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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대기업 절반 “신규 채용 계획 못 세워”… 아득한 취준생의 봄날

입력 | 2023-03-08 00:00:00

2일 서울 서초구 aT센터에서 열린 ‘2023 대한민국 채용박람회’에서 구직자들이 채용공고 게시판을 살펴보고 있다. 7일 전국경제인연합회에 따르면 올 상반기(1∼6월) 매출액 500대 기업의 54.8%가 상반기 신규 채용을 하지 않거나 계획을 세우지 못했다고 밝혀 취업시장 한파가 예상된다. 뉴스1


대기업 절반 이상은 올해 상반기에 직원을 새로 뽑지 않거나 아직 채용 계획을 세우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신규 채용을 없앤 대기업은 1년 전보다 두 배 가까이로 증가했다. 고물가·고금리 기조가 계속되고 글로벌 경기 침체, 실적 부진 등의 악재가 쌓이면서 채용 계획을 보수적으로 잡은 것으로 보인다. 극심한 취업 한파를 겪고 있는 청년 취업준비생들에게 아직도 봄은 멀어 보인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매출액 상위 500개 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했더니 아직 신규 채용 계획을 못 세운 대기업은 39.7%였고, 아예 채용 계획이 없다고 답한 기업도 15.1%나 됐다. 지난해 이맘때 상반기 채용을 하지 않겠다고 응답한 곳이 7.9%였는데, 1년 새 1.9배로 늘었다. 채용 계획이 있다는 대기업은 45.2%에 그쳤는데, 그나마도 채용 규모를 늘리기보다는 지난해와 비슷하게 유지하거나 줄이겠다는 응답이 많았다. 신입 공채를 축소하는 대신 수시 채용, 경력직 채용을 강화하는 경향도 뚜렷해지고 있다.

경기 침체를 이유로 기업들이 채용 문을 닫으면서 청년들은 사회에 첫발도 내디디지 못하고 좌절을 키우고 있다. 그나마 나오는 일자리도 겨우 비바람을 피할 수 있는 단기직이나 임시직이 다수다. 만 19∼34세 청년 10명 중 6명은 경제적 여건을 이유로 독립하지 않고 부모와 함께 살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빚을 빚으로 돌려막는 다중채무자 10명 중 3명은 30대 이하 청년층이다.

한국 사회의 미래인 청년들이 일자리를 얻지 못하고 취업시장을 전전하는 것은 장기적으로 부작용이 크다. 안정된 미래를 설계할 수 있는 양질의 일자리를 늘리기 위해 함께 나서야 한다. 정부와 정치권은 규제 혁파와 투자 지원, 노동시장 이중구조 개선을 통해 기업이 일자리를 만들기 좋은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기업들도 미래에 대비하는 인력 투자 차원에서 신규 채용을 멈추지 않아야 한다. 청년에게 더 많은 기회가 돌아가도록 노동계의 기득권 양보를 이끌어내는 것도 숙제다. 청년들이 ‘잃어버린 세대’의 좌절을 겪지 않도록 좋은 일자리를 만들어내는 것은 우리 사회 모두의 책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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