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학기를 맞아 자녀의 학교생활과 교우관계에 관심을 갖는 부모들이 많다. 자녀가 학교폭력에 연루 됐을 때 부모가 자녀의 감정을 돌보고, 공격성을 조절하는 방법은 어떤게 있을까. 8일 뉴시스는 김효원 서울아산병원 소아정신건강의학과 교수를 통해 정리해봤다.
교육부의 ‘2022년 1차 학교폭력 실태 조사’에 따르면 초등학교 4학년부터 고등학교 3학년 학생 321만명 중 학교폭력 피해를 입었다고 답한 학생은 1.7%로 5만명을 넘었다. 학교폭력 유형은 언어폭력이 41.8%로 가장 많았고, 신체폭력 14.6%, 집단따돌림 13.3% 순이었다.
자녀가 학교에서 괴롭힘을 당하는 것 같을 때 부모는 아이가 놀라고 불안해 하지 않도록 허둥대거나 당황해선 안 된다. 또 아이를 다그치고 추궁하거나 비난하지 않도록 주의하고 아이가 괴롭힘을 당한 상황과 그 때의 감정을 말로 표현할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한다.
김 교수는 “불면이나 우울, 감정기복, 불안, 공황 같은 증상이 생길 수 있어 부모는 아이의 행동에 조금이라도 변화가 있는지 잘 관찰해야 한다”면서 “특히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는 만성화되고 복잡한 형태로 나타날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사건과 관련된 생각이 끊임없이 들고 사건과 관련된 이야기를 하는 것을 회피하는 증상들이 나타날 수 있다. 부정적인 생각과 기분이 지속되고 예민해지거나 짜증이 많아지는 등 심한 감정 기복을 보이기도 한다. 두통이나 복통, 어지러움 같은 신체적 증상이 나타나기도 하는데, 병원에서 검사를 해봐도 특별한 이상이 나오지 않는 경우가 많다.
자해나 자살 시도를 반복하는 경우도 있다. 부모가 이를 ‘버릇없다’, ‘꾀부린다’, ‘꾀병이다’라고 여기면 아이의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를 더욱 악화시킬 수 있다. 아이가 겪는 자기 손상감, 무기력함, 우울감, 외로움을 말로 표현할 수 있도록 해주고, 부모가 아이를 이해하고 도와주려고 애쓰고 있다는 것을 알도록 해주는 것이 필요하다.
아이가 자해를 하거나 죽음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을 세운 적이 있는지도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만약 아이에게 일상 활동에 지장이 초래될 정도의 증상이나 자해 충동이 있는 경우, 부모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이런 증상이 개선이 되지 않는 경우에는 바로 전문가에게 도움을 요청해야 한다.
자녀가 친구를 괴롭혔다면 부모는 아이의 공격의 원인이 연령대별로 다른 점을 감안해 감정을 잘 조절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것도 중요하다.
초등학교 저학년이라도 공격적인 성향을 그대로 가진 채 자라게 되면 다른 아이들에게 더 심각한 가해를 할 우려가 있기 때문에 조기에 교정이 필요하다. 무조건적인 허용이나 방임, 혹은 지나친 속박을 하면 오히려 행동을 교정할 기회를 놓쳐 아이가 더 지나친 가해를 하게 될 우려가 있다.
초등학교 고학년, 중고등학생 시기 발생하는 학교폭력은 원인이 다양하다. 부모의 양육 방식이나 가족 관계에서 빚어질 수도 있고 공격성과 충동성, 불안과 우울증은 높은 반면 자아 존중감과 자기 통제력이 낮아서 일 수도 있다. 교사와의 관계나 학교 분위기의 영향을 받을 수도 있다. TV나 유튜브 등 미디어의 영향도 무시할 수 없다.
공격적인 행동의 가장 근본적인 원인은 아이의 마음 속에 내재된 공부, 또래관계, 미래 등에 대한 불안감에서 비롯된다. 중고등학생 시기에 발생하는 학교폭력의 정도가 심해지지 않도록 초기부터 아이의 ‘불안한 마음’을 가족과 사회가 잘 알아차리고, 이를 조절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중요하다.
부정적인 감정을 구체적인 언어로 표현하도록 가르치는 것이 도움이 된다. 또 화가 나는 순간 스스로를 진정시킬 수 있는 아이만의 방법을 함께 찾아야 한다. 복식 호흡을 하며 숫자를 1부터 10까지 천천히 세어보거나, 음악을 듣거나, 달리기를 하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다. 잘못된 행동의 경우 단호하고 분명한 태도로 교육해야 한다.
공격성을 보이는 아이 중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ADHD)나 반항성 도전장애, 불안장애와 같은 정신건강 문제가 있는 경우가 많아 적절한 치료를 하는 것도 중요하다.
김 교수는 “아이의 공격성이 ADHD나 불안, 우울에서 비롯됐다면 공격성을 조절하기 위한 약물치료도 도움이 된다”면서 “사회성, 감정조절, 분노조절 능력을 키우기 위한 사회 기술 훈련이나 분노조절 프로그램도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