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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일부 국가, 외국단체-개인 마구 탄압”… 美겨냥 ‘강대강’ 천명

입력 | 2023-03-06 03:00:00

[중국 양회]
사상 최대 국방예산, 美-대만 압박… EU엔 “경쟁자 아냐” 유화 메시지
성장률, 6%대 예상 깨고 5% 안팎… 성장 대신 시진핑 1인지배 강화 의도



앞줄 수뇌부만 ‘노마스크’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앞줄 왼쪽에서 다섯 번째)이 5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개막한 전국인민대표대회(전국인대) 연례회의에서 박수를 치고 있다. 시 주석 오른쪽 옆에 앉은 리커창 총리는 이날 전국인대 업무보고를 통해 올해 중국의 성장률 목표치를 5% 안팎으로 제시했다. 베이징=AP 뉴시스


중국이 5일 연례 최대 정치행사인 ‘양회(전국인민대표대회, 중국인민정치협상회의)’를 통해 올해 경제성장률 목표치를 역대 최저인 ‘5% 안팎’으로 제시했다. ‘제로 코로나’ 정책을 폐지하며 경제 활성화에 주력하기 위해 6% 이상의 목표를 설정할 것이라던 중국 안팎의 예상은 빗나갔다. 이 와중에도 국방예산은 역대 최대인 1조5537억 위안(약 293조 원)으로 증액하며 국방력 강화에는 아낌없이 돈을 쓰겠다는 점을 명확히 했다.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의 집권 3기가 시작되는 올해 경제 성장 대신 시 주석의 1인 지배 체제 강화, 미국과의 패권 경쟁에 집중하겠다는 의도를 드러냈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미국에는 ‘강 대 강’의 단호한 입장을, 유럽연합(EU)에는 유화 메시지를 각각 보내며 서방 진영을 ‘갈라치기’ 하려는 전략 또한 노골적으로 나타냈다.


● 사상 최대 국방예산 편성
시 주석은 5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14기 전국인민대표대회(전국인대) 개막식에 노마스크 차림으로 등장했다. 이날 퇴임하는 리커창(李克强) 총리를 포함한 수뇌부 또한 마스크를 쓰지 않았다. 반면 약 2100명의 참석자는 모두 마스크를 썼다.

이날 리 총리는 정부 업무보고를 통해 “온중구진(穩中求進)의 업무 기조를 견지하겠다”며 성장률 목표를 ‘5% 안팎’으로 보수적으로 제시했다. ‘온중구진’은 안정을 우선시하고, 안정 속에 성장을 추구한다는 뜻이다. 특히 “보호무역주의가 고개를 들었다”며 미국 등 대외 여건에 대한 위기감도 드러냈다. 대(對)중국 반도체 수출 규제에 이어 양자컴퓨터, 인공지능(AI) 기술 등에 대한 추가 규제에 나서려는 미국을 겨냥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리 총리는 이와 함께 “과학기술 정책은 자립·자강에 초점을 맞출 것”이라며 미국과의 기술패권 경쟁을 위한 핵심 기술 확보에 나서겠다는 뜻도 밝혔다.

올해 국방예산은 전년 대비 7.2% 늘린 1조5537억 위안으로 책정했다. 사상 최대 규모로, 증가율은 경제성장률 목표치(5.0% 안팎)보다 높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한창인 2020, 2021년에도 국방예산을 각각 한 해 전보다 6% 이상 늘렸고, 미국과의 군사 대립이 고조된 지난해(7.1%)와 올해는 7%대 증가율을 제시했다.

리 총리는 “2027년 (중국) 인민해방군 건군 100주년 목표에 초점을 맞춰 전투 준비 태세를 높이고 군사 능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했다. 대만 독립 추구 세력을 향해선 “대만 독립을 반대하고 통일을 촉진할 결연한 조치를 취하겠다”고 했다.

이는 미국과 대만을 동시에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대만과 미국은 각각 내년 1월과 11월 대선을 치른다. 대선을 앞두고 국내 정치에 바쁜 두 나라를 위협하며 미중 군사 경쟁에서 밀리지 않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셈이다. 대만의 중국 담당 기구인 대륙위원회는 성명을 내고 “대만 국민이 주권과 자유를 수호하겠다는 이념을 존중하라”고 맞섰다.


● “유럽은 전략적 파트너” 美와 갈라치기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등에서 단일대오를 형성하고 있는 미국과 EU의 분열을 부추기겠다는 의지도 드러냈다. 왕차오(王超) 전국인대 대변인은 4일 기자회견에서 “일부 국가는 사적 이익을 위해 외국 단체와 개인을 마구 탄압한다”며 미국을 겨냥했다. 이어 “이러한 괴롭힘 행태는 국제사회에서 일반적으로 ‘확대관할’로 비판받고 있다”고 덧붙였다.

반면 EU에는 “중국의 체제 경쟁자가 아니다”라며 미국과 달리 협력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시 주석이 지난해 10월 3연임 확정 후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 등과 잇달아 정상회담을 한 점도 소개했다. 미국이 글로벌 공급망에서 중국을 배제하기 위한 압박을 강화하자 EU 국가 등과의 관계 개선을 통해 이를 돌파하려는 시도로 풀이된다.


베이징=김기용 특파원 kk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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