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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 챗GPT 활용 앱 등록 거부… “17세 이상만 쓰게 해야”

입력 | 2023-03-04 03:00:00

청소년, 부적절 콘텐츠 생성 우려
4세→17세 이상으로 등급 상향
AI 사용 가능 연령 논쟁에 불씨



AP 뉴시스


애플이 챗GPT와 같은 생성형 인공지능(AI) 서비스가 탑재된 애플리케이션(앱)에 잇달아 연령 제한 조치를 하며 AI 사용 가능 연령에 대한 논쟁의 불씨를 댕겼다. 생성형 AI가 검색 엔진에서 소셜미디어, 쇼핑, 영어공부 앱 등 전 영역으로 확산되고 있어 어린이와 청소년들의 사용을 어떻게 통제해야 할지 논란이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2일(현지 시간) e메일 앱 ‘블루메일’의 개발사 블릭스는 챗GPT 기능을 탑재한 새로운 버전의 앱을 앱스토어에 올리려 했으나 애플이 등록을 거부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밝혔다. 블루메일은 e메일 내용과 스마트폰 캘린더에 저장된 일정을 토대로 AI챗봇이 자동으로 e메일을 작성하도록 돕는 기능을 새 버전에 추가했다.

애플은 현재 4세 이상인 이 앱의 사용 가능 연령을 17세 이상으로 상향하거나 콘텐츠 필터링 기능이 보강되어야 등록이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어린이와 청소년들이 챗GPT 기능을 활용할 경우 부적절한 콘텐츠를 생성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애플은 마이크로소프트(MS) 검색 앱인 ‘빙’도 17세 이상으로 등급을 부여한 바 있다. ‘빙’을 통해 성인 콘텐츠 검색도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구글 안드로이드에서는 블루메일 AI 버전이나 빙 모두 전 연령대로 등록된 상태다.

세계 시장에서 구글 안드로이드의 점유율은 70%가 넘지만 최신 앱의 각축장인 북미 시장에서는 애플 iOS의 점유율이 53% 이상으로 과반을 차지하고 있다. 애플이 생성형 AI 사용 연령 제한을 강화하면 전반적인 앱 시장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특히 지난달 빙AI가 “핵무기 비밀번호를 알고 싶다”는 등의 반응을 보여 논란이 됐고 챗GPT도 사용 규제를 우회하는 ‘탈옥’ 방법이 나오고 있어 어린이와 청소년의 사용에 적절한 규제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WSJ는 “애플의 시도는 빅테크 기업들이 AI 신기술이 초래할 위험을 면밀히 주시하고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고 분석했다.

이런 상황에서 오픈AI가 최근 개발자들에게 챗GPT와 더불어 음성과 텍스트를 서로 바꿔 주는 ‘위스퍼’의 유료 응용 프로그램 인터페이스(API)를 공개해 관련 서비스가 봇물 터지듯 쏟아지고 있다. 소셜미디어 스냅챗은 AI와 수다를 떠는 ‘마이AI’를 탑재했고, 한국의 영어회화 앱인 ‘스픽’도 오픈AI 기술을 바탕으로 AI와 영어로 대화하는 ‘AI튜터’ 기능을 내놓은 상태다.

블릭스는 2019년에도 애플 앱스토어에서 앱 삭제 조치를 당하자 애플을 상대로 반독점 소송을 제기하는 등 갈등을 빚었다. 블릭스 측은 “애플이 다른 AI 탑재 앱은 연령 규제를 하지 않고 있다”며 불만을 표하고 있다.


뉴욕=김현수 특파원 kimh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