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6월 미국 연방대법원이 낙태권을 폐기한 이후 주(州) 정부가 낙태권을 허용하는 노스캐롤라이나 같은 일부 주에서는 오히려 낙태 건수가 대폭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낙태가 어려워진 다른 주 주민의 ‘원정 낙태’가 증가한 것이다. 일부 낙태 반대론자들은 낙태 시술 병원 앞에서 물리력를 행사하는 등 찬반론자 간 갈등도 격화하고 있다.
4일(현지 시간) 미 뉴욕타임스(NYT)는 가족계획협회(SFP) 조사를 인용해 낙태권 폐기 이전인 지난해 4월 3190건이던 노스캐롤라이나 낙태 건수가 같은 해 8월 4360건으로 37% 늘었다고 보도했다. 노스캐롤라이나는 임신 24주 이전 낙태할 권리를 여전히 보장한다. 낙태 시술을 하는 자녀계획클리닉 병원 측은 “낙태 환자 3분의 1 이상이 다른 주에서 온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노스캐롤라이나에서 낙태 시술을 받은 여성은 “낙태권이 없는 테네시주에서 4시간 차를 타고 왔다”며 “이제 막 3세가 된 아이가 있는데 또 낳을 경우 안정적 삶을 유지할 수 없어 (낙태를) 결정했다”고 NYT에 말했다.
낙태 반대론자들은 병원 앞에 진을 치고 병원에 오는 여성들 사진을 찍거나 고함을 치며 공포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다. 지난해 10월에는 한 남성이 야구방망이를 휘둘러 체포되기도 했다. 노스캐롤라이나 주 정부는 지난해 낙태 시술 병원 주변 치안을 확보하기 위한 행정명령을 내렸다.
낙태를 반대하는 공화당 소속 노스캐롤라이나 주 의원들이 낙태 가능 기간을 임신 12주 이하로 줄이는 법안을 발의하겠다고 하자 민주당 소속 로이 쿠퍼 주지사가 거부권 행사를 밝히는 등 정치권 갈등도 심각하다. 여론조사 결과 노스캐롤라이나 응답자 57%는 ‘현행 임신 24주를 유지하거나 더 늘려야 한다’고 밝혔다.
이청아기자 clearl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