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선 이화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45).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영상 캡처
“‘나는 그 일을 겪었지만 다시 살아갈 것이다. 살아가기로 했고, 또 사는 것이 좋은 것이니 살겠다’ 제 인생의 초점은 그거였습니다.”
스물세 살에 교통사고로 전신 화상을 입고 30번이 넘는 대수술을 이겨낸 이지선 이화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45)의 말이다.
이 교수는 이화여대 유아교육학과 4학년이던 2000년 7월 학교 도서관에서 공부를 마친 뒤 오빠 차를 타고 집에 가던 중 사고를 당했다. 음주 운전자가 낸 7중 추돌사고였다. 전신 55%에 3도 중화상을 입었고, 특히 얼굴을 심하게 다쳤다. 수십 번의 대수술 끝에 목숨은 건졌지만 안면장애와 지체장애 1급 진단을 받았다.
이 교수는 8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의 인터뷰에서 ‘이대 교수 합격 소식을 듣고 울컥했느냐’는 진행자의 물음에 “눈물이 절로 나왔다. 너무 바라던 일이어서 입 밖으로도 내지 못하던 소원이었는데 이루어져서 너무 감사했다”고 답했다.
그는 “사고를 만났을 때 제 상황은 너무나 비극적인 ‘새드엔딩’일 수밖에 없었다”며 “하루하루를 견디고 살아가다 보니 꽤 괜찮은 ‘해피엔딩’을 맞이하게 됐고, 오늘도 꽤 괜찮은 해피엔딩으로 가고 있다 믿으며 살고 있다”고 했다.
이지선 교수가 이화여대 임용 소식을 알리며 페이스북에 올린 사진. 미국 로스앤젤레스 캘리포니아대(UCLA) 학위복을 입고 한동대 졸업식에 참석한 모습. 학교 배경으로 사진을 찍지 못해 본인이 직접 한동대 건물과 합성했다. 이지선 교수 페이스북
이어 “왜 이렇게 내게 억울한 일이 일어났나 생각하면 한도 끝도 없었다”며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일이 그날 밤 제게 일어났고, 그 일을 겪었지만 다시 살아갈 것이다. 제 인생의 초점은 그거였다”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힘든 순간마다 자신의 손을 잡아준 사람들을 기억했다. 그는 “제 인생이 동굴 같고, 깜깜해지기만 하는 것 같은 아주 절망적인 순간들이 있었다”며 “그 순간 제 손을 잡아서 다시 일으켜준 사람들 덕분에 살아남았더니 인생이 동굴이 아닌 터널이었다는 것을 알았다. 터널 끝은 꽤 괜찮은 해피엔딩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물론 절망의 소리가 제 주변을 둘러쌌던 건 명백하지만 저를 응원하는 사람들의 따뜻한 눈, 그것 때문에 다시 힘을 냈다”며 “제 인생의 초점을 회복과 성장에 두면서 그 힘으로 살아왔다”고 했다.
이 교수는 “불행한 일이 결코 좋은 일이 될 수는 없다”며 “그 불행한 일 중에서 좋은 일을 이끌어내고자 하는 것, 좋은 의미를 뽑아내고자 하는 마음의 태도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혜원 동아닷컴 기자 hyew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