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장, 임기말 코드 논란 의식 중도성향 재판관 2명 선택한듯 임명땐 진보 5명-중도보수 4명 尹정부 임기중 나머지 7명도 교체
김명수 대법원장이 6일 새 헌법재판소 재판관 후보자로 김형두 서울고법 부장판사(58·사법연수원 19기)와 정정미 대전고법 판사(54·25기)를 지명했다. 김 대법원장이 임기 말 ‘코드 인사’에 대한 비판을 의식한 듯 중도 성향의 정통 법관을 후임 재판관으로 지명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진보색이 강했던 헌재에도 변화가 나타날 것으로 전망된다.
대법원은 두 후보자의 지명 배경에 대해 “헌법적 가치와 국민의 기본권 보장에 관한 확고한 신념,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에 대한 공감 능력과 보호 의지를 비롯해 우리 사회의 다양한 가치를 조화롭게 포용하고 통찰할 능력을 갖춘 인물인지를 주요 기준으로 했다”고 밝혔다. 두 후보자는 이달 28일과 다음 달 16일 각각 임기를 마치는 이선애(56·21기), 이석태 재판관(70·14기)의 후임이다. 윤석열 정부에서 처음 지명된 헌재 재판관이기도 하다.
대법원 재판연구관, 서울중앙지법 수석부장판사 등을 지낸 김 고법 부장판사는 법원 안팎에서 재판과 사법행정에 모두 능통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김 대법원장 체제에서 요직인 법원행정처 차장을 지냈지만 우리법연구회 등 진보 성향 판사 모임에서 활동하진 않았다.
정 고법 판사는 대전과 충남 지역에서 주로 근무했다. 대법원은 “약물 남용, 가정 폭력, 아동 학대 문제 등에 대한 법원의 접근 방식을 고민하는 논문을 발표하는 등 실천적 연구와 국민의 권리를 보호하는 재판에 힘써왔다”고 설명했다. 여성인 정 고법 판사 내정으로 헌재의 여성 재판관 비율은 기존 3명(33.3%)을 유지하게 된다.
현직 고등법원 부장판사는 “두 후보자 모두 정치적 고려보다 공판을 중심으로 판단하는 성향이 강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고 말했다. 우리법연구회 출신 등 진보 성향 인사를 지명할 것이란 일각의 관측과 달리 김 대법원장이 임기 마지막 해 불필요한 논란을 피하기 위해 중도 성향의 정통 법관을 택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헌재 재판관은 국회, 대법원장, 대통령이 3명씩 지명한다. 두 후보자는 대법원장 몫이어서 국회 인사청문회를 마치면 인준 표결 없이 윤석열 대통령이 임명하게 된다.
헌재 재판관 지형도에도 변화가 예상된다. 현재는 진보 6명, 보수 1명, 중도 2명으로 진보색이 강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두 후보자가 임명되면 진보 5명, 보수 1명, 중도 3명이 된다. 헌재에선 법률 위헌결정, 탄핵, 헌법소원 인용결정 등을 할 때 6명 이상의 찬성이 필요하다. 유남석 헌재 소장을 포함해 나머지 재판관 7명도 윤석열 정부에서 모두 교체된다. 헌재 관계자는 “국회 일정에 따라 이달 중 두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 일정이 잡힐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김자현 기자 zion37@donga.com
유채연 기자 yc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