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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문학번역 신인상, 올해부터 “기계와 공동번역 불가”

입력 | 2023-03-08 03:00:00

작년 파파고 활용 수상 논란 계기
한국문학번역원 “윤리성 강화 필요”
응모 자격에 ‘AI 불허’ 추가하기로




“기계와의 공동 번역은 불가하다.”

한국문학번역원이 조만간 발표할 ‘2023 한국문학번역상 번역신인상’ 공모 요강에 이 같은 요건을 추가할 예정이라고 7일 밝혔다. 앞으로 번역신인상 응모자는 인공지능(AI) 번역기의 도움을 받아 번역한 작품을 제출해선 안 된다는 것이다.

번역원은 이날 홈페이지를 통해 지난달 21일 열린 번역신인상 제도 개선 자문회의 결과를 공개했다. 번역원은 ‘기계와의 공동 번역’ 불허 방침에 대해 “신진 번역가를 발굴하고, 이들이 번역을 지속할 계기를 제공하자는 상의 취지에 맞게 윤리성 강화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번역신인상은 번역가로서의 자질과 역량을 검증하는 첫 시험대인 만큼 AI 번역은 배제돼야 한다고 본 것이다.

이번 응모 요건 개정은 2022 번역신인상 웹툰 부문 수상자인 일본의 40대 주부 마쓰스에 유키코 씨가 수상 작품(국내 웹툰 ‘미래의 골동품 가게’) 번역에 AI 번역기인 ‘파파고’를 일부 활용했다는 논란이 일면서 이뤄졌다.

당시 마쓰스에 씨는 “파파고는 사전 대용으로 사용했을 뿐이고, 논문 자료 등을 조사해 맥락을 파악한 뒤 작품 흐름에 맞춰 번역했다”고 해명했다. 번역원도 재심을 거쳐 마쓰스에 씨의 수상을 그대로 인정했다. 번역원은 “외부 자문위원 3명으로 구성된 재심의위원회의 검토 결과 (마쓰스에 씨의 번역 작품에는) 한국의 전통 무속문화를 알기 위해 자료 조사를 풍부하게 하고 과도한 의역을 삼가기 위해 반복해 수정하는 등 상당한 노력을 기울이고 문화적 이해를 하기 위해 애썼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번역원은 논란을 계기로 전문가 5명으로 구성된 외부 자문단 회의를 거쳐 AI 번역기를 사용한 작품의 출품을 금지하기로 했다. 하지만 새로운 요강의 실효성이 떨어질 것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정영목 이화여대 통번역대학원 교수는 “번역가로서의 자질을 평가하기 위해 AI 번역을 배제하려는 것은 이해할 수 있지만 응시자가 AI 번역기를 사용한 후 여러 번 다듬어 티가 나지 않는 경우 현실적으로 이를 어떻게 가려낼 수 있을지는 의문”이라고 했다. 번역원은 5월 26일 ‘AI 번역 현황과 번역의 미래’를 주제로 학술대회를 열어 AI 번역의 수용 범위와 활용 가능성을 논의할 예정이다.

최훈진 기자 choigiz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