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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자-유족 의견 엇갈려 “수십년만에 일단락 감사” “국내기업 돈은 안받겠다”

입력 | 2023-03-06 03:00:00

[한일 징용해법 합의]




1965년 한일 청구권 협정 혜택을 본 한국 기업들이 정부 산하 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을 통해 일본 피고 기업을 대신해 우선 강제징용 피해자들에게 배상금을 변제하는 방안을 정부가 6일 발표할 것으로 알려지자 피해자와 유족들 의견은 엇갈렸다.

미쓰비시중공업을 상대로 승소 확정된 피해자 유족 A 씨는 통화에서 “징용 배상 문제가 수십 년 만에 일단락된 것 자체에 감사한다”며 “일본이 강제징용 사실을 인정하는 사과를 하지 않은 것은 유감스럽지만, 애초에 기대하지 않았다”고 했다. 미쓰비시를 상대로 승소한 또 다른 피해자 유족 B 씨도 “정부안을 받아들일 것”이라며 “지금 해결하지 않으면 또 몇십 년이 걸릴지 장담할 수 없는데, 우리 세대에서 일단락 지은 것에 의의가 있다고 본다”고 했다.

하지만 다른 피해자와 유족들 사이에서는 배상안을 거부하려는 불복 움직임도 엿보인다. 나고야 근로정신대 피해자인 양금덕 할머니 등은 6일 정부안을 규탄하는 집회를 열 예정이다. 유족 B 씨는 “지난달 말 외교부와의 간담회에 참석했는데 이 자리에서 ‘국내 기업의 돈은 받지 않겠다’고 발언한 유족분도 한 분 있었다”고 전했다.

이에 따라 일본 기업을 상대로 승소한 피해자와 유족 일부가 “국내 기업의 배상금은 받지 않겠다”고 거부할 가능성도 작지 않다. 이 경우 일본 피고 기업에 대한 법원의 자산 매각 절차가 그대로 진행될 수도 있다. 재단이 자산 매각 절차를 진행 중인 법원 재판부에 배상금을 맡기는 ‘공탁’을 할 경우에는 유족들이 공탁 무효 소송으로 맞설 수 있다.

피해자들을 대리해온 임재성 변호사는 5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강제동원 문제에는 1엔도 낼 수 없다는 일본의 완승”이라며 “강제동원 문제의 사실 인정과 유감의 의사 표시도 없다”고 했다. 임 변호사는 이어 “일본의 부담을 전혀 이끌어내지 못한 한국 정부가 외교 실패를 감추기 위해 본질과 상관없는 재단과 일본 경단련 참여로 분식을 하려는 것”이라며 “일제, 강제동원이라는 이름이 붙은 재단에 일본이 돈을 전혀 못 내겠다는 입장을 유지하니, (우리 정부가) 애걸복걸한 것은 아닌가”라고 비판했다. 나고야 근로정신대 피해자를 대리하는 이국언 일제강제동원시민모임 대표는 “정부안이 나온 뒤 입장을 낼 것”이라고 했다.


고도예 기자 ye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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