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강제징용배상 해법 4년 4개월 만에 발표
박진 외교부 장관이 6일 오전 서울 종로구 외교부 청사에서 일제 강제동원 피해배상 해법 발표를 하고 있다. 2023.03.06. 사진공동취재단
정부가 6일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에 대한 변제 방안과 관련해 “한국 정부 산하인 ‘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이 2018년 대법원 확정판결 원고에게 판결금과 지연이자를 지급하게 됐다”고 밝혔다. 2018년 대법원 확정판결이 나온지 4년 4개월 만에 나온 첫 공식 해법 발표다. 일본 기업이 참여하지 않고 한일 재계 단체가 기금을 모아 피해자에게 배상하는 ‘제3자 변제’ 방식이다.
외교부 발표에 따르면 이번 방안의 배경은 피해자 및 유가족의 의견을 수렴한 결과로, 경색된 한일 관계 흐름을 윤활하게 하기 위함이다. 피해자 대부분이 고령인 점과 미결상태 장기화로 피해자 및 유가족의 피로감, 양국의 신뢰 저하 등이 조속한 해법을 마련한 경위라는 설명이다.
외교부는 “피해자 대부분이 90대의 고령이며 확정판결 피해자 15명 중 12명이 사망했다. 이에 조속한 문제 해결 요청을 위해 마련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2018년 대법원 확정판결 이후 약 5년간 문제가 지속됐다. 이로 인해 일본의 반도체 수출규제 등의 해결돼야 할 외교적 현안이 뒤로 늦춰졌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공개토론회, 단체 면담 등에서 피해자와 유가족을 비롯한 각계각층의 의견을 수렴했다”며 ”후속조치, 일본 측 호응, 판결금 지급 방안에 대한 의견을 교환했다”고 했다.
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12일(현지시간) 프놈펜 한 호텔에서 열린 아세안+3 정상회의에서 참가국 정상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2022.11.12
양국의 신뢰 저하 문제에 대해선 “정부 출범 후 관계 경색을 해소하고 신뢰를 회복하는 등의 대화 환경 조성이 시급하다고 인식했다”며 “이에 고위급 교류 활성화 및 민간교류 복원을 적극 추진하고자 마련됐다. 국내에서 수렴된 의견, 결과를 일본에 전달하고 호응을 지속 촉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14일 서울 용산역 일제강제징용노동자상 앞에서 열린 민주노총과 한국노총의 일제강제징용노동자 추모식에서 참가자들이 일본 정부의 사죄와 배상을 촉구하고 있다. 2019.08.14.
일본은 1931년 만주 침략 이후 아시아 태평양 지역으로 전선을 확대하며 식민지 등에서 인적·물적 자원과 자금을 동원했다. 한국에서도 약 780만 명의 인원을 강제 동원했다. 강제 징용에 대해 1990년 초부터 관련 피해자들이 일본 정부와 일본 전범 기업들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해왔으나 패소했다.
그러던 2018년 대한민국 대법원이 파기환송심 원고 승소 판결을 확정했다. 당시 법원은 “일본 정부가 청구권 협정 협상 과정에서 식민 지배의 불법성을 인정하지 않고 강제 동원 피해에 대한 법적 배상을 원천적으로 부인한 이상 피해자들의 위자료 청구권이 청구권 협정의 적용 대상에 포함됐다고 보기 난망하다”고 밝혔다. 판결 3건 중 2건은 일부 현금화 절차가 진행 중이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
일본은 1995년 ‘김대중-오부치 선언’부터 지난 2010년 8월 이뤄진 담화까지 총 4번 한국 강제징용에 대해 언급했다. 모두 ‘통절한 반성’과 ‘마음으로부터의 사죄’라고 표현했다. 일본은 이날 정부 발표에 대한 호응으로 해당 입장을 계승한다는 입장을 밝힐 것으로 보인다.
정부의 1차 보상·지원은 1975~1977년 이뤄졌다. 당시 피징용사망, 재산손해 등에 8만3519건에 대해 약 92억 원을 지급했다. 2차 보상은 2005~2015년간 10년에 걸쳐 이뤄졌다. 강제 동원 피해조사 신청·접수를 받았다. 그 후 약 7만8000명에 대해 6500억 원(2023년 2월 기준)가량을 지급했다.
이예지 동아닷컴 기자 leeyj@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