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일 서울 시내 한 은행 영업점에 대출 금리 안내 현수막이 게시돼 있다. 2023.3.6/뉴스1
금융당국이 고금리 속 ‘이자장사’를 누린 은행들의 금리산정 체계를 고치려 칼을 빼든 가운데, 대출 가산금리를 정하는 세부 항목이 도마위에 올랐다. 그간 은행들은 ‘수익자부담원칙’을 이유로 대출 시 보증기관 출연료, 교육세 등 법적 비용을 소비자에게 전가해왔다. 하지만 높은 이자로 차주들이 힘겨워 하는 상황에서 과거 영업 관행 유지는 무리라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 은행들은 지난해 업권 모범규준 개정으로 올해부터 법적 비용에서 예금보험료(예보료), 지급준비 예치금(지준금) 등을 제외한 상황이다.
8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당국은 지난달부터 출범한 은행권 경영·영업 관행·제도 개선 태스크포스(TF)에서 대출 가산금리 관련 항목을 전반적으로 점검하고 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전반적인 은행의 대출 가산금리 체계를 살피는 상황이며, 이런 방향에서 가산금리 속 법적 비용 조정 가능성도 살피고 있다”고 말했다.
이중 법적 비용은 은행들이 자체 조정하기 어려운 부분이다. 은행이 세금이나 다른 기관에 내는 항목이기 때문. 보증기관 출연로는 과거부터 신용보증기금 등 보증기관이 중소기업의 채무를 보증할 목적으로 은행에서 별도로 은행에서 징수해왔다. 출연료 부담을 비용으로 인식한 은행들은 이를 대출 가산금리에 포함해 최종 대출금리로 산정하고 있다. 차주가 보증서대출을 이용할 때 부담하는 보증수수료와는 별도다.
또한 교육세도 지속해 조정이 필요하다고 지적된 부분이다. 교육세법에 따르면 납부 대상은 금융·보험업자로 규정돼 있지만, 은행들은 대출을 통한 수익자가 차주라는 이유에서 대출 가산금리에 교육세를 포함해왔다.
숱한 지적에도 은행들은 법정 비용을 바꾸지 않았으나, 지난해 은행연합회는 ‘대출금리 모범규준’을 개정해 직전까지 법적 비용으로 분류했던 예보료와 지준금을 올해부터 가산금리 항목에서 제외하기로 했다.
또한 김주현 금융위원장이 지난달 26일 한 방송에서 “은행이 가산금리를 낮출 경우 대출금리가 오르지 않거나 내려갈 수 있는 여지가 더 생길 수 있다”고 언급하는 등 당국도 은행 대출 가산금리 조정에 대한 압박을 높이고 있다.
법적 비용이 크지 않아 이를 삭제한다고 해도 대출금리가 크게 떨어질 여지도 적기에 당국의 생색내기에 그칠 수 있다고도 말한다. 은행들의 법적 비용 조정은 결국 소비자 비용으로 돌아가기에 ‘조삼모사’에 그칠 것이라는 시각도 나온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법적 비용은 다른 기관 또는 세금으로 내는 영역이기에 해당 항목을 없애더라도 결국 누군가는 비용을 부담해야 하는 구조로, 은행이 내면 결국 영업비용으로 고객 금리에 반영될 것”이라며 “금리도 상품의 일종이다. 예보료와 지준금도 대출금리 대신 예금금리에 반영된 것처럼 무리한 조정은 조삼모사에 그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