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성호 작가·‘서점의 시대’ 저자
출판계 불황과 서점의 위기에 대한 우려는 꽤 일찌감치 나온 이야깃거리다. 찾아보면 약 40년 전인 1980년대 초반 신문 기사에서도 ‘끝을 알 수 없는 불황의 터널에 빠져든 서점가’라든가, ‘문 닫는 서점 늘고 있다’ 등의 내용이 심심치 않게 등장하니 말이다. 최근에는 지방자치단체별로 ‘지역서점 활성화 및 지원에 관한 조례’를 지정하고 있지만 이와 무관하게 일부 서점은 경영난에 시달리며 문을 닫고 있다.
이런 가운데 새로운 물결이 있다. 2010년대 중반을 거쳐 탄생한 새로운 형태의 서점들 이야기다. 2014년 11월 시행한 도서정가제를 계기로 탄생한 독립서점이 그것. 2015년부터 독립서점 현황을 집계해온 주식회사 ‘동네서점’에 따르면, 2022년 기준으로 전국에서 운영 중인 독립서점은 815곳이나 된다. 2015년에 97곳밖에 되지 않았던 독립서점이 8년 만에 무려 8배 넘게 증가한 것이다. 어떤 사람들은 여행 코스의 하나로 그 지역의 독립서점을 방문하기도 한다. ‘서점의 반전’은 어떻게 가능했을까.
미국의 도시사회학자 레이 올든버그는 ‘제3의 장소’라는 개념을 주창했다. 제1의 장소인 가정, 제2의 장소인 일터(혹은 학교)를 벗어나 누구나 편하게 모여 대화를 나누고 쉴 수 있는 곳이 바로 올든버그가 말한 제3의 장소다. 이를 빗대 보면 독립서점은 ‘제3의 서점’으로 볼 수 있다. ‘제1의 서점’이 책들을 진열하고 하염없이 손님이 오기를 기다리는 수동적인 서점이라면, ‘제2의 서점’은 서점의 적극적이고 사회적인 역할을 모색한다. 1980년대 대학가 앞에 자리한 사회과학서점이 제2의 서점의 대표적인 예라고 할 수 있다.
각양각색의 독립서점을 하나의 틀로 묶는다는 건 어불성설에 가깝지만 그곳들에는 공통적으로 삶에 대한 어떤 태도가 깃들어 있다. 이를테면 독립서점 운영자의 관심과 취향에 따라 특정 주제의 책을 선별한 ‘북 큐레이션’에서 삶에 대한 고민을 엿볼 수 있다. 집 안에 편하게 앉아 인터넷 서점에 접속해 당일배송 서비스로도 살 수 있게 된 책을 굳이 독립서점에 가서 산다는 것. 이는 우리가 그곳에서 책의 맥락이 어떻게 재구성됐는가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사람들 사이의 느슨한 연대도 눈여겨볼 가치다. 독립서점의 오프라인 행사(모임)에서 이루어지는 상호작용은 격식 없이 편하게 어딘가에 속한다는 안정감을 준다. 참석자들 사이에 가벼운 우정과 친밀감도 얻을 수 있다. 독립서점이 하나의 문화 현상으로 자리 잡은 것은 그곳이 취향을 공통분모로 삼은 열린 장소로 기능하기 때문이다. 파편화되고 표면적인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의 사귐들 속에서, ‘문화 아지트’ 하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마음의 든든함을 경험할 수 있지 않은가.
강성호 작가·‘서점의 시대’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