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최고 韓 사교육 참여율 78.3% 이대로 두면 출산율 하락 못 막는다
이진영 논설위원
지난해 초중고교생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가 41만 원으로 전년도보다 11.8%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소비자물가 상승률(5.1%)의 두 배가 넘는다. 사교육 참여율도 역대 최고치인 78.3%이고, 사교육비 총액은 26조 원으로 삼성전자 연구개발비(25조 원)보다 많았다.
어느 나라에나 사교육이 있지만 한국의 사교육 현상은 이례적이다. 첫째 참여도가 매우 높다. 국제교육성취도평가학회(IEA) 2019년 조사에 따르면 세계 각국의 평균 사교육 참여율은 43.9%로 한국의 절반 조금 넘는 수준이다. 둘째 사교육은 가난한 나라에서 많이 한다(공교육이 부실해서다). 그런데 한국은 잘사는데도 많이 한다.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8만 달러가 넘는 아일랜드는 사교육 참여율이 13.8%이고, 3000달러도 안 되는 이집트는 79%다. 사교육 참여율이 70% 넘는 나라는 이집트, 한국, 그리고 1인당 GDP가 6700달러인 남아공뿐이다. 셋째 다른 나라는 공부를 못할수록, 한국은 공부를 잘할수록 사교육을 받는 경향이 있다(이화여대 2022년 박사논문 ‘사교육 활용의 국가적 차이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 분석’).
이처럼 한국의 사교육 현상이 일반적 추세와 다른 양상을 띠는 이유는 사교육을 받는 목적이 다르기 때문이다. 다른 나라 학생들은 학교 공부를 따라잡기 위해(keep in class) 하는데, 한국 학생들은 남들보다 잘하기 위해(excel in class) 한다. 고교 수학을 중1 때 끝내고, 영어 회화는 초등학교 때 마스터하는 식이다. 취업과 지위 경쟁이 치열하다 보니 교육 경쟁도 뜨겁다. 선진국 가운데 이례적으로 사교육 참여율이 높은 나라가 일본(51.2%) 싱가포르(55.4%) 대만(56.2%)이다. 아시아 특유의 교육열에 더해 소득 불평등이 심하고 경쟁이 치열한 나라들이다.
과도한 사교육 부담은 동아시아 국가들이 저출산의 늪에서 허우적대는 주요 원인이기도 하다. 사교육 참여율이 높은 한국(출산율 0.78명) 일본(1.27명) 싱가포르(1.05명) 대만(0.87명)은 모두 대표적인 저출산 국가들이다. 반면 사교육 참여율이 15.4%로 아일랜드에 이어 두 번째로 낮은 프랑스는 유럽연합(EU) 출산율 1위국(1.79명)이다. 미국 영국 캐나다 뉴질랜드 스웨덴 등 출산율이 높은 서구 선진국들도 사교육 참여율이 10∼20%대로 낮다.
사교육 효과에 대한 연구 결과는 엇갈리지만 학교 교육이 충실하면 사교육을 덜 받는다는 사실은 여러 나라에서 입증되고 있다. 한국은 이명박 정부 시기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가 23만∼24만 원 선에서 큰 변화가 없다가 박근혜 정부와 문재인 정부 교체기인 2017년부터 급격히 오르기 시작했다. 사교육비가 안정적으로 관리되던 시기엔 기초학력 미달자도 적었고, 사교육비가 오르는 시기에 맞물려 기초학력 미달자도 가파르게 늘기 시작했다. 부실한 공교육이 사교육비 증가로 이어졌음을 시사하는 결과다. 사교육비와 기초학력 관리에서 가시적인 성과를 보여줬던 이주호 교육부 장관이 이번에도 “이 정도면 애 키울 만하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의 사교육비 경감 대책을 내놓길 기대한다.
이진영 논설위원 ecol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