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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선수는 얼마나 ‘개방적인’ 세터인가[발리볼 비키니]

입력 | 2023-03-06 13:39:00


5일 안방 경기에서 공을 띄우고 있는 한선수(왼쪽). 한국배구연맹(KOVO) 제공



한선수(38·세터)는 올 시즌에도 대한항공을 프로배구 남자부 챔피언결정전 직행하는 순항고도에 올려놓았습니다.

물론 이 팀 기장은 토미 틸리카이넨 감독(36)이지만 한선수라는 항법사가 없었다면 대한항공은 이렇게 빨리 난기류를 뚫지 못했을지 모릅니다.

한선수는 ‘미리 보는 챔프전’으로 평가받던 5일 안방 경기에서 현대캐피탈을 상대로 러닝(running) 세트 26개, 스틸(still) 세트 27개를 기록했습니다.

이러면 러닝 세트 비율은 50.9%가 나옵니다.

V리그 역대 최고 블로커 신영선(왼쪽)을 발로 차고 있는 한선수. 한국배구연맹(KOVO) 제공



국제배구연맹(FIVB)은 상대 블로커가 없거나 한 명인 곳으로 공을 띄운 경우를 러닝 세트, 두 명 또는 세 명인 곳으로 공을 띄운 경우를 스틸 세트로 구분합니다.

한국배구연맹(KOVO)은 그저 ‘세트 성공’ 횟수를 기준으로 세터상 수상자를 결정하지만 따로 기록은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당연히 러닝 세트일 때 공격 효율이 더 좋습니다.

현재까지 올 시즌 프로배구 남자부 경기를 기준으로 러닝 세트를 받아 상대 코트에 공격 타구를 날렸을 때 공격 효율은 0.484, 스틸 세트 상황에서는 0.323입니다.

남다른 러닝 세트 비율을 자랑하는 한선수



따라서 러닝 세트 비율이 높을수록 더 좋은 세터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한선수는 남자부 7개 팀 주전 세터 = 세트 기록이 가장 많은 선수 가운데 유일하게 40%가 넘는 러닝 세트 비율을 기록 중입니다.

이 부문 2위인 하승우(28·한국전력)와 비교해도 9.9%포인트 차이가 나는 수준입니다.

또 1위 한선수와 2위 하승우 사이 차이가 하승우와 최하위 이호건(27·삼성화재) 사이 차이(9.6%포인트)보다 더 큽니다.

어지럽게 꼬인 실타래



이즈음에서 ‘대한항공은 서브 리시브가 좋으니 당연한 것 아니냐’고 생각하는 분이 계실 수도 있습니다.

만약 리시브가 좋아서 러닝 세트 비율도 높은 거라면 위에 나온 그래프에서 옆으로 나란히 가는 선이 많아야 합니다.

실제로 선이 복잡하게 꼬여 있다는 건 그렇지 않다는 뜻입니다.

그리고 스포츠 데이터를 분석하면서 이런 결과가 나올 때는 보통 ‘능력’이라는 표현이 등장합니다.

‘현대 배구’ 상징으로 손꼽히는 (콩글리시) 퀵오픈



한선수가 특히 능력을 발휘하는 건 ‘퀵오픈’을 세팅할 때입니다.

한선수는 전체 퀵오픈 세트 가운데 43.1%를 러닝 세트로 띄웠습니다. 리그 평균(26.8%)보다 60.8% 높은 비율입니다.

현재 남자부 평균 공격 성공률은 51.4%이고 이보다 60.8% 높은 기록은 82.7%입니다.

이 정도로 한선수는 공격수가 편하게 퀵오픈을 날릴 수 있도록 돕고 있는 겁니다.

작전 사진을 내고 있는 한선수. 한국배구연맹(KOVO) 제공



물론 한선수가 빼어난 기록을 남긴 데는 대한항공에 좋은 공격수가 많다는 점도 분명 영향을 끼쳤을 겁니다.

그런데 좋은 공격수를 만드는 건 바로 좋은 세터입니다.

나쁜 세터가 욕을 바가지로 먹는 동안 좋은 세터가 그만큼 칭찬받는 일이 드문 게 현실이기는 하지만 말입니다.

그리고 한선수는, 데이터가 한 번 더 증명하듯, 좋은 세터 중에서도 블로킹에 ‘개방적인’ 정말 좋은 세터입니다.

황규인 기자 kin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