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성장하는 후불결제 서비스
김도형 경제부 기자
실제로 이 빅테크의 후불결제 서비스에 직접 가입하는 데는 채 30초가 걸리지 않았다. 매달 이용액이 빠져나갈 출금 계좌를 지정하고 생년월일 등의 개인정보를 등록하자 이용 가능한 금액을 조회하고 있다는 문구가 뜨더니 몇 초 만에 20만 원 한도의 후불결제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게 됐다. 서비스에 가입한 뒤에는 별도의 신용카드 정보 입력 없이도 간단한 지문 인증만으로 인터넷 쇼핑이 가능해졌다. 》
새로운 방식의 결제 사업 모델로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는 후불결제는 일종의 외상 거래 서비스다. 온라인 쇼핑몰에서 한 달에 최대 30만 원 한도로 상품을 구입한 뒤 다음 달에 갚으면 된다. 학생, 주부 등 기존의 신용 거래가 어려운 사람들을 대상으로 하며 대금을 갚지 못하면 연체 이자를 내야 하지만 연회비 등 별도의 이용 수수료는 없다. 국내에서는 금융위원회가 ‘혁신금융서비스’로 지정하면서 네이버파이낸셜이 2021년 첫 서비스를 시작했다.
● 신용카드보다 쉬운 ‘외상 거래’
국내의 후불결제 서비스는 고객의 신용을 바탕으로 결제 서비스를 제공하는 신용카드와 비슷하다. 하지만 고객별 결제 한도 산정 방식에는 차이가 있다. 기존의 신용카드사는 개인 소득과 신용점수 등의 금융 정보를 중심으로 결제 한도를 부여한다. 반면 후불결제는 이용자의 신용점수와 더불어 비금융 정보 등을 활용한 대안신용평가(ACSS)를 통해 결제 한도를 정한다.
금융당국은 이 같은 후불결제 서비스를 한시적으로 허용하면서 ‘금융 소외 계층 포용’을 가장 중요한 이유로 꼽았다. 금융 거래 이력이 부족해 신용카드를 발급받을 수 없었던 사회 초년생과 청년 등 이른바 ‘신파일러(Thin Filer)’도 소액의 신용거래를 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신용카드를 이용하기 힘든 신파일러는 후불결제를 위해 통신사의 소액 결제 서비스를 주로 이용해 왔는데, 가맹점 수수료나 소비자 연체 수수료가 신용카드보다 상당히 높다는 문제가 있었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은 후불결제에 일반적인 신용카드에 비해서는 훨씬 작은 결제 한도(30만 원)를 부여하면서 시범 서비스의 문을 열었다. 또 신용카드와 달리 할부 결제는 허용하지 않고 일시 납부만 가능하도록 했다. 일종의 ‘축소판 신용카드’ 서비스로 한시 운영되고 있는 셈이다.
국내에서 이런 후불결제 시장에 공들이는 것은 네이버를 비롯한 빅테크들이다. 이들이 후불결제를 자신들의 간편결제 서비스에 접목하면서 네이버파이낸셜이 2021년 4월, 토스는 같은 해 11월 후불결제 서비스를 시작했다.
● 해외서도 MZ세대 결제 수단으로 각광
서비스 시작이 아직 2년이 채 되지 않은 국내와 달리 해외에서는 후불결제가 MZ세대의 새로운 결제 방법으로 각광받고 있는 상황이다. 이용이 쉬울뿐더러 서비스 이용 수수료를 따로 내지 않아도 된다는 장점이 부각되면서다. 연회비 등이 있는 신용카드와 달리 후불결제는 소비자에게는 별도의 수수료를 부과하지 않고 대부분의 수익을 가맹점으로부터 거두는 구조다.
● 연체율 증가…“적절한 규제 고민 필요”
하지만 최근 후불결제 서비스의 지속가능성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우선 저신용자도 이용 가능한 구조로 설계된 후불결제는 신용카드 등에 비해 연체 문제에서 취약할 수밖에 없다. 임윤화 여신금융연구소 선임연구원은 “해외에서는 급성장하는 후불결제 서비스가 지불 능력이 부족한 소비자들의 과소비를 부추기고 이용자가 대금을 갚지 못하는 상황을 야기해 연체율 상승을 초래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강병원 의원실에 따르면 국내에서도 토스 후불결제 서비스의 연체율이 지난해 8월 말 1.15%에서 12월 말 3.48%로 뛰었다. 네이버파이낸셜의 연체율도 같은 기간 1.48%에서 2.14%로 상승했다. 지난해 9월 말 기준 8개 전업 카드사의 연체율이 0.84%인 점을 감안하면 2, 3배 이상 높은 것이다.
연체율을 둘러싼 논란은 2024년 2월까지 한시적으로 허가된 후불결제 서비스가 앞으로 정식 서비스로 안착하기 위해 풀어야 할 가장 중요한 과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업체들의 건전성 관리를 위해 당국이 어떤 수준의 규제를 가해야 하는지도 앞으로의 논의 과제다. 신경희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현재 카드사는 카드 수수료율, 대손충당금 등에 대한 강한 규제를 받는 반면에 후불결제 업체들에 대해서는 이런 규제가 없는 상황”이라면서도 “그렇다고 동일한 수준의 규제를 가하는 것은 신용카드보다 한도가 낮은 후불결제에 대한 과잉 규제일 수도 있기 때문에 합리적인 수준의 규제 논의가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도형 경제부 기자 dod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