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서 태어나 사육해야 USA 라벨 반도체-전기차 이어 자국 우선주의 中, 홍콩서도 국적 순혈주의 강조 BNO 소지자 전국인대 대표 불허
바이든
신(新) 패권 경쟁이 치열한 미국과 중국의 애국주의 행보가 두드러지고 있다. 조 바이든 미 행정부는 반도체, 전기차에 이어 축산업까지 미국 현지에서 생산된 제품에 이익을 주는 ‘바이 아메리카(Buy America)’ 정책이 적용될 수 있음을 시사했다.
연례 최대 정치 행사 ‘양회’(전국인민대표대회와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를 치르고 있는 중국은 ‘영국해외시민(BNO) 여권을 소지한 홍콩인’의 전국인민대표대회(전국인대·국회 격) 대표 선출을 불허했다. 양국이 ‘자국 우선주의’를 고취하면서 미중 갈등을 버텨낼 힘을 찾고 있는 것이다.
● 美, ‘미국산’ 소 돼지 닭 기준 강화
AP통신 등에 따르면 미 농무부는 6일 육류, 가금류, 계란 등의 ‘미국산(Made in USA)’ 라벨 부착 기준을 강화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지금까지는 외국에서 길렀어도 미국에서 도축하거나 재포장한 소, 돼지, 닭 등에도 붙일 수 있었던 미국산 라벨을 앞으로는 반드시 미국에서 태어나 사육 도축 가공된 제품에만 부착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현재 미국에서 소비되는 육류 및 가금류의 6%가량은 호주 캐나다 브라질 등에서 온 외국산이다. 미국산 표기가 된 육류, 가금류, 계란은 전체 12%에 이르나 어떤 과정을 거쳐 미국산이 됐는지는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이 때문에 미 축산업자들은 소비자 혼란, 제품 가격 상승 등을 이유로 원산지 표기 기준 강화를 촉구해 왔다.
이번 조치는 우크라이나 전쟁에 따른 사료값 상승 등으로 큰 타격을 받은 미 축산업자를 보호하려는 취지다. 이를 통해 다음 달 재선 도전이 예정된 바이든 대통령이 축산 유권자를 끌어안으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곽노성 동국대 국제통상학과 명예교수는 “애그플레이션(농산물 가격이 주도하는 물가 상승) 이후 세계적으로 식량 안보에 관심이 높아졌다”며 “이번 조치도 그에 따른 미 농축산업 보호의 일환으로 해석된다”고 진단했다.
● 中, ‘이중 국적 전국인대 대표 불허’
시진핑
1840년 아편전쟁 이후 홍콩을 통치한 영국은 중국 반환(1997년 7월 1일) 이전에 출생한 홍콩 사람에게는 BNO 여권을 발급해 줬다. 이 여권으로는 당초 영국에서 6개월간 체류할 수 있었다.
이번 불허 조치는 홍콩에서 지도층에 이어 입법 분야까지 이중 국적을 금지하며 중국 국가주권을 공고히 하려는 시도로 풀이된다. 중국 본토에서도 이중 국적은 엄격히 금지된다. 양갑용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책임연구위원은 “국가 사무를 다뤄야 하는 전국인대 대표의 정체성 차원에서 BNO는 용납할 수 없는 문제”라고 설명했다. FT는 BNO 여권 포기 자체가 홍콩인의 중국에 대한 충성도를 시험하는 기준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수현 기자 newso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