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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트로 타고 돌아온 그때 그 빵… 그때 그 CM송

입력 | 2023-03-08 03:00:00

[이주의 PICK]식품업체들, 복고 열풍에 추억의 상품 재출시
주재료 앞세운 70년대 스타일 신제품 작명에
엽기토끼로 인기 끈 마시마로 마케팅도 유행
“추억에 새로운 감각 입힌 뉴트로 열풍”



던킨이 내놓은 ‘허니 글레이즈드 약과’.


구관이 명관인 건가요? 오래전 유행했던 것들이 더 이상 촌스럽게 느껴지지 않습니다. 아니, 촌스럽지 않은 정도를 넘어 오히려 ‘힙함’의 대명사가 되고 있습니다. 몇 년째 사그라들지 않는 레트로 열풍 때문인데요. 특히 식품업계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다양한 레트로 상품을 내놓으면서 기성세대에게는 반가움과 향수를, MZ세대에게는 신선함과 새로움을 선사하고 있습니다.

편의점으로 먼저 가볼까요. 한 편의점에서 출시된 ‘고대1905사과패스츄리’와 ‘연세우유생크림빵’ 때문에 고려대·연세대의 자존심을 건 경쟁이 시작됐습니다. 재학생뿐만 아니라 졸업생에게도 이 대결은 관심을 받고 있습니다. 매년 정기 대항전을 즐기면서 두 학교 학생들이 각각 고대빵과 연세우유를 먹었던 추억의 전통을 떠올리게 하기 때문이죠. 연세빵은 1월까지 누적 판매량 2000만 개를 돌파했고, 고대빵도 출시 이후 하루 평균 1만8000개씩 팔리고 있다고 합니다.

요즘은 마케팅 부문 직원들도 ‘그때 그 시절’ 선배들의 히트작을 열심히 참조하고 있나 봅니다. 치킨 프랜차이즈 BBQ는 지난해 말 2006년 배우 신애라의 광고에 등장했던 ‘CM송’을 부활시켰습니다. 음원 마케팅 차원에서 ‘올리브와 치킨이 만나 기분이 좋아’로 시작하는 CM송을 오마주한 건데요. 레게풍으로 재해석했습니다.

원재료를 제품명에 사용하는 ‘레트로풍 작명법’도 요즘 다시 주목받고 있습니다. 초코파이·바나나맛우유 등 1970년대부터 스테디셀러로 자리매김한 상품들은 주재료를 제품명으로 내세우는 방식의 작명법을 즐겨 썼는데요. 요즘 신제품들도 이런 복고풍 느낌의 제품명을 즐겨 씁니다. 지난해 8월 출시한 농심의 ‘라면왕 김통깨’는 김과 통깨를 넣은 건면입니다. 지난해 10월 오리온이 출시한 ‘비쵸비’는 비스킷·초콜릿·비스킷의 준말이고, 농심의 ‘배홍동 비빔면’도 배·홍고추·동치미를 갈아 넣은 제품이라고 합니다.

식품업체들이 레트로 열풍에 발맞춘 상품을 잇달아 선보이고 있다. 왼쪽부터 추억의 캐릭터 마시마로를 이용한 제품을 선보인 카스와 스파오, 복고풍으로 작명한 농심의 ‘라면왕 김통깨’. 각 사 제공 

레트로는 콜라보에서도 핫한 소재입니다. 계묘년을 맞아 추억의 토끼 캐릭터인 ‘마시마로’는 유통업계에서 뜨거운 러브콜을 받고 있습니다. ‘엽기토끼’란 애칭으로 사랑받은 마시마로 다들 아시죠? (아마도 여기서 세대가 갈릴 테죠.) 오비맥주 ‘카스 화이트’는 마시마로 홍보 영상과 한정판 굿즈를 출시하는 등 마시마로 마케팅에 나섰습니다. 패션 브랜드 스파오는 마시마로 파자마를 출시했고, 커피 프랜차이즈인 엔제리너스는 한정판 딸기 음료와 인형, 컵 등 관련 굿즈를 선보였습니다.

할매니얼(할머니 세대 취향을 선호하는 밀레니얼 세대) 트렌드도 레트로 열풍을 만나 더 큰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특히 전통 식재료를 MZ세대가 선호하는 고소하고 달달한 맛으로 재해석한 뉴트로 제품이 잇따르고 있습니다. 비알코리아가 운영하는 던킨은 1월 시즌 상품으로 ‘허니 글레이즈드 약과’를 내놨는데요. 출시한 지 11일 만에 판매량 20만 개를 달성하자 상시 판매 제품으로 전환해 판매 중입니다. 스타벅스와 농심은 각각 ‘블랙 햅쌀 고봉 라떼’와 ‘콩고물옥수수깡’을 올해 1월에 출시했습니다.

유행은 10년, 20년마다 다시 돌아온다는 말이 있습니다. 요즘 식품 업계 트렌드를 짚어 보면 맞는 말 같습니다. 물론 시간이 흐르며 우리가 달라졌듯이, 복고 역시 새 시대의 감각을 입고 왔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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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승준 기자 ohmygod@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