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 NOW] 쿠팡, 대만 진출 후 로켓배송 시작… 네이버, 미국판 ‘당근마켓’ 인수 중국 셀러 앞세운 아마존 위협에 국내 이커머스 해외 진출에도 속도
대만 쿠팡에서는 신라면을 로켓배송으로 받아볼 수 있다. 네이버는 전 세계가 경기 침체 우려로 운신의 폭이 줄어들고 있는 와중에 16억 달러를 투자해 미국판 당근마켓인 포시마크를 인수했다. 국내 이커머스 양대 산맥인 쿠팡과 네이버가 해외 진출을 적극 모색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답은 크로스보더 이커머스의 성장에 있다. 크로스보더 이커머스를 쉽게 설명하면 직구와 역직구다. 직구는 소비자들이 진입하기에 허들이 높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직구를 하는 이유는 저렴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국내 공식 홈페이지에 670만 원인 LG전자 올레드 evo TV(OLED77C2SNC)를 미국에서 직구할 경우 온라인 최저가 기준 약 388만8000원이다. 관세, 부가가치세, 배송비를 포함한 금액이다.
가격 이점이 있어도 여전히 큰 문제는 배송 시간이다. 그런데 직구인데 배송 시간을 단축할 가능성을 보여준 기업이 있다. 아마존이다. 아마존은 11번가와 손잡고 2020년 11월 한국 진출을 공식화했다. 이들은 빠른 직구를 구현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아마존 저팬이 일본 전역에 이미 대규모로 구축해둔 물류센터를 전진기지로 활용할 수 있다. 한국인이 주로 직구하는 상품을 국내 11번가 물류센터에 미리 재고로 확보해두고 당일 배송하는 서비스도 가능하다. 참고로 아마존은 유럽 등 전 세계 글로벌 아마존 스토어를 운영할 때 현지 물류 인프라를 직접 확보해 진출한 바 있다.
미국 아마존닷컴 톱 2000개 품목을 판매하는 셀러들은 대부분 중국 셀러다. 이미 2022년 8월 기준으로 아마존닷컴 내 톱 셀러들의 59.3%가 중국 셀러다. 같은 기간 아마존 유럽 법인들은 60% 안팎이며, 다른 법인들도 50%대 안팎이다. 아마존은 중국을 상품 공급 시장으로 여기고 중국 셀러들이 전 세계로 침투하게 유도한 것이다.
대한민국의 대중국 무역 의존도는 약 20.5% (2022년 11월 기준)로 가장 높다. 산술적으로 아마존을 통해 중국 셀러들이 한국에 입성하면 20.5%에 해당하는 대중국 수입업자들의 피해가 불가피하다. 국내 셀러 기반의 국내 이커머스 기업들도 피해를 입는다. 국내 셀러들 역시 공산품을 중국에서 수입해 쿠팡에 입점 판매하는 경우가 많은데, 중국 제조사들이 아마존을 통해 한국 직판로가 열리게 되면 중간 유통 과정을 거치지 않아도 된다.
쿠팡은 로켓직구 중국 서비스로 대응에 나섰다. 하지만 쿠팡의 중국 로켓직구는 아마존의 국내 진입을 방어하는 수준에 그친다. 상품을 판매하는 셀러가 한국인에서 중국인으로 바뀌었을 뿐 쿠팡의 거래액이 늘어나진 않기 때문이다. 가뜩이나 국내 이커머스 시장은 이미 포화상태에 다다랐다. 결국 해외에서 새로운 거래액을 만들어야 하기 때문에 쿠팡은 대만에 직접 진출했다.
네이버도 마찬가지 이유로 해외에 진출했다. 접근 방법은 쿠팡과 상이하다. 쿠팡처럼 물류에 대한 공격적 투자로 이커머스 저변을 넓히는 전략 대신에 대륙별로 굵직한 중고거래 플랫폼들을 인수하고 있다. 전 세계를 네이버라는 커뮤니티로 묶겠다는 전략이다. 한국의 크림, 일본의 조조타운, 미국의 포시마크, 유럽의 베스티에르 콜렉티브와 왈라팝을 연결하는 것이다. 네이버의 C2C 글로벌 생태계가 구축되면 미국에서 한정판으로 발매된 나이키 조던 신발을 구매한 사람은 포시마크를 통해 전 세계 네이버 소비자와 거래가 가능해진다. 파리 한정판으로 발매된 샤넬 백은 베스티에르 콜렉티브를 통해 한국의 크림 유저가 구매할 수도 있다. 이렇게 될 경우 네이버는 유저를 끌어들이는 플랫폼 역할만으로 전 세계 소비자 대상의 크로스보더 이커머스를 구축할 수 있다.
유승우 SK증권 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