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제 화재 출동한 故성공일 소방교 임용 10개월만에 안타까운 순직 尹대통령 조전… 옥조근정훈장 추서
성공일 소방교의 빈소가 마련된 7일 전북 전주 금성장례식장에서 유족들이 영정 사진을 보며 흐느끼고 있다. 성 소방교는 주택 화재 현장에서 집 안에 있던 할아버지를 구하려다 순직했다. 전주=박영민 기자 minpress@donga.com
“생일날(16일) 같이 식사를 하기로 했어요. 뭘 먹고 싶냐고 물으니 ‘엄마 아빠 드시고 싶은 곳으로 예약하라’고 했는데….”
7일 오후 전북 전주 금성장례식장. 고 성공일 소방교(30·사진)의 아버지는 아들의 영정 사진을 바라보며 연신 눈가를 훔쳤다. 그는 동아일보 기자에게 “어렵게 소방공무원에 합격하던 날, 밝게 웃던 아들 모습이 아직 눈에 선하다. 더 볼 수 없다는 현실이 믿기지 않는다”며 울먹였다.
성 소방교는 전북 김제소방서 금산119안전센터에 근무하는 10개월 차 새내기 소방관이었다. 그는 6일 오후 8시 33분경 여느 때처럼 신고를 받고 김제시 금산면의 주택 화재 현장에 출동했다. 출동 후 현장에 있던 할머니로부터 “할아버지가 안에 있다”는 말을 듣고 뒤도 돌아보지 않고 불길에 휩싸인 목조주택 안으로 뛰어들었다.
성 소방교의 빈소가 마련된 금성장례식장에는 종일 침통한 분위기가 감돌았다. 출근길 인사를 한 지 불과 몇 시간 만에 주검으로 돌아온 아들을 맞은 부모는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연신 흐느꼈다.
성 소방교는 대학 소방 관련 학과에 입학하면서 소방관의 꿈을 키웠다고 한다. 어려운 상황에 놓인 사람을 보면 그냥 지나치지 못했던 평소 성격과도 맞아떨어지는 직업이었다. 소방관 시험에선 3번 낙방한 끝에 4번째 합격해 지난해 5월 임용됐다. 성 소방교의 아버지는 “착실하고 주관이 뚜렷한 아들이었다. 최근엔 틈틈이 시간을 내 승진 시험 공부를 하겠다고 했다”며 고개를 떨궜다.
동료들도 안타까움을 숨기지 못했다. 송현호 금산119안전센터장은 “막내인데도 평소 성실하고 책임감이 매우 강했다. 화재, 인명 구조 현장에서 늘 남보다 앞서 행동했는데 애통하기 그지없다”고 했다. 사고 소식을 듣고 달려왔다는 고교 동창 노모 씨(30)는 “무슨 일이 있을 때 먼저 손을 들고 나서는 적극적인 친구였다. 그래서 구해 달라는 요청을 거절할 수 없었을 것”이라며 눈시울을 적셨다.
성 소방교의 순직 소식을 들은 윤석열 대통령은 7일 조전을 보내 “장래가 촉망되는 젊은 소방관을 화마 속에서 잃어 안타까운 마음을 금할 길이 없다”며 “화재 현장에 고립된 사람이 있다는 말을 듣고 망설임 없이 불길로 뛰어들었던 고인의 헌신을 결코 잊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에쓰오일(S-OIL)은 성 소방교의 희생을 애도하는 뜻을 담아 유족에게 위로금 3000만 원을 전달하겠다고 밝혔다. 정부는 성 소방교의 희생과 투철한 사명감을 기리기 위해 이날 옥조근정훈장을 추서했고 전북도는 ‘소방사’에서 ‘소방교’로 1계급 특진시켰다. 장례는 전북도청장으로 치러지며 영결식은 9일 김제청소년농생명센터에서 엄수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