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석연료 의존성 직시해야 2050년 그린뉴딜 현실성 없어 ◇세상은 실제로 어떻게 돌아가는가/바츨라프 스밀 지음·강주헌 옮김/492쪽·2만2000원·김영사
우리는 화석연료를 먹고 산다. 진짜 화석연료를 먹는다는 게 아니다. 우리가 먹는 대부분의 음식이 화석연료를 이용해 만들어진다는 뜻이다. 밀을 재배해 빻고 대형 베이커리에서 밀가루 반죽을 구워 소비자에게 가기까지 빵 1㎏당 디젤유 기준 600mL가 필요하다. 평범한 한 끼 식사에도 화석연료가 가득 담겨 있는 셈이다.
캐나다 매니토바대 환경지리학과 명예교수이자 저명 환경과학자인 저자는 탄소 배출로 인한 기후위기를 극복하려면 먼저 “우리 문명은 화석연료를 기반으로 굴러가고 있다”는 사실을 직시해야 한다고 말한다. 2050년까지 ‘완전한 탈탄소’를 이루는 것은 현실적으로 가능하지도, 경제적이지도 않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저자는 다채로운 통계와 데이터로 인류가 사회 경제 전반을 얼마나 화석연료에 의존하고 있는지 증명한다.
‘공해의 주범’으로 꼽히는 플라스틱은 긍정적인 측면도 있다. 산소를 공급하고 혈압을 관찰하는 튜브와 정맥주사용 주머니, 혈액 주머니, 무균 포장재 등 현대 의료기기 상당수는 플라스틱의 일종인 폴리염화비닐(PVC)로 만들어진다. 집 벽체와 지붕, 창틀, 블라인드는 물론이고 사무용품도 마찬가지다. 세계 플라스틱 생산량은 1925년 약 2만 t에 불과했지만 2019년 3억7000만 t으로 치솟았다. 저자는 플라스틱과의 완전한 결별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할 뿐 아니라 적절한 사용은 현대사회에서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나아가 바람과 물, 태양 같은 재생가능 에너지로 세계 에너지 공급량의 80%를 대체하겠다는 미국의 ‘그린 뉴딜’ 정책도 비판한다. 이 같은 주장을 하는 학자들은 ‘플라스틱과 강철, 시멘트처럼 현대문명을 떠받치는 재료를 어떻게 재생가능 에너지로만 생산할 것인지’, ‘세계화를 이끄는 항공·해상·육상 운송의 80%를 어떻게 2030년까지 탄소를 배출하지 않고 해내겠다는 것인지’에 대해 명확한 답을 내놓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책에는 기후위기를 극복할 마법 같은 해법이 나오지 않는다. 그 대신 저자는 당장 실천할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한다. 다소 뻔하지만 음식물 쓰레기 양을 줄이는 것도 그중 하나다. 매일 식재료 중 채소의 절반, 어류의 3분의 1, 곡류의 30%가 버려진다. 복잡한 생산 과정을 개혁하는 것보다 먼저 낭비되는 음식을 줄여 탄소 배출을 줄이자는 것이다.
저자는 “나는 비관론자도 낙관론자도 아니다”라며 “그저 세계가 어떻게 움직이는지 설명해보려는 과학자일 뿐”이라고 했다.
이소연 기자 always9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