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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정부 공세’ ‘민생 행보’ ‘지지층 결집’…이재명, ‘리더십 재건’ 가능할까[고성호 기자의 다이내믹 여의도]

입력 | 2023-03-08 14:00:00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지난 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강제동원 정부해법 강행규탄 긴급 시국선언’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도대체 이 정부는 어느 나라 정부입니까?”

지난 6일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확대간부회의. 이재명 대표는 “가히 삼전도 굴욕에 버금가는 외교사 최대 치욕이자 오점이 아닐 수 없다”며 이 같이 말했다.

이 대표는 제3자 변제 방식의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 해법과 관련해 “박근혜 정권 몰락의 단초가 되었던 위안부 졸속 협상을 타산지석으로 삼기 바란다”며 “민주당은 일본 전쟁범죄에 면죄부를 주려는 모든 기도를 결코 좌시하지 않겠다. 국민과 함께 강력하게 맞서겠다”고 말했다.

정부는 이날 ‘강제징용 대법원 판결 관련 정부 입장 발표문’을 통해 행정안전부 산하 ‘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을 통해 판결금 및 지연이자를 지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 대표는 7일 국회에서 열린 ‘강제동원 정부해법 강행규탄 긴급 시국선언’에도 참석했다.

그는 “국가는 굴종을 하고, 국민은 굴욕을 느끼고, 피해자는 모욕을 느끼고 있다. 해법이 아닌 새로운 문제를 만든 것”이라며 “민주당은 윤석열 정부의 반역사적이고 반인권적이고 반국가적인 야합에 대해서, 일방적 선언에 대해서 끝까지 국민과 함께 싸우겠다”고 말했다.

체포동의안 표결 과정에서 ‘무더기 이탈표’가 발생하면서 리더십의 위기를 맞은 이 대표가 윤석열 정부 때리기에 화력을 집중하며 국면 전환을 시도하고 있다. 정부의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 해법과 관련해 대정부 공세를 통해 선명성을 드러내며 당 내홍을 돌파하려는 포석으로 풀이된다.

이 대표는 8일에도 “윤석열 정권의 굴욕적인 강제동원 배상안에 국민의 분노가 뜨겁다. 정부 배상안은 사실상 대일항복문서”라며 “일본 입장에서는 최대의 승리이고 대한민국 입장에서는 최악의 굴욕이자 수치이다. 친일 매국 정권이라고 지적해도 할 말이 없을 것”이라고 각을 세웠다.

이 대표는 민생 챙기기에도 본격적으로 나서고 있다. ‘대안 야당’을 앞세워 내부 결속을 다지는 동시에 리더십을 재건하기 위한 포석으로 풀이된다. 또한 민생 행보를 통해 당 지지율을 반등시키려는 전략이 깔려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이 대표는 7일 경기도 안양에 있는 한 사우나 업체를 방문해 에너지 요금 급등에 따른 소상공인들의 고충을 듣고 지원 방안 등을 논의했다.

그는 이 자리에서 “난방비, 전기요금, 수도요금 등 공공요금 부담 때문에 가게를 문 닫아야 될 처지가 됐다는 안타까운 상황이라 가슴 아프다”며 “민주당은 소상공인들의 임대료, 에너지 비용을 지원하는 특별법을 준비하고 있다. 민생예산 30조 원을 증액해서 정부에 요구하고 협의해서 정부 지원을 이끌어내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운데)가 지난 7일 경기도 안양에 있는 한 사우나 업체에서 열린 소상공인 에너지 지원법 관련 현장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안양=뉴시스



이 대표는 6일 민주당 을지로위원회 백서 전달식에서도 “백서의 두께가 앞으로 두 배, 세 배로 계속 늘어나게 되고 그래서 민생 법안이 개선되고 민주당의 역할도 점점 커지는 좋은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 5일에는 인천 현대시장 화재 현장을 찾았다.

그는 9일 국회에서 열린 학교폭력 근절 및 피해자 회복지원을 위한 간담회에도 참석했다.

이 대표는 “각종 보호기관들이 있는데 학교폭력 피해자들을 위한 보호기관은 전국에 단 한 개 있고, 시설 노후화로 매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한다”며 “학교폭력을 사전 예방하는 문제와 2차 가해를 막는 문제, 가해자에 대한 적절한 제재에 관한 문제, 피해자들의 피해 회복과 다시 일상적인 삶으로의 회복을 위한 대책을 진지하게 논의해보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아울러 이 대표는 이날 국민의힘 김기현 신임 당 대표의 당선을 축하하며 “정당에는 여야가 있어도 국민 앞에는 여야가 따로 없다”며 “저와 민주당도 민생 문제 해결을 위해 협력할 것은 확실히 협력하겠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체포동의안 표결에서 무더기 이탈표 사태가 발생한 이후 민주당 내부 갈등이 해소되지 못하고 있다.

앞서 지난달 27일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 의혹 등으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이 대표에 대한 체포동의안 표결에서 예상됐던 압도적 부결이 나오지 않았다. 여야 의원 297명이 국회 본회의장에서 무기명으로 투표한 결과 찬성 139명, 반대 138명, 무효 11명, 기권 9명으로 집계되면서 민주당 내에서 이탈표가 상당수 나온 것으로 분석됐다. 민주당은 국회 전체 의석 299석 중 169석을 차지하고 있다.

친명(친이재명)계는 당 내홍과 관련해 내부 결집을 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안민석 의원은 7일 “바닥 민심은 이재명 동정론이 확산되는 추세다. 당내에서 민심을 잘 헤아리면 이재명 사퇴론이 줄어들고 이재명을 지키자는 흐름이 더 강화될 것”이라며 “대통령이 야당 대표를 제거하려고 작정을 하지 않았는가. 똘똘 뭉쳐서 죽기 살기로 맞서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민주당 국민응답센터 청원 게시판에도 ‘이재명 지키기’ 요구도 올라왔다. 국회에서 무기명 투표로 진행된 체포동의안과 관련해 찬성한 국회의원 명단을 공개하자는 청원이 등장했고, 박지현 전 비상대책위원장에 대한 출당권유 내지 징계를 요구하는 글과 이낙연 전 대표 영구제명을 주장하는 청원은 민주당의 답변 기준 요건인 5만 명을 넘어선 상태다.

이와 관련해 당 안팎에선 이른바 ‘개딸(개혁의 딸)’로 불리는 이 대표 강성 지지층이 이 대표 수호를 위해 조직적으로 움직이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이처럼 당 내홍이 깊어지는 상황과 관련해 이 대표가 직접 자제를 요청한 것을 놓고 당내에선 ‘짜고 치는 고스톱 아니냐’는 말도 나온다. 당내 갈등이 격화되기 전에 적극적으로 막았어야 했는데 사태가 벌어진 뒤 자제를 요청하면서 별다른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대표는 4일 “가장 미소 짓고 있을 이들이 누구인지 상상해 달라. 내부를 향한 공격이나 비난을 중단해주길 부탁드린다”며 “민주당이 콘크리트처럼 단단해져야 검사독재 정권과 결연히 맞설 수 있다”고 밝혔다.

또한 비명(비이재명)계에선 이 대표의 사퇴 등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 대표의 사법리스크로 당의 갈등이 깊어지는 만큼 이 대표가 직접 나서 해결해야 한다는 얘기다.

이상민 의원은 6일 “민주당 검은 먹구름의 1차적인 원인은 이 대표의 사법적 의혹”이라며 “이 대표가 잠시 뒤로 물러서는 것이 당을 위해서나 이 대표를 위해 표적을 피할 수 있으니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김종민 의원은 8일 “국민이 (당의 대응을) 방탄으로 보고 있다. 그 눈길을 외면하거나 민심과 싸워서는 안 된다”며 “이 대표가 만약에 민심이 다 돌아서서 내년 총선이 어려워지겠다고 하면 어떻게 버티겠나. 이번 (체포동의안 표결을) 계기로 정말 민심이 뭔지 고민하고 대화를 나눠야 한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내년 총선 공천에서 핵심 역할을 하는 사무총장 등 주요 당직자를 교체해야 한다는 얘기도 나온다.

조응천 의원은 7일 “(이 대표는) ‘당을 이렇게 끌고 가겠다, 총선 어떻게 치르겠다’라는 구체적인 얘기를 할 책무가 있다”며 “최고위원을 포함해서 사무총장, 전략기획위원장이라던가 여러 정무직 당직이 (친명계) 일색으로 돼 있다. 당직 개편도 방법”이라고 말했다.

박 전 비대위원장도 6일 “지금 이 대표에게 필요한 것은 사즉생의 결단”이라며 “대변인, 전략기획위원장, 사무총장을 전면 교체하고 새로운 당의 모습으로 나아가는 것이 개혁을 할 수 있는 첫걸음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비명계 모임으로 분류되는 ‘민주당의 길’ 소속 의원들은 7일 만찬 회동을 갖고 당 내홍 상황 등에 대한 의견을 교환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3일 서울 여의도 더불어민주당 당사 앞에서 이재명 대표에 대한 체포동의안 표결에서 이탈표를 던진 민주당 의원들을 겨냥한 ‘수박 깨기’ 집회가 열리고 있다.  뉴시스



이와 관련해 이 대표가 당직 개편에 나설지 주목된다. 이 대표가 리더십 위기를 맞은 만큼 친명계 위주의 주요 당직에 계파 성향이 옅은 의원들을 기용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정치권 안팎에선 이 대표 지지층으로 추정되는 당원들이 늘어나면서 비명계와의 갈등이 격화할 것이란 얘기도 나온다. 주요 의사결정 과정에 당원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반영해야 한다는 당 일각의 주장이 관철되면 신규 당원들의 영향력이 커질 것이란 관측이다.

앞서 지난 3일 민주당 당사 앞에선 ‘수박 깨기’ 집회가 열렸다. 수박은 겉은 민주당, 속은 국민의힘을 의미하는 은어로 일부 지지층은 체포동의안 부결에 투표하지 않은 비명계 의원들의 색출을 요구하고 있다.

향후 이 대표는 의원들과의 소통 강화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으로 보인다. 당 내홍 수습을 위한 재결속 차원의 통합을 시도할 것으로 보인다. 그는 지난달 27일 체포동의안 표결 직후 “당 내부와 더 소통하고 의견을 수렴해 윤석열 독재정권에 강력히 맞서 싸우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민주당 최대 의원 모임인 ‘더좋은 미래’는 8일 입장문을 통해 “민주당의 신뢰 회복과 혁신, 단결이 가장 중요한 당면 과제라는 인식을 공유했다”며 “이 대표는 현 상황에 대해 무거움 책임감을 느끼고 당의 불신 해소와 혁신을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줄 것을 요청한다”고 밝혔다.

고성호 기자 sungh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