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희때 韓日 공동개발협정
사우디아라비아보다 많은 천연가스와 상당량의 석유가 묻혀 있을 것이란 조사 결과로 대한민국을 설레게 했던 제주도 남쪽의 대륙붕 ‘7광구’. 한국과 일본이 1978년 한일 공동개발구역(JDZ) 협정을 맺고 함께 석유 개발을 추진했다가 1980년대 중반 일본이 손을 떼면서 잊혀졌던 ‘7광구’가 다시 조명을 받고 있다.
7광구에 대한 한일 공동개발 협정이 2025년 사실상 종료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면서 더 늦기 전에 7광구 공동개발을 재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이르면 이달 개최 가능성이 제기되는 한일 정상회담에서 7광구 공동개발을 주요 의제로 다뤄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 7광구, 이제 일본으로 넘어가나
국제법 전문가들 사이에선 협정이 종료되면 이후 7광구 관할권은 대부분 일본으로 넘어갈 가능성이 높다는 주장이 나온다. 1982년 유엔 국제해양법이 채택되면서 ‘배타적경제수역(EEZ)’이란 개념이 도입됐기 때문이다. 이후 대륙붕 소유권을 어느 나라와 연결됐는지 따지지 않고, 양안 간 중간선을 기준으로 판단하는 국제 판례들이 축적되고 있다.
협정 체결 당시까지만 해도 해저 지형의 자연적 연결이 경계 획정 기준이 되는 경우가 많아 7광구 대륙붕과 연결돼 있는 한국에 유리한 분위기였다. 반면 EEZ 경계를 기준으로 삼으면 7광구의 90% 이상은 일본 수역 내에 위치한다. 협약이 종료될 경우 일본이 이를 바탕으로 7광구 대부분을 차지하려 할 것이라는 주장이 나오는 배경이다. 다만 해수부는 “EEZ를 설정한 한일 어업협정에는 대륙붕과 관련된 내용은 없기 때문에 이 같은 주장은 무리가 있다”고 설명했다.
● “경제적 가치도 높지만, 안보 면에서도 중요”
7광구의 경제적 가치를 정확히 추산하긴 쉽지 않다. 2004년 미국 매장량의 4.5배 규모의 석유가 묻혀 있다는 미국 측 보고서가 나왔지만 실증 조사를 바탕으로 하지 않아 신뢰도는 높지 않다. 가치를 가늠하기 위해선 실제 탐사가 이뤄져야 하지만 7광구 탐사와 개발은 1986년 일본이 공동개발에 손을 떼면서 중단된 상태다. 단독 탐사는 불가능하다. 그럼에도 개발을 시도할 가치는 충분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1980년대 한일 공동탐사에서 소량의 가스가 발견됐다는 점, 1995년 7광구 해역에서 불과 800여 m 떨어진 곳에서 천연가스 9200만 배럴이 매장된 것으로 추정되는 ‘춘샤오 가스전’이 발견된 점 등이 이를 뒷받침한다.
● “3월 정상회담서 주요 의제로 다뤄야”
전문가들은 대통령이 나서 7광구 개발 문제의 매듭을 지어야 한다고 지적한다. 이르면 3월 열릴 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의 정상회담에서 7광구 문제를 주요 의제로 다뤄야 한다는 것이다. 이석우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국제법 전공)는 “정상회담 등에서 공동개발 재개에 대한 의지를 보이는 것이 향후 국제 사법 재판 국면에서도 유리한 정황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며 “사실상의 협상 종료가 2년밖에 남지 않은 지금 시점에선 그간 해오던 실무진 협상보다 더 높은 단계에서의 협상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일본 측의 공동개발 의지가 높지 않은 만큼 양자 간 외교만으론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안 교수는 “(7광구는) 한일 관계를 뛰어넘어 동아시아 국제 관계, 나아가 미중 간 힘의 균형이라는 역학 속에서 풀어내야 하는 복잡한 문제로 번졌다”며 “동아시아 해양 개발에 관심이 높은 미국과 호주 등을 끌어들여 공동개발을 제안하는 것이 해법이 될 수 있다”고 했다.
고도예 기자 yea@donga.com
이축복 기자 bles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