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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월 발언에 美 최종금리 상향 가능성 ↑…한은 인상 못 끝낸다

입력 | 2023-03-08 13:52:00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 의장이 기준금리 인상에 다시금 속도를 낼 가능성을 시사하면서 한국은행도 금리 인상 기조를 이어갈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뉴스1

미국이 3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0.50%포인트(p) 올리는 ‘빅 스텝’을 단행할 경우 한미 기준금리 격차는 단숨에 사상 최대 수준인 1.75%p로 확대된다. 환율 급등과 외국인 자금 유출이 우려된다.

파월 의장은 7일(현지시간) 상원 은행위원회 청문회에 출석해 “경제 지표가 예상보다 강세를 보이고 있다”며 “최종 금리 수준은 이전에 전망한 것보다 더 높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이후 시장에서는 오는 21∼22일 FOMC 회의에서 연준이 빅 스텝을 밟으리라는 관측이 우세해졌다.

이 경우 미국 기준금리는 현재 4.50∼4.75%에서 5.00∼5.25%로 오르게 된다. 한미 기준금리는 1.25%p에서 기존 역대 최대 폭(1.50%p)을 단숨에 뛰어넘어 1.75%p에 이른다.

한미 금리차는 한은에 여러모로 부담이다. 금리차 자체보단 환율 등 금융안정에 미치는 영향 때문이다.

이창용 한은 총재가 2월 금통위에서 의사봉을 두드리는 모습. 2023.2.23/뉴스1

이창용 한은 총재는 지난 7일 방송기자클럽 초청 토론회에서 한미 금리차에 대한 질문에 “금리 격차 자체가 환율과 외국인 자금에 기계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것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금리차가 너무 커지면 예상 못 한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고 언급했다.

실제로 주요 6개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 인덱스는 파월의 발언 이후 1.3% 급등하며 3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고, 원·달러 환율은 이날 오전 급등세를 보였다.

외국인 투자자금 유출도 문제다. 한은은 최근 외국인 투자자금이 빠져나가는 양상에 대해 “한미 금리차 때문이 아니다”라고 밝혔지만, 향후 역대 최대 폭을 경신할 금리차는 얘기가 다를 수 있다.

이미 2년 만기 미국 국채 금리는 장중 5%를 돌파해 2007년 7월 이후 최고치를 찍었다. 10년물 미 국채 금리는 한때 4%를 재돌파 했다가 3.97%대로 하락한 상태다. 10년물은 2년물보다 경기에 민감한데, 연준의 공격적 긴축에 침체 우려가 커졌기 때문이다.

이에 한은은 다음 달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에서 기준금리 인상에 나설 가능성이 높아졌다.

한은은 지난달 금통위에서 향후 불확실성을 고려해 기준금리를 연 3.50%로 동결했다. 이에 우리나라는 주요국 중 가장 먼저 기준금리를 동결한 국가가 됐다.

하지만 이번 파월 발언 이후에도 동결을 이어가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미 최종금리는 5.5~5.75%로 예상한다”며 “만일 연준이 이달 빅 스텝을 밟는다면 한은도 4월 인상 가능성이 확 높아진다”고 말했다.

4월 인상을 택하더라도 한은의 긴축 기조는 지속될 전망이다. 현재 시장의 예상대로 미 최종금리가 5.75% 또는 6%에 달한다면 한미 금리차는 2%p 이상에 육박한다.

이 총재도 앞선 토론회에서 이 같은 시장 상황에 주목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파월 의장이 어떤 발언을 할지 지켜보고 있다”며 “앞서 시장에선 미 최종금리를 5% 정도로 생각했지만 지금은 5.5%까지 받아들이고 어떤 시장 참가자는 더 높아질 가능성도 보고 있다”고 언급했다.

금통위를 주재하는 총재마저 상황을 인식한 만큼 한은 기준금리는 인상 종료와 한 발 더 멀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다만 이 총재는 4월 기준금리에 대해 “물가를 우선적으로 보지만 부수적으로 금융안정, 특히 환율을 통한 금융안정을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금리차 자체보다는 이로 인해 환율이 어디까지 오르고 얼마나 변동성을 보이느냐가 관건이라는 취지다.

백윤민 교보증권 연구원은 “환율이 지금보다 더 크게 오르면 한은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며 “구체적으로는 1350원 이상 튀는 상황이 발생하면 다음 기준금리 결정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예상했다.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