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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극마크 타율 0.364… ‘국제용 방망이’ 김현수 슬슬 시동

입력 | 2023-03-06 03:00:00

10번째 국제대회-4번 연속 주장
실력-리더십 겸비해 꾸준히 활약
‘공 보고 공 치는’ 이상적인 타격
“마지막일수도 있어 더 욕심난다”



분위기도 중심, 타격도 중심 2023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한국 야구 대표팀의 김현수(가운데)가 5일 일본 오사카 마이시마 버펄로스 스타디움에서 주루 훈련을 하고 있다. 대표팀 주장을 맡은 김현수는 밝은 표정과 활기 넘치는 모습으로 이날 훈련 분위기를 이끌었다. 오사카=뉴시스


“파이팅.” “뛰어.”

결전의 땅 일본에 입성한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한국 대표팀이 현지에서 첫 훈련을 한 5일 오사카 마이시마 버펄로스 스타디움. 2시간 남짓 진행된 훈련 내내 주장 김현수(35·LG)의 목소리가 쩌렁쩌렁 울려 퍼졌다. 훈련을 지켜보던 취재진 사이에서는 “김현수 목소리밖에 안 들린다”는 말이 오갔다.

김현수는 이번 WBC에서 자신의 10번째 태극마크를 달았다. 주장을 맡은 건 4번째다. 역대 한국 야구 대표팀을 통틀어 김현수만큼 많은 대회에 출전해 꾸준히 활약한 선수는 찾기 힘들다.

김현수는 2008년 베이징 올림픽을 시작으로 주요 국제대회에는 거의 매번 참가했다. 올림픽 두 차례(2008, 2021년), 아시아경기 세 차례(2010, 2014, 2018년), WBC 3차례(2009, 2013, 2023년), 프리미어12 두 차례(2015, 2019년) 등이다. 유일하게 빠진 대회는 2017년 국내에서 열렸던 WBC였다. 당시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볼티모어에서 뛰고 있던 김현수는 소속 구단의 반대로 대표팀 차출이 불발됐다.

대표팀의 부름을 이렇게 꾸준히 받는 건 실력과 리더십 모두에서 김현수만 한 선수를 찾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김현수는 2021년 도쿄 올림픽까지 지난 9차례의 국제대회에서 모두 59경기를 뛰면서 타율 0.364(209타수 76안타), 4홈런, 46타점을 기록했다. 한국프로야구에서 기록한 통산 타율 0.316보다 5푼 가까이 높다. 최근 대회인 도쿄 올림픽에서도 타율 0.400(30타수 12안타)에 3홈런 7타점으로 국제대회에서 강한 면모를 다시 한 번 보여줬다.

그가 국제대회에서 펄펄 나는 건 타격 재능이 그만큼 뛰어나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타자는 낯선 투수들의 공에 적응하는 데 시간이 걸린다. 빠른 공을 던지는 투수는 물론이고 처음 보는 투수들은 느린 공도 공략하기가 쉽지 않다. 한국 타자들이 지난 WBC에서 시속 130km 안팎의 공을 던지는 네덜란드, 이스라엘 투수들에게 고전한 것도 이 때문이다.

김현수는 다르다. 모든 타자가 이상적인 타격이라고 생각하는 ‘공 보고 공 치는’ 타법을 구사한다. 상대가 누구든, 환경이 어떻든 가리지 않는다. 타격에 관한 한 두 번 나오기 힘든 ‘국제용 선수’라고 할 수 있다.

2008년 올림픽 때 막내급 국가대표였던 김현수는 어느덧 대표팀 고참이 됐다. 변하지 않은 건 여전히 타선의 중심이라는 것이다. 이번 WBC 대표팀에서도 김현수는 상대 투수에 따라 4번 타자의 중책을 맡을 것으로 전망된다. 김현수는 4일 일본에 입국하면서 “(10번째 태극마크를 달았지만) 국제대회는 나갈 때마다 의미가 남다르다”며 “특히 이번 WBC는 내게 마지막 국제대회일 수도 있다. 좋은 성적을 내서 돌아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한국 대표팀은 6일 오사카 교세라돔에서 일본프로야구 오릭스와 연습경기를 치른다. 오른손 영건 소형준(22·KT)이 선발로 등판한다. 대표팀은 7일 같은 장소에서 한신과 마지막 연습경기를 치른 뒤 대회가 열리는 도쿄로 이동한다.

오사카=이헌재 기자 un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