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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시론/김대식]막을 수도, 피할 수도 없는 ‘생성형 AI 시대’

입력 | 2023-03-07 03:00:00

창작력 갖춘 AI, 일자리 위협 우려 있지만
질문과 검증으로 답 얻는 건 결국 인간의 몫
기업 개발 집중하고, 정부 규제 신중해야



김대식 KAIST 전기 및 전자공학부 교수


‘챗GPT’는 과연 무엇일까? 그리고 챗GPT 같은 생성형 인공지능(AI)은 사회, 경제, 정치에 어떤 영향을 줄 것인가? 할리우드 영화에서 수없이 봐왔던 AI. 하지만 현실에서 사용 가능한 수준의 AI는 이제 겨우 10년 정도의 짧은 역사를 가지고 있다. 기계에게 세상을 하나하나 설명해주던 초창기 ‘규칙기반’ 인공지능과는 달리 지난 10년 동안 사용된 ‘딥러닝’(심층 기계 학습) 방식에서는 학습 기능을 가진 기계가 대용량의 데이터를 학습해 사물을 알아보고 식별할 수 있게 된다. 덕분에 우리는 이제 얼굴을 인식하는 스마트폰을 손에 들고 자율주행 자동차를 꿈꿔볼 수 있게 됐지만, 여전히 인공지능이 해결하지 못한 문제가 하나 남아 있었다. 바로 자연어 처리였다. 아마존사의 ‘알렉사’, 애플의 ‘시리’, 그리고 국내 통신사들이 팔고 있는 AI스피커들 모두 여전히 답답할 정도로 말귀를 못 알아듣는 이유다.

그런데 2017년 구글은 ‘트랜스포머’라는 흥미로운 학습 알고리즘을 제안한다. 초거대 스케일의 단어와 단어, 그리고 문장과 문장 사이 확률 관계만을 사전 학습하더라도 자연어를 처리할 수 있다는 놀라운 결과였다. 트랜스포머 방식을 가장 잘 활용한 기업은 아이러니하게도 구글이 아닌 ‘오픈AI’라는 스타트업이었다. ‘생성형 사전-학습된 트랜스포머(Generative Pre-Trained Transformer)’ GPT-1(2018년), GPT-2(2019년), 그리고 GPT-3(2020년)를 연달아 소개한 오픈AI는 지난해 말 기존 GPT-3에 안정성과 사용자 피드백, 그리고 대화 기능을 추가한 가장 최신 버전 챗GPT를 공개했다.

챗GPT의 능력은 크게 4가지로 구분할 수 있다. 대화 능력, 요약 능력, 교정 능력, 그리고 창작 능력이다. 검색을 하지 않고도 자연어 대답을 통해 원하는 정보를 얻을 수 있다면, 검색 기반 광고가 주요 비즈니스 모델인 구글이 위험해진다. 지적 능력이 요구되는 요약과 교정을 기계가 자동화할 수 있다면, 정보 수집과 요약을 핵심으로 하는 수많은 직업들이 사라질 수 있다. 또한 챗GPT가 소설과 시를 쓰고, 역시 오픈AI사가 개발한 ‘달리2(DALL-E2)’ 같은 기계가 새로운 그림을 그려낼 수 있다면 소설가, 아티스트, 디자이너들의 미래 역시 걱정된다.

생성형AI는 이보다 더 큰 문제들을 만들어낼 수도 있다. 완벽한 문법과 그럴싸한 문맥을 가진 거짓 뉴스 역시 대량 생산될 수 있으니 말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무엇을 준비해야 할까? 우선 침착함과 냉철함이 중요하다. 생성형AI는 이미 막을 수도, 피할 수도 없다. 피할 수 없으면 가장 먼저 사용해 보고 남들보다 먼저 가장 효율적인 활용 방법을 찾는 게 중요하다. 챗GPT 때문에 작가와 기자와 변호사는 사라지지 않는다. 단, 그런 기술을 잘 사용하는 변호사, 기자, 그리고 작가들 때문에 사용하지 않는 같은 직군 직업인들이 사라질 수는 있겠다.

두 번째는 질문의 중요성이다. 챗GPT 같은 생성형 인공지능은 인류가 만들어낸 대부분의 지식을 하나의 거대한 확률적 지도로 가지고 있다고 생각해볼 수 있겠다. 우리가 원하는 답은 어딘가 있지만, 원하는 답을 얻기 위해서는 끝없는 질문과 검증이 필요하다. 새로운 지적 결과물을 대량 생산하는 것이 생성형AI의 핵심이라면, 새로운 질문을 통해 기계를 유도하고, 기계의 결과물을 검증하는 것은 여전히 인간의 몫이다.

마지막으로 챗GPT의 등장은 산업계와 정부에 중요한 숙제를 하나씩 주고 있다. 국내 기업들은 경쟁 국가들과 초격차 차이를 낼 수 있는 초거대 인공지능 알고리즘과 하드웨어 개발에 빠르게 집중해야 하겠지만, 반대로 정부는 너무 많은 것을 너무 빨리 하지 않는 것이 가장 도움 되는 역할일 수도 있다. 생성형AI는 수많은 사회적 문제들을 일으킬 수 있다. 하지만 기술이 제대로 발전하기도 전 규정과 규칙을 먼저 세우는 순간 우리는 예측할 수 없는 미래의 기회와 문제를 이미 지나간 과거의 프레임에 묶어 놓는 역설적인 덫에 빠져버리는 것이다.

말을 타던 시대가 끝나가고 자동차의 등장을 더 이상 막을 수 없다면, 우선 운전면허증을 따는 게 가장 합리적인 행동이겠다. 지구에서 오로지 호모 사피엔스만 글을 쓰고, 말을 하고, 그림을 그리고, 창작하던 시대는 이제 끝났다. 기계가 드디어 글을 쓰고 창작을 하기 시작한 2023년. 이 놀라운 사실을 최대한 빨리 인식하고 인정해야만 지적 노동의 대량 생산 시대에도 여전히 인간의 존엄과 역할을 유지할 수 있을 것이다.



김대식 KAIST 전기 및 전자공학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