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를 모욕하는 걸작들/한승혜 등 지음/256쪽·1만6000원/문예출판사
말괄량이는 길들여져야 할까?(말괄량이 길들이기) 하드보일드 소설 속 탐정은 여자가 죽어야만 임무를 시작할 수 있는가?(안녕 내 사랑) 개츠비는 못된 데이지 없이는 위대한 존재로 거듭날 수 없는 걸까?(위대한 개츠비)
도발적인 제목의 이 책은 서평가와 여성학자 등 8명이 비판적으로 다시 읽은 고전 문학이 담겨 있다. ‘말괄량이 길들이기’, ‘달과 6펜스’, ‘안녕 내 사랑’, ‘위대한 개츠비’, ‘나자’, ‘ 그리스인 조르바’, ‘날개’, ‘메데이아’가 이들의 도마에 올랐다.
서평가 한승혜는 어릴 적 좋아했던 ‘말괄량이 길들이기’를 다시 읽고, 작품 속 사회가 여성을 규정하고 단죄하는 방식이 과거 거부감 없이 받아들여졌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는다. 미술평론가 조이한은 ‘그리스인 조르바’ 속 여성에 대한 과대 망상적 시선에서 ‘n번방 사건’을 떠올린다. 그러면서 “조르바가 ‘나는 자연인이다’를 꿈꾸는 나약한 지식인의 판타지는 아니냐”고 되묻는다.
김민 기자 kimm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