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르면 2025년 착공-2030년 준공
제주 제2공항이 ‘조건부 협의’로 전략환경영향평가를 통과하면서 이르면 2025년 착공, 2030년 준공될 것으로 보인다.
환경부는 ‘제주 제2공항 개발기본계획’ 수립을 위한 전략환경영향평가서에 대해 ‘조건부 협의’ 의견을 국토교통부에 통보했다고 6일 밝혔다. 전략환경영향평가는 환경에 영향을 미치는 행정계획을 확정하기 전 환경부와 협의하는 제도다. 사업 계획의 적정성과 입지의 타당성을 검토한다. 국토부는 전략환경영향평가 협의가 완료되면 이를 반영해 제주 제2공항 개발기본계획을 공개하고 도민 의견 수렴에 나설 계획이다.
제주 제2공항은 제주시에 있는 기존 제주국제공항에 이어 서귀포시 성산읍 일대에 들어선다. 545만7000㎡ 면적에 길이 3.2km 활주로 1개를 갖춰 제주공항의 약 1.5배 규모다.
2015년 국토부가 공항 예정지를 포함해 제2공항 건설 방안을 발표하며 본격적으로 추진됐다. 원희룡 국토부 장관이 2019년 제주도지사 재임 당시 본격적으로 추진했다. 당시 국토부는 2019년 9월 처음 환경부에 전략환경영향평가서를 제출한 데 이어 같은 해 12월, 2021년 6월 등 두 차례 평가서를 보완해 제출했지만 반려됐다.
제주 제2공항은 국토부가 올해 1월 환경부에 전략환경영향평가서를 제출하면서 다시 추진됐고, 33년 만에 1차 관문을 통과하며 속도가 날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제주 제2공항 기본계획이 고시되면 다음 단계로 환경영향평가를 진행해야 한다. 환경단체들은 “환경부의 노골적인 국토 파괴 행보”라며 반발했다.
33년만에 첫 문턱 넘은 제주2공항… ‘경제 vs 환경’ 갈등 재점화
제주 제2공항 재추진
道-의회 환경평가 통과해야 착공
“미래산업 활성화” vs “국토파괴”
지역 여론, 찬 44% 반 47% ‘팽팽’
제주 서귀포시 성산읍 일대의 제주 제2공항 건설 예정지. 부지 뒤쪽으로 제주 유명 관광지인 성산일출봉이 보인다. 동아일보DB
● 환경영향평가 통과해야 착공 가능
이번에 제출한 평가서에서는 조류의 대체 서식지를 조성하겠다는 계획을 추가했다. 항공기가 바람 방향과 달리 이·착륙할 때 소음 정도를 재검토한 결과도 제출했다. 맹꽁이 서식지와 숨골(빗물 통로) 보전과 관련해선 공항 건설이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 것으로 확인됐다.
● 제주는 찬반 팽팽… 다음 과정서 여론 중요
국토부는 “조건부 협의 내용을 반영한 제2공항 기본계획안을 조만간 공개하겠다”고 밝혔다. 이 계획안에 대해 제주도의 의견 수렴 절차를 거치고 이를 확정해 고시하게 된다. 그 다음 대규모 공사에 따른 환경영향 저감방안을 마련해 환경영향평가를 통과해야 한다. 다만 환경영향평가의 경우 제주도특별법에 따라 환경부가 아니라 제주도와 협의해야 하고, 제주도의회의 동의도 필요하다. 이를 통과한 이후에야 설계 계획 승인·고시 등 착공 단계를 밟을 수 있다.문제는 제주 지역사회가 경제성을 강조한 찬성 여론과 환경 훼손을 우려하는 반대 여론으로 양분돼 있다는 점이다. 지난해 실시된 한국갤럽 조사에서 제2공항 건설 찬성이 44.1%, 반대가 47%였다.
국토부는 제2공항이 건설되면 2055년 제주 항공 수요의 46%인 1898만 명을 담당할 것으로 본다. 관광객이 늘어나 경제를 활성화하는 효과가 기대된다. 이날 오병관 제2공항성산읍추진위원장은 “제주의 관광과 미래 산업 활성화를 위해 제2공항은 반드시 필요하다”며 “공항 건설을 신속하게 추진하는 것이 갈등을 해소하는 최선의 방법”이라고 말했다.
반면 제2공항강행저지비상도민회의는 이날 긴급성명을 내고 “이번 결정은 환경부가 국토 파괴에 선봉장 역할을 하고 있는 국토부의 2중대라는 사실을 선언한 것”이라고 반발했다.
이날 오영훈 제주도지사는 기자회견을 자청해 “전략환경영향평가 협의 과정에서 제주도와 도민에게 어떠한 정보 제공 없이 일방적으로 결정이 이뤄진 점에 대해 유감을 표한다”고 말했다. 녹색연합 등 환경단체들도 한화진 환경부 장관 사퇴를 촉구하며 반발했다.
김예윤 기자 yeah@donga.com
이축복 기자 bless@donga.com
제주=임재영 기자 jy788@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