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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민영화 20년 넘은 KT CEO 인선, 왜 또 정부 여당이 난리인가

입력 | 2023-03-04 00:00:00


KT 차기 최고경영자(CEO) 선정을 위해 구성된 지배구조위원회가 전·현직 KT 임원 출신 4명으로 후보군을 압축한 데 대해 대통령실과 국민의힘 의원들이 제동을 걸고 나섰다. 대통령실은 “공정하고 투명한 지배구조가 이뤄져야 한다”고 했고, 여당 의원들은 기자회견까지 열어 “그들만의 리그” “이권 카르텔”이라고 비난했다. 민영 대기업의 차기 CEO 결정 과정에 정부, 여당이 대놓고 뛰어든 모양새다.

차기 KT CEO 선정을 둘러싼 논란은 작년 11월 구현모 현 대표가 연임 의사를 밝힌 뒤 석 달 넘게 이어지고 있다. 12월 초 국민연금 이사장이 “KT 지배구조에 문제가 많다”며 포문을 열었고, 연말에 구 대표가 최종 후보로 결정되자 국민연금은 반대 의사를 밝혔다. 올해 1월 윤석열 대통령이 “주인 없는, 소유분산 기업의 공정하고 투명한 거버넌스”를 강조한 뒤 KT 이사회는 기존 절차를 백지화하고 후보를 다시 공개모집했다. 그 과정에서 구 대표가 자진 사퇴했고, 외부 인사로 구성된 지배구조위원회가 전문성, 경영능력을 평가해 33명의 사내외 후보 중에서 KT 전·현직 임원 출신 4명을 추려낸 상태다.

2002년 민영화돼 정부 지분이 전혀 없는 KT CEO 인선에 대통령실, 여당이 노골적으로 개입하는 의도에 대해 온갖 추측이 나오고 있다. 겉으로는 ‘지배구조 투명성’ ‘모럴 해저드 해소’를 주장하지만 결국 일반 공기업과 KT를 동일선상에 놓고 친정부 인사를 수장에 앉히려고 무리수를 두는 것이란 분석이 많다. KT 출신 후보만 남은 데에 격한 반응을 보이는 것도 대선 캠프 관계자, 여권 정치인 등 ‘낙하산 후보’ 탈락에 대한 불만 표출로 해석되고 있다.

최근 들어 외국인 주주와 기관이 KT 주식을 팔면서 주가가 약세를 면치 못하는 건 정부 등의 개입이 기업 가치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방증이다. 경제계에선 ‘민간이 끌고 정부가 미는 경제’라는 현 정부 국정철학의 진의를 의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뚜렷한 대주주가 없을 뿐 주주가 엄연히 따로 있는 민간기업 CEO 인선에 정부와 정치권이 감 놔라, 배 놔라 간여하는 ‘신(新)관치’는 한국 경제의 수준을 끌어내리는 자해나 다름없다. 민간기업의 일은 민간이 자율적으로 결정하도록 정부 여당은 더 이상의 개입을 멈춰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