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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대 없는 창원시… ‘30년 숙원’ 의과대학 유치할까

입력 | 2023-03-07 03:00:00

“의대 신설 더 이상 미룰 수 없다”
‘유치 기획단’ 만들어 활동 개시
안동시 등 11개 지역과 유치 경쟁
“정부-의료계 설득 논리 개발해야”



경남 창원시와 창원대가 의과대학 유치에 나섰다. 이호영 창원대 총장(오른쪽)이 1월 19일 충북 청주시에서 열린 ‘지역공익 의료인력 확충을 위한 권역별 국립대학교 의과대학 설립 공동포럼’에 참석해 의대 유치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창원대 제공


100만 명이 넘는 도시 중 전국에서 유일하게 의과대학이 없는 경남 창원시에 의과대학을 유치하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정부가 18년째 묶어놓고 의대 정원 확대의 ‘빗장’을 풀 수 있을지가 관건으로 보인다.


● “창원에 의대 신설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
창원시는 의과대학을 유치하기 위한 ‘창원 의과대학 유치 기획단’이 활동에 착수했다고 6일 밝혔다. 기획단 총괄단장은 조명래 창원시 제2부시장이, 총괄단장은 김병규 경남도 경제부지사가 맡는다. 창원시 7개 부서 인력 10여 명이 참여한다. 기획단은 첫 의대 유치를 위한 세부 추진전략과 유치 활동 로드맵을 수립한다.

전국 도청 소재지 중 의대가 없는 도시는 창원시가 유일하다. 홍남표 창원시장은 이날 동아일보 기자와 만나 “162만 명이 거주하고 산업재해가 취약한 창원, 김해 등 경남 중부권엔 의과대학 정원이 아예 없다”면서 “창원에 의대 신설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로, 100명 정원 규모의 의대 신설을 반드시 이뤄내겠다”고 강조했다.

창원시의 의대 유치는 경남의 30년 숙원 사업이다. 340만 인구의 경남엔 진주 경상국립대 의대가 있지만, 의대 정원은 76명으로 전국 최하위다. 전국 40개 대학 정원 3058명의 2.5% 수준이며, 인구 1만 명당 정원이 0.23명으로 전국 평균(0.59명)에 크게 못 미친다. 330만 인구의 광주·전남 의대 정원은 251명, 180만인 전북이 235명이다. 경남의 3배가 넘는 수치다. 153만의 강원도는 의대가 4곳이고, 인구 350만의 대전·충남은 5개나 된다. 도민들은 그동안 “명백한 경남 역차별”이라면서 1990년대부터 30여 년 동안 정부에 의대 신설을 요구해 왔다.

2020년 7월 경남도 공공보건의료지원단이 조사한 의료인력 추계에 따르면 최소 107.7명으로 정원 확대가 필요한 것으로 진단됐다.


● “강력한 논리 개발과 정치 역량 필수”
특히 창원대가 의대 유치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창원대는 지난달 20일 순천대와 목포대, 공주대, 안동대 등 전국의 국립대 4곳과 함께 보건복지부를 방문해 의대 설립 공동 건의문을 제출했다. 앞서 1월 19일엔 충북 청주시에서 열린 ‘지역 공익 의료인력 확충을 위한 권역별 국립대 의대 설립 공동포럼’에 참석해 창원지역 의대 신설의 필요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창원시의 의대 신설 취지에는 충분히 공감하지만, 실현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선 더 강력한 논리 개발과 정치권의 공조가 필수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의대 신설이 간단한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의대 신설은 의대 정원 확대를 의미한다. 현재 의대 입학 정원은 3058명으로, 2006년부터 18년째 변함이 없다. 2020년 정부가 의대 신입생 정원을 2022년부터 매년 400명씩 늘려, 10년 동안 의사 4000명을 추가 양성하는 방안을 추진했지만, 대한의사협회 등이 의사 파업으로 반발하면서 무산됐다.

창원시 입장에선 비수도권 병원들이 처한 의사 부족 사태를 계기로 의대 신설을 요구하고 있는 경북 안동시, 충남 공주시, 전남 목포시 등 전국 11개 지역과 유치 경쟁을 펼쳐야 하는 점도 부담이다. 경남의 한 의료계 관계자는 “정부가 의료계를 설득해 의대 정원 확대를 이뤄내더라도, 과열 양상으로 치닫고 있는 의대 유치전에서 창원시가 우위를 차지하기 쉽지 않을 수 있다. 단순히 100만 인구라는 이유만으로는 정부와 의료계를 설득할 논리가 약하다. 더 확실한 명분과 지역 정치권의 전폭적인 지원도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최창환 기자 oldbay7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