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세대 학력저하 영향”
지난해 우리나라 초중고교생 중 초등생의 사교육비가 가장 많이 뛴 것으로 나타났다. 과목별 조사(예체능 제외)에서는 국어 사교육비 상승률이 1위였다. 사교육비 총액은 2007년 관련 조사 이래 최고치를 기록했다.
교육당국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시국에 대면수업 대신 원격수업이 늘면서 학력 저하로 이어지자 학생과 학부모가 사교육으로 몰린 것으로 분석했다.
사교육 참여율도 78.3%로 최고치를 나타냈고, 특히 초등생은 10명 중 8명 이상(85.2%)이 사교육을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 학력저하에 사교육 몰려… 초등생 1인 월평균 37만원
사교육비 26조 역대 최대
초중고생 78% 사교육… 초등은 85%
국어 증가율 가장 커… 영-수 뒤이어
“마스크 착용, 언어 지연 우려 반영”
교육부, 9년 만에 대책 마련 나서
경기 고양시에서 초4 자녀를 키우고 있는 한 학부모는 “아이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유행 기간 집에 있는 시간이 길어지다 보니 스마트폰에 너무 익숙해져 학교 수업을 따라가기 힘들어했다”며 “지금 따라잡지 못하면 앞으로 더 어렵다기에 지난해부터 독서 논술 학원을 보냈다”고 말했다.
● 코로나19로 언어 습득 늦어지자 국어 사교육
2019년 말 시작된 코로나19가 장기간 이어지면서 전국 대부분 초중고교에서는 정상적인 수업이 이뤄지지 못했다. 그 결과, 학생들의 학력이 저하되면서 학부모들은 사교육으로 몰려들기 시작했다. 이번 조사에서 특히 초등생이 사교육비 총액과 참여율 모두 가장 많이 늘었다. 초중고교로 이어지는 12년 교육과정에서 ‘출발선’부터 학습 결손을 제대로 보완해야 한다는 학부모들의 우려가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일반 교과 중에서 국어 사교육비가 가장 큰 폭으로 증가했다. 국어는 읽기, 듣기, 말하기, 쓰기 등 언어 전반과 관련된 과목이다. 일각에서는 어린 아동들이 코로나19 유행 기간 마스크를 오래 착용한 탓에 친구끼리 말할 때 입 모양 읽기 등 의사소통에 어려움을 겪었다는 지적이 나왔다. 교육부 관계자는 “코로나19 장기화로 언어 습득 지연, 문해력 결손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국어 사교육 수요가 커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 학생 줄어도 사교육비 증가… “정시 확대도 원인”
교육계에서는 올해 대학 입시부터 서울 소재 16개 대학의 정시 선발 비율이 40% 이상으로 확대되면서 사교육비 상승을 부추겼을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배상훈 성균관대 교육학과 교수는 “대학수학능력시험 성적으로 뽑는 정시는 사교육의 영향력이 특히 큰 전형”이라며 “수능 전형이 올해 입시부터 확대되면서 고소득층 등이 반응해 사교육이 확대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학령인구는 줄고 있지만, 사교육비는 계속해서 증가하는 추세다. 지난해 초중고교생 수는 2021년과 비교해 4만 명이 줄었지만 사교육비 총액은 2조5380억 원 늘었다. 전문가들은 사교육 수요를 공교육이 흡수하지 못한다면 사교육비는 계속 오를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제영 이화여대 교육학과 교수는 “수요자 맞춤형 방과후 학교 등 사교육으로 향하는 학생들을 되돌아오도록 하는 대책이 나와야 한다”고 지적했다. 교육부는 “상반기(1∼6월) 중 사교육비 경감 방안을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교육부는 박근혜 정부 때인 2014년 이후 9년 동안 사교육비 대책을 마련하지 않았다.
조유라 기자 jyr010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