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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3부 리그서 1부까지 오른 홍현석 “내겐 모든 경기가 월드컵”

입력 | 2023-03-04 03:00:00

고교때 유망주 꼽히다 부상 좌절
獨 3부리그 진출후 벨기에 겐트로
8골 8도움… 유럽 한국선수중 최다
“국가대표 꿈꾸며 모든 걸 쏟아내”




벨기에 축구 1부 리그 팀 KAA 겐트의 미드필더 홍현석(오른쪽)은 이번 시즌 유럽 리그에서 뛰고 있는 한국 선수 중 가장 많은 16개(8골 8도움)의 공격포인트를 기록하고 있다. 지난해 10월 외펜과의 경기에서 골을 넣은 홍현석이 기뻐하는 모습.  사진출처 KAA 겐트 인스타그램

유럽축구 1부 리그에서 뛰고 있는 한국 선수 중 이번 시즌 가장 많은 공격포인트를 기록 중인 선수는 벨기에 리그 KAA 겐트의 홍현석(24)이다. 3일 현재 공식전 37경기에서 공격포인트 16개(8골 8도움)를 쌓았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토트넘의 손흥민(9골 3도움)이나 독일 분데스리가 마인츠의 이재성(7골 3도움)보다 많다. 홍현석은 리그 24경기에서 5골 6도움을 기록했고 나머지는 유럽축구연맹(UEFA) 유로파 콘퍼런스리그, 컵대회 등에서 공격포인트를 올렸다. 19세이던 2018년 독일 3부 리그를 통해 유럽 무대를 밟은 홍현석은 이제 1부 리그 한 시즌 10골-10도움을 꿈꾸고 있다.

초등학교 6학년이던 2012년 ‘차범근 축구상’ 대상을 받은 홍현석은 K리그1 울산의 유소년팀인 현대고로 진학해 유망주로 성장해 나갔다. 그런데 고3 여름 오른쪽 발목 부상을 당하면서 졸업할 때까지 운동을 거의 하지 못했다. 프로 팀 입단 대신 대학에 진학하려 했으나 뜻대로 되지 않았다.

유럽으로 눈을 돌린 홍현석은 2018년 독일 3부 리그 팀 운터하힝 유니폼을 입었다. 홍현석은 지난달 27일 전화 인터뷰에서 “언젠가는 유럽 무대에서 뛰고 싶다는 꿈이 있었다. 그 시기가 좀 빨리 다가온 것뿐이라 생각했다”며 당시를 떠올렸다. 이듬해 오스트리아 2부 리그 팀 유니오르스로 임대된 홍현석은 두 시즌 동안 54경기에 출전하며 유럽 무대에서 경험과 경기력을 쌓아나갔다. 2021년 오스트리아 클럽 린츠로 옮기면서 유럽 생활 3년 만에 1부 리그 무대를 밟았다.

린츠 유니폼을 입은 첫 시즌 홍현석은 40경기에 나서 왕성한 활동력과 정확한 패스 능력을 보여주며 1골 8도움을 기록한 뒤 한 단계 위 레벨로 평가받는 벨기에 리그의 겐트로 지난해 이적했다. 지난해 8월 오스텐더와의 경기에서 오버헤드킥 골로 골망을 흔들며 벨기에 리그 데뷔전부터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헤인 판하에제브라우크 겐트 감독은 홍현석을 두고 “유럽 정상급 레벨이다. 한국 국가대표로 뽑힐 자격도 충분히 갖췄다”고 평가했다. 홍현석은 “우리 팀과 감독이 나에게 보내는 신뢰가 느껴진다”며 “이번 시즌 10골 10도움을 넘어서는 기록을 세우고 싶다”고 했다. 겐트 입단 당시 150만 유로이던 홍현석의 이적료가 유럽 축구 이적 전문 사이트 트랜스퍼마르크트에 따르면 400만 유로(약 55억3000만 원)로 추정되고 있다.

벨기에 리그는 유럽축구에서 포르투갈 리그와 함께 일명 ‘셀링(seIIing) 리그’로 불린다. 두 리그에서 돋보이는 활약을 보인 선수들이 거액의 이적료를 소속 팀에 안기며 EPL, 이탈리아 세리에A, 프랑스 리그1 등 빅리그로 진출하기 때문이다. 겐트에서 홍현석과 함께 뛰던 이브라힘 살라흐(22)가 프랑스 리그1의 스타드 렌, 안드레아스 한케올센(26)은 마인츠로 올해 1월 각각 이적했다.

홍현석은 “경기 전 ‘모든 걸 쏟아붓고 나오자’고 항상 다짐한다. 경기가 끝나면 걸을 힘도 없을 만큼 온 힘을 다해 뛴다. 그래야 다음 기회가 있기 때문”이라며 “나에게는 모든 경기가 월드컵과 같다. 내 기량의 120%를 발휘해야 한다”고 했다.

지난해 5월 홍현석은 23세 이하 연령별 대표팀에 뽑혀 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십에 출전했다. 하지만 아직 A대표팀에 발탁된 적은 없다. 홍현석은 “항상 국가대표를 꿈꾸며 모든 걸 쏟아내 왔다. 어떤 역할이 주어지든 내 것으로 만들 준비가 돼 있다”고 자신 있게 말했다.

김배중 기자 wanted@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