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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차남 살해 유죄’… 美 법조 명문가의 몰락

입력 | 2023-03-04 03:00:00

3代가 검사장… 100년 법조 가문
4代손인 머도 변호사 유죄 평결
가정부 사망 보험금 편취도 드러나
州정부 “누구도 법 위에 있지 않아”



3대가 지역 검사장을 지내는 등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의 명문 법조인 가문 출신인 앨릭스 머도(오른쪽)가 부인(왼쪽)과 둘째 아들을 살해한 혐의로 2일 법원에서 유죄 평결을 받았다. 사진 출처 마거릿 머도 페이스북


100년 넘게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유지해온 명문 법조인 가문의 4대손인 유명 변호사가 가족 살해 혐의로 유죄 평결을 받았다. 2일(현지 시간) 뉴욕타임스(NYT) 등 외신들은 사우스캐롤라이나주 법원이 앨릭스 머도(54)에게 2021년 6월 부인 마거릿(52)과 둘째 아들 폴(22)을 살해한 혐의로 유죄 평결을 내렸다고 보도했다.

머도 가문은 1920년 증조부 랜돌프 머도를 시작으로 할아버지와 아버지가 2006년까지 주 내 5개 카운티를 아우르는 지역 검사장으로 활동하며 86년간 명성을 떨쳐 왔다. 해당 지역이 ‘머도 지구’로 불렸을 정도다. 앨릭스와 그의 형 역시 100여 년 전 증조부가 세운 법무법인에서 일했다.

그런데 2021년 6월 7일 앨릭스의 부인과 차남이 사냥용 별장에서 총에 맞아 숨지는 사건이 발생했다. 앨릭스는 이날 오후 10시경 911에 사건을 신고하며 “어머니를 만나러 갔다가 돌아와 보니 두 사람이 숨져 있었다”고 했다. 이 사건은 한동안 미궁에 빠져 있었다.

하지만 석 달 뒤 앨릭스가 지인에게 의뢰해 자신에게 총을 쏘라며 자작극을 벌인 사실이 드러나면서 그의 그간 행각에 대한 의구심이 커지기 시작했다. 그는 자신이 죽을 경우 큰아들 버스터 앞으로 1000만 달러(약 119억 원)짜리 생명보험을 들어놓은 상태였다.

얼마 뒤 앨릭스가 2019년 차남 폴이 술에 취한 채 보트를 몰다 사고를 내 동승자 1명이 사망하고 3명이 중상을 입은 과실치사 사건을 덮기 위해 특권을 남용한 사실이 드러났다. 앨릭스는 아들을 무죄로 만들기 위해 동승했던 친구들을 협박하고 지역 경찰을 압박해 사건 기록에서 폴의 이름을 지운 것으로 알려졌다.

2018년에는 앨릭스가 자신의 집에서 일했던 가정부가 석연치 않은 경위로 숨진 뒤 그 앞으로 나온 보험금 430만 달러(약 56억 원)를 편취한 사실도 밝혀졌다. 자신의 로펌에서 수백만 달러를 횡령한 사실까지 줄줄이 드러나며 로펌도 사임했다. 앨릭스의 변호사는 “그가 유용한 회사 자금 대부분이 마약 구매에 쓰였으며 일주일에 최대 5만 달러(약 6500만 원)를 오피오이드(마약성 진통제) 사는 데 지출했다고 밝혔다.

결국 앨릭스는 지난해 7월 가족 살인 등 4가지 혐의로 기소됐고, 이후 대배심은 공개 재판을 결정했다. 그는 법정에서 눈물을 흘리며 “나는 아내와 아들을 쏘지 않았다”고 주장했지만 살인 가능성을 보여주는 증거가 속속 드러났다. 우선 앨릭스는 사건 당일 부인과 아들을 사건 현장인 개 사육장으로 불러들인 사실이 밝혀졌다. 그는 살해 현장에 있지 않았다고 주장했지만 차남 폴의 휴대전화에 찍힌 사건 현장 영상에 머도의 음성이 담겨 있었던 것으로 확인되자 그는 거짓 진술을 했다고 시인했다.

검찰은 앨릭스가 횡령죄 등이 드러나는 것을 지연시키고, 각종 금융 범죄로 궁지에 몰릴 것에 대비해 자신에 대한 동정 여론을 만들기 위해 가족을 살해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앨릭스는 911 신고 당시에도 “폴의 보트 사고에 대한 보복인 것 같다”라고 주장했다.

앨릭스의 변호사 짐 그리핀은 최후변론에서 “검찰이 대배심에 오해의 소지가 있는 증거를 제시했다”며 살인 혐의를 부인했다. 하지만 2일 배심원단은 약 3시간 만에 만장일치로 유죄 평결을 내렸다. 미 CNN방송은 “이례적으로 빠른 결정”이라고 평가했다.

앨런 윌슨 주 법무장관은 평결 후 기자회견에서 “사회적 지위가 어떻든 간에, 그 누구도 법 위에 있지 않다는 것을 증명하는 평결”이라고 밝혔다. 선고는 3일 이뤄질 예정이다. 판사는 배심원단이 유죄 평결을 할 경우 이를 받아들여 형량을 결정한다.




홍정수 기자 h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