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의 매파(통화긴축 선호)적 발언에 원·달러 환율이 하루 새 22원 가량 뛰어 오르며 1320원을 재돌파했다.
8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1299.4원) 보다 22.0원 상승한 1321.4원에 거래를 마쳤다. 이날 환율은 전거래일 보다 17.8원 급등한 1317.2원에 개장했다. 장 초반 1323.9원까지 고점을 높이며 1320원을 재돌파했다.
환율이 1320원을 돌파한 것은 지난달 28일 이후 5거래일 만이다. 다만 지난달 27일 기록한 연고점(1323.0원)은 돌파하지 못했다. 환율은 2거래일 연속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같은 시간 엔화는 미-일 금리차 확대 우려로 달러당 137.66엔 선에서 움직이고 있는 등 약세를 보였다. 경제정책 실망감에 중국 위안화 달러당 6.966위안 선에서 움직이며 ‘포치(破七)’를 위협하는 등 약세를 지속하고 있다.
투자자들은 간 밤 열린 제롬 파월 미 연준 의장의 의회 연설에 주목했다.
제롬 파월 미 연준 의장은 7일(현지시간) 미 상원 은행위원회 청문회에서 “최근의 경제 지표가 예상보다 더 강세를 보이고 있다”며 “만약 전체 경제지표가 더 빠른 긴축을 정당화하면 우리는 금리 인상 폭을 높일 준비가 돼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몇 달 동안 인플레이션은 완화하고 있지만 인플레이션을 2%까지 낮추기 위한 과정은 멀고도 험난한 길이 될 것”이라며 “물가 안정을 회복하려면 당분간 제한적인 통화정책 기조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실제 시장에서 빅스텝 전망이 큰 폭 늘었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미 동부시간으로 7일 오후 4시 30분 기준으로 미 연준이 3월 열리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0.5%포인트 인상 가능성이 69.8%로 나타났다. 불과 하루 전만 해도 31.4% 였는데 파월 연설 이후 빅스텝 가능성이 급부상한 것이다.
미 연준의 최종금리 수준도 5.6%까지 베팅되고 있다. 현재 미 기준금리는 4.5~4.75%다.
투자자들은 오는 10일 발표되는 미국의 2월 고용보고서도 주시하고 있다. 1월에는 비농업 고용이 시장 전망치를 크게 웃돌면서 긴축 강화 우려에 달러가 강세를 보인 바 있다.
중국 경제 부양책 실망감에 위안화가 약세를 보이면서 포치인 7위안에 근접한 점도 원화 약세 분위기를 짙어 지게 만드는 요인이 되고 있다. 반면, 수출 및 중공업체 네고, 외환시장 안정을 위한 당국 미세조정 경계는 상단을 누를 수 있다.
같은날 뉴욕 채권시장에서 시장의 벤치마크 금리인 미 국채 10년물 금리는 전장 대비 0.05% 상승한 3.970%를 기록했다. 장중 한때 3.999%까지 올라섰다. 통화정책에 민감한 2년물 금리는 전장대비 2.46% 폭등한 5.014%에 마감했다. 미 국채 2년물이 5%를 넘어선 것은 2007년 6월 18일(5.005%) 이후 15년 9개월 만에 처음이다. 10년물과 2년물간 금리 역전폭도 113.48bp(1bp=0.01%포인트)까지 확대되면서 지난 1981년 9월 이후 42년 만에 최대폭을 기록하는 등 경기침체 진입 우려가 커지고 있다.
민경원 우리은행 연구원은 “미 연준 긴축 우려 발작으로 인한 글로벌 강달러, 리스크 오프를 반영해 1320원을 다시 넘었다”며 “파월 의장은 점도표 상향, 금리인상 속도 확대 가능성을 어필하면서 주식, 채권, 외환시장에 충격을 유발했고, 달러가 국채금리 급등, 증시 급락에 지지를 받으면서 신흥국 통화이자 위험통화인 원화에 악재로 작용했다”고 말했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