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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 부른 ‘인천 건축왕 빌라왕 전세사기’ 3000세대 추산…조사는 더뎌

입력 | 2023-03-08 14:55:00

6일 저녁 인천시 미추홀구 주안역 광장에서 전세사기 피해자 사망 추모식이 열리고 있다. 2023.3.6/ 뉴스1 ⓒ News1


최근 피해자가 극단적 선택을 할 정도로 전세사기 피해자들의 고통이 심화하고 있지만 피해규모 실태조사는 더디게 진행되고 있다. 피해자가 워낙 많아 조사량이 방대하기 때문이다.

8일 인천시에 따르면 인천시가 조사한 전세사기 피해자는 3000여 세대로 추산된다. 이들은 대부분 이른바 ‘건축왕, 빌라왕’과 전세계약을 맺었다.

미추홀구 주민이 2500여 세대로 가장 많고 계양구 170여 세대, 남동구 150여 세대, 부평구 120여 세대다. 연수구·서구 주민들도 다수 포함돼 있다.

인천시는 최근 각 군·구에 전세사기 피해사례 실태조사를 위한 주관부서를 지정해 달라고 요청했다. 주관부서는 각 부서에 흩어져 있는 업무를 총괄해 관리한다. 군·구 주관부서가 정해지면 인천시가 3000여 세대의 리스트를 군·구에 내려 보내고 이때부터 본격적인 피해조사가 실시된다.

피해규모를 파악해야 피해자별 맞춤형 대책을 세울 수 있는데 조사에만 상당기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우선 3000여 세대의 등기부등본을 열람해 근저당 유무·시기를 파악하고 경매 여부·시일도 봐야 한다.

또 확정일자, 최우선변제금 해당 여부와 규모를 확인한 후에야 종합적인 피해규모가 나온다. 대규모 인력과 시간이 필요한 이유다.

이번 조사는 지난해 12월부터 시작됐다. 전세사기 피해가 언론을 통해 알려지면서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자 원희룡 국토부장관은 지난해 12월18일 미추홀구를 찾아 관계기관과의 간담회를 열었다.

간담회에서 피해규모 파악에 대한 필요성이 대두됐고 인천시가 조사를 맡았다. 이로부터 3개월이나 흘렀지만 조사는 마무리되지 않았다.

인천시 관계자는 “피해규모가 나오면 거기에 맞는 대책을 세울 수 있을 것”이라면서도 “워낙 방대하다보니 조사하는데 시간이 많이 소요되고 있다”고 말했다.

인천시가 피해규모를 파악하는 사이 피해자 A씨가 극단적 선택을 하는 안타까운 일이 발생했다.

A씨는 지난달 28일 오후 인천 미추홀구 한 빌라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곁에는 “더 이상 버티기 힘들다”는 내용의 유서가 발견됐다.

그는 인천 일대에서 대규모 전세사기 범행으로 구속된 건축왕 피해자다. 2021년 10월 보증금 7000만원에 전세계약을 체결했는데, 이미 10년 전인 2011년 근저당이 설정돼 있었다.

대출받은 돈으로 보증금을 걸었던 A씨는 은행으로부터 대출연장을 거부당했고 직장까지 잃은 상태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다 보증금의 일정부분을 최우선적으로 받을 수 있는 최우선변제 대상에도 포함되지 않았다. A씨야 말로 맞춤형 대책이 필요했던 피해자였다.

지난 6일 A씨를 기리는 추모식이 열렸다. 미추홀구 전세사기피해 대책위원회는 추모식에서 “정부와 인천시는 피해복구에 실질적인 대책을 마련하고 다시는 오늘과 같은 불행한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으로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하면 자살예방 핫라인 1577-0199, 자살예방 상담전화 1393,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등에서 24시간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인천=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