女농구 시상식, 주인공은 김단비 6시즌 연속 팬투표 1위 오른 스타… 16년 만에 마침내 첫 MVP 감격 “너무 오래 걸렸다, 그래서 더 기뻐… 단련시켜준 위성우 감독께 감사”
김단비(우리은행)가 6일 열린 여자프로농구 정규리그 시상식에서 최우수선수(MVP)를 포함해 블록상, 우수수비선수상 등 5관왕을 차지한 뒤 5개 트로피를 나란히 앞에 두고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한국여자농구연맹(WKBL) 제공
“이 상을 받기까지 너무 오랜 시간이 걸렸다. 데뷔 당시 나는 슛도 제대로 못 쏘고, 수비가 뭔지도 몰랐던 그냥 탄력만 조금 좋은 선수였다. 그런 나를 한 팀의 에이스로 만들어준 위성우 감독님께 감사하다.”
데뷔 16년 만에 처음으로 여자프로농구(WKBL) 최우수선수(MVP)를 차지한 김단비(33·우리은행)가 가장 먼저 꺼낸 이름은 수구 선수 출신 남편 유병진 씨(35)도, 부모님도 아닌 소속팀 감독이었다.
“챔피언 트로피는 우리 것” 2022∼2023시즌 여자프로농구(WKBL) 플레이오프(PO)에 진출한 상위 4개 구단 사령탑이 챔피언 트로피 주변에 모여 6일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우리은행(정규리그 1위) 위성우, 삼성생명(3위) 임근배, 신한은행(4위) 구나단, BNK(2위) 박정은 감독. WKBL 제공
위 감독은 선수들 입에서 단내가 날 정도로 훈련을 많이 시키는 지도자로 유명하다. “내가 설마 너한테까지 그렇게 훈련을 시키겠냐”며 김단비를 설득한 위 감독은 계약서에 도장을 찍자마자 ‘호랑이 감독’ 모드로 돌변했다. 김단비는 “오랫동안 신한은행에서 ‘절대적’ ‘상징적’ 존재란 얘기를 들으면서 안이했던 게 사실”이라며 “첫 슈팅 연습 때 감독님께서 ‘두 발을 11자로 나란히 놓으라고!’라며 고함을 치시는데 ‘내가 이러려고 팀을 옮긴 거였구나’ 하는 생각이 들면서 웃음이 나더라”고 말했다.
“솔직히 상대 팀이었을 때는 ‘김단비 막아’라고 외치는 감독님이 원망스럽기도 했다”는 김단비는 위 감독이 이날 개인 통산 9번째로 감독상을 받으러 시상대에 오르자 “성우야, 나 지금 되게 신나!”라고 소리치며 고마움을 농담으로 표현하기도 했다.
김단비는 “선수 생활 초반에는 ‘이번에 못 받으면 다음에 받으면 되지’라고 생각했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MVP는 내 것이 아니구나’ 하고 내려놓게 됐다”면서 “우리은행으로 이적한 뒤 다시 기회가 왔고 은퇴하기 전 내 이력에 MVP라는 글자가 들어가게 돼 너무 기쁘다”며 웃었다.
강동웅 기자 lepe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