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윤슬 도배사·‘청년 도배사 이야기’ 저자
살아 나갈 방도를 찾아서 계속 이어 나감. ‘생계유지’의 사전적 의미다. 가진 재능이나 능력을 바탕으로 살아갈 방도를 찾는 것도, 그것을 지속적으로 유지하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우리는 세상에 태어난 이상 이 쉽지 않은 일을 해야만 한다. 성인이 된 후 혹은 그 이전부터 경제적으로 독립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보통은 취업을 하고 나서야 비로소 경제적 독립을 한다. 나 역시 대학 졸업 후 직장에서 월급을 받게 된 뒤부터 경제적으로 독립해 지금까지 스스로 생계를 유지하고 있다.
단순히 용돈을 버는 것과는 달리 스스로를 먹여 살리는 일에는 많은 책임과 의무가 따른다. 가장 큰 책임과 의무는 쉬지 않고 일을 해서 먹고살 돈을 벌어야 한다는 사실이다. 내가 일을 하지 않으면 내가 굶는다. 일을 쉬고 싶어도 내가 가진 자금 안에서 어떻게 생계를 꾸려 나갈지 계산하고 계획한 뒤에야 쉴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첫 직장을 그만두고 일주일의 휴식 시간만 가진 후 바로 도배 학원에 다니기 시작했고, 한 달 후에는 도배사로 취업했다. 퇴사한 지 한 달 만에 재취업했다는 이야기를 하면 놀라는 사람들도 많지만, 내게는 다른 선택지가 없었다. 그렇다. 나는 생계형 도배사다.
생계형 도배사인 나는 어떤 선택의 기로에 놓일 때마다 생계유지 여부를 맨 먼저 생각하게 된다. 예를 들어, 강의 요청이 오면 그 일이 얼마나 의미 있고 유익한지도 생각하지만 도배 일당만큼의 수입이 생기는지도 고민한다. 물론 돈 이외의 다른 가치를 기준으로 판단을 내리기도 하지만 전체적인 수입을 생각하지 않고 무작정 모든 요청을 받아들일 수는 없다. 따라서 아쉽게 포기해야 하는 일들도 참 많다.
생계유지를 위해서 포기해야 하는 것들이 많지만, 생계유지는 대단한 일이다. 힘이 들고 포기하고 싶을 때 버티게 하는 용기를 주고, 그렇게 버티는 것이 다시 근육처럼 붙어 힘이 되어 준다. 나는 생계형 도배사였기에 거칠고 낯선 현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취미나 멋으로, 혹은 다른 목적으로 도배를 시작했다면 한 달도 버텨내지 못했을 것이다. 나 스스로를 먹여 살리기 위해 시작한 일이기에 버텨낼 수 있었다. 오늘도 생계유지에 나선 우리 모두는 그 힘을 가진 위대한 사람들이다.
배윤슬 도배사·‘청년 도배사 이야기’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