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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이 감옥 되고, 무덤 됐다” 전세사기 피해자 추모식 열려[사건 Zoom In]

입력 | 2023-03-07 16:28:00


6일 오후 7시 인천 미추홀구 주안역 앞에서 열린 ‘전세사기 피해자 추모식’에 모인 100여 명의 시민들과 전세사기 피해자들이 촛불을 들고 고인을 추모하고 있다. ‘미추홀구 건축왕’에게 전세사기 피해를 당한 30대 남성 A 씨는  지난달 28일 인천 미추홀구 한 빌라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추모식에 참가한 전세사기 피해자들은 “실질적인 대책 마련을 통해 비극 재발을 막아달라”고 호소했다. 인천=뉴시스 


“전세사기를 당한 피해자에겐 집이 감옥이 되고, 무덤이 됐습니다. 집 걱정 없는 하늘에서 편히 쉬시길 바랍니다”

6일 오후 7시 인천 미추홀구 주안역 앞에서 열린 ‘전세사기 피해자 추모식’에 모인 시민들 이같이 쓰여진 손팻말과 촛불을 들고 있었다. 이른바 ‘미추홀구 건축왕’에게 전세사기를 당했던 30대 피해 남성 A 씨를 추모하기 위한 자리였다. 추모식에 참석한 전세가기 피해자 김모 씨(36)는 “A 씨가 대출을 얻어 마련한 전세금 7000만 원을 하루아침에 잃은 후 매일 우울감과 고통을 호소했다”며 “실질적인 대안 마련을 통해 비극이 반복되는 것을 막아야 한다”고 했다.

‘건축왕’ 일당은 지난해 1~7월경 인천 미추홀구 일대에 소유한 주택 중 163채가 경매에 넘어갈 것을 예상하고도 권리 관계를 숨기고 전세 계약을 맺어 피해자들로부터 보증금 약 126억 원을 가로챈 혐의를 받는다. 인천경찰청 광역수사대는 지난해 8월 전담팀을 구성한 후 현재까지 일당 59명을 붙잡아 핵심 관계자 10명을 검찰에 송치했다. 경찰 관계자는 “남은 49명도 혐의가 입증되는 대로 검찰에 송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3일 오후 인천 미추홀구 한 빌라 현관문에 ‘임의 경매 중지, 전세보증금 반환’이라는 문구가 붙어 있다. 지난달 28일 ‘미추홀구 건축왕’ 전세사기 피해자 A 씨가 숨진 채 발견된 곳이다. 빌라에 거주하는 또 다른 전세사기 피해자들은 “피해를 입어도 복구할 대책이 없으나 너무 막막하다”고 하소연했다. 최재원 채널A 기자



수사는 진행되고 있지만 전세사기 피해자들의 상흔은 그대로 남아있었다. 3일 오후 A 씨가 거주하던 인천 미추홀구 집 현관문에는 ‘임의경매 중지, 전세보증금 반환 및 구제방안 촉구’라는 문구와 함께 경찰의 출입금지 표식이 붙어있었다. 이 빌라에 살던 피해자 B 씨는 “A 씨가 저녁마다 신세를 한탄하며 ‘죽고 싶다, 살기 싫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살았는데 무슨 심정이었을지 십분 이해가 간다”며 “딱히 피해를 복구할 대책도 없으니 너무 막막하다”고 하소연했다.

빌라 인근 부동산 4곳은 굳게 문이 닫혀있었다. ‘건축왕’ 일당의 범죄에 가담한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고 있었기 때문이다. A 씨가 살던 곳에서 100m가량 떨어진 곳에 있던 한 부동산 관계자는 “7개월 동안 전세사기 피해자들로부터 항의 전화가 하루에 수십 통씩 온다”며 “매물을 묻는 손님은 거의 없고 피해구제 방법을 알려달라는 전화만 늘어나 정상적인 업무가 불가능하다”고 토로했다.

미추홀구 전세사기피해대책 위원회에 따르면 지난달 현재 전세사기를 당한 미추홀구 3107가구 중 2020가구(65%)에 대해 경매가 진행 중이다. 안상미 미추홀구 전세사기피해대책 위원장은 “정부는 6500만 원 이하 전세 보증금만 최우선 변제하거나 전세 자금을 낮은 이율로 대출해주는 등 근본적인 해결책과 거리가 있다”고 지적했다.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피해자 의견을 경청하고 부처 협의를 통해 부족한 지원책을 보강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이승우 기자 suwoong2@donga.com
최재원 채널A 기자
손준영 기자 hand@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