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미경, 코리아나미술관-박물관서 ‘비누 조각’-회화 개인전
서울 강남구 코리아나미술관 지하 2층에 서양화 및 조각 컬렉션과 함께 전시된 신미경의 비누 조각. 스페이스 씨 제공
매끈한 비누가 물과 기름을 녹여 서로 만나게 하듯, 중견 작가 신미경(56)의 비누 작품이 박물관과 미술관을 만나게 했다.
서울 강남구 코리아나미술관이 개관 20주년 기념전으로 ‘비누 조각’으로 유명한 신 작가의 개인전을 펼친다. ‘시간/물질: 생동하는 뮤지엄’을 주제로 한 전시는 코리아나미술관은 물론이고 같은 건물에 있는 코리아나화장박물관까지 총 4개 층에 걸쳐 신 작가의 조각과 회화 등작품 120점을 선보인다.
두 미술관과 박물관은 코리아나화장품이 설립한 문화 공간 ‘스페이스 씨’에 속해 있다. 코리아나미술관은 지하 1, 2층에, 화장박물관은 5, 6층에 있으며 코리아나화장품 창업자인 송파 유상옥 회장이 수집한 미술품과 유물을 전시한다. 미술관은 현대미술을, 화장박물관은 화장과 관련된 고미술품을 전시해 왔는데, 이번 전시를 계기로 두 공간이 하나로 이어졌다. 미술관에서는 신 작가의 신작과 미술관이 소장한 현대미술 작품을, 박물관에는 고대 유물과 신 작가의 작품이 서로 섞여 전시된다.
이렇게 고대 유물을 비누로 재해석한 작품이 다시 박물관 유물들 옆에 전시되면서, 어떤 것이 현대 미술 작품이고 유물인지 구분하기가 쉽지 않다. 이를 통해 작가와 미술관은 관객에게 박물관 속 유물의 가치와 시간의 의미가 무엇이냐는 질문을 던진다. 신 작가는 자신의 비누 조각에 대해 “영국 박물관에 갔을 때 처음 고대 그리스 조각상을 보고 감탄함과 동시에 외국인으로서 따라갈 수 없는 벽을 느끼며 시작된 작업”이라고 했다.
지하 2층 전시장에는 코리아나미술관의 서양화와 조각 컬렉션이 신미경의 신작 ‘낭만주의 조각 시리즈’ 등과 함께 전시돼 마치 유럽 박물관에 온 것 같다. 신 작가의 프로젝트 중 대중적으로 가장 잘 알려진 ‘화장실 프로젝트’도 만날 수 있다. 각 전시장 화장실에 관객이 마음껏 만져볼 수 있는 비누 조각이 설치됐다. 전시 기간 중 관람객에 의해 마모된 결과물 자체가 작품이 된다.
김찬동 전 아르코미술관장은 “한국의 박물관과 미술관은 서로 벽이 공고하고 조직 문화도 다르다”며 “그런 두 영역을 신미경의 작품으로 효과적으로 융합하는 시도를 보여준 전시”라고 평가했다. 6월 10일까지. 5000∼6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