세계의 지붕’ 히말라야 트레킹 등반 12회를 했다. 올 7월엔 파키스탄 북부와 중국 서부에 위치한 세계 제2의 고봉(8611m) K2 트레킹에 나선다. 그는 산 얘기만 나오면 얼굴엔 웃음이 가득하고, 가슴이 뛴다.

“산에 가면 몸은 힘들지 몰라도 마음이 편해요. 언제든지 나를 반겨준다는 게 제일 좋았어요. 산은 예약이 필요 없잖아요. 그냥 가면 언제나 그 자리에 있죠.”

27세부터는 매주 산에 올랐고 38세 때부터 백두대간 종주를 시작했다. 산을 다니다 보니 대한민국의 산을 다 알게 됐다. 백두산에서 지리산을 거쳐 바다에 이르는 백두대간, 백두대간과 함께 10대 강 울타리가 되는 산줄기 정맥, 정맥과 동일하게 보이는 산줄기 기맥, 대간과 정맥, 기맥을 제외한 산줄기 중 이름을 붙인 산줄기 지맥…. 그는 “백두대간 중 지리산이 가장 좋았다. 엄마 품속 같았다. 시간 날 때마다 종주를 했다. 설악산도 좋지만 저에겐 지리산이 더 끌렸다”고 했다.

김원숙 씨가 지난해 히말라야 마르디히말뷰포인트 가는 길에 포즈를 취했다. 김원숙 씨 제공.

산을 타며 건강이 좋아졌지만 백두대간을 타면서 몸이 더 탄탄해졌다고 했다. 하루 15~20km를 8시간에서 10시간 걷고 나면 몸이 완전히 탈바꿈된다. 백두대간 3회 차 종주는 2018년도에 끝냈지만 45세부터 히말라야 등반을 시작했다. “같이 산에 다니는 분 중 히말라야에 빠진 분이 있어 함께 하게 됐다”고 했다.

김 씨는 유독 히말라야가 좋았다. 그는 “안나푸르나 쪽 갔다 오다 저쪽에 마칼루가 보이면 ‘다음엔 저기 가자’고 하는 식이었다”고 했다. 2016년부터 그레이트 히말라야 트레일(GHT)라고 불리는 히말라야 1700km 종주에도 도전했다. GHT는 네팔 칸첸중가쪽에서 시작해 중국 티베트 쪽까지 가는 트레일 코스다. 그는 “한 번에 약 45일간 5회로 끊어서 종주를 시작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탓에 몇 년 못하다 지난해 마지막으로 도전했는데 중국 티베트쪽에서 눈이 너무 많이 오는 바람에 다른 루트로 돌아오면서 종주를 완성하지 못했다. 내년에 마지막 퍼즐을 맞춰 종주를 끝낼 계획”이라고 했다.

김원숙 씨가 히말라야 세이곰파에서 7일 만에 눈에서 탈출한 뒤 환하게 웃고 있다. 김원숙  씨 제공.

“히말라야에 가는 멤버들이 있어요. 저희는 ‘이번에도 갈까’하면 그냥 실행에 옮깁니다. 이렇게 함께 다니다 보니 눈빛만 봐도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알죠. 전 혼자 다니는 것을 좋아했는데 나이 들다 보니 이렇게 함께 어울리는 것도 좋네요.”

김 씨가 가장 높이 오른 산은 히말라야 임자체로 해발 6189m다. 낮은 곳부터 적응하며 오르기 때문에 고산병에는 걸리지 않는다고. 일본 북알프스, 유럽 알프스 등 해외 유명 산맥도 다녀왔지만 히말라야 외엔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고 했다.

그는 아이들에게 산타는 즐거움을 느끼게 하기 위해 2011년 10월부터 2016년 12월까지 ‘아띠어린이산악회’를 운영했다. 매주 2, 4번째 주말 산행법을 알려주고 상반기 하반기 각 8회 이상 참여하면 지리산을 종주할 수 있는 기회를 줬다. 지리산을 종주하는 아이들과는 에베레스트(칼라파트라), 안나푸르나, 랑탕을 다녀왔다. “그때가 가장 행복한 산행”이었다고 회상했다.

국내 거의 모든 산을 섭렵했지만 그가 가장 좋아하는 산은 수도권 도봉산이다. 그는 “젊었을 때 가장 많이 간 곳이 도봉산이었다. 아기자기하고 사람을 끌어당기는 마력이 있는 산”이라고 했다. 그는 “젊었을 때 산에서 내 한계에 도전하기도 했다. 입에서 단 내 날 때까지 산행을 한 뒤 느끼는 뿌듯함도 산이 주는 매력”이라고 했다. 이렇게 산을 타는 데 아무 문제는 없을까?

김원숙 씨가 경기 성남시 분당중앙공원에스 스틱을 들고 즐거운 표정을 짓고 있다. 그는 “어머니 품 같은 산은 언제나 가면 편안하다”고 했다. 성남=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오래전부터 헬스와 수영을 했죠. 뭐 산을 타기 때문에 체력엔 큰 문제 없어요. 코로나19 확산 전까지 수영과 요가를 병행하다 지금은 요가만 하고 있어요. 요가가 유연성과 근력을 동시에 키워 줘 정말 좋아요.”

김 씨는 지인들과 백패킹도 자주 한다. ‘오늘 떠날까?’하면 바로 모인다고. 백패킹은 등산 장비 및 야영 장비 등을 짊어지고 1박 이상의 하이킹 혹은 등산을 하는 것이다. 그가 가장 좋아하는 팩패킹 코스는 설악산 마장터. 마장터 가는 길은 크게 강원 고성군 흘리 알프스리조트에서 마산봉을 넘어 대관령을 경유해 내려오는 코스와 인제군 용대리의 박달나무쉼터에서 올라가는 두 코스가 있다. 전자는 백두대간 능선에서 멀리 동해 바다와 내설악 줄기를 굽어보는 장관을 조망할 수 있고, 후자는 인제와 고성의 보부상들이 오갔던 마장터 옛길이라 더 트레킹에 집중할 수 있다. 김 씨는 보부상들이 오갔던 마장터 옛길을 좋아한다.

김원숙 씨가 히말라야 마르디히말뷰포인트에 오르다 포즈를 취했다. 김원숙 씨 제공.

“산은 언제나 가면 새로워요. 어느 계절에 갔느냐, 누구랑 갔느냐에 따라 그 맛이 다르죠. 무엇보다 제가 가고 싶을 때 언제나 갈 수 있다는 겁니다. 친구들이랑 가기도 하지만 혼자 갈 때가 더 행복해요. 아무 생각 없이 온전히 저만을 느끼며 오를 수 있죠.”

환갑을 넘긴 그는 “지금 몸 상태가 최상인 것 같다. K2에도 도전하는 이유”라고 했다. 그는 “히말라야에 해발 6000m가 넘는 산이 3000개가 넘는다고 한다. 가도 가도 새로운 곳”이라며 평생 히말라야를 누비겠다고 했다.

“누군가에게 히말라야에 가보라고 하면 ‘기회가 오면 가겠다’고 합니다. 하지만 기회는 자기가 만들어야 합니다. 자기가 만들지 않는 한 기회는 절대 오지 않습니다. 맘먹으면 실행해야 후회하지 않습니다. 산을 좋아하면 히말라야는 꼭 가야 하는 곳입니다.”

김원숙 씨가 지난해 히말리아 폭순도호수를 배경으로 포즈를 취했다. 김원숙 씨 제공.



양종구기자 yjong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