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MWC 2023’서 로봇 소개
네이버 신사옥에도 특화망 도입
LG, 사업목적에 5G 추가 예정
삼성전자가 새 먹거리로 육성하는 네트워크 사업에서 미국 로봇 기업 고스트로보틱스와의 협력에 나섰다. ‘프라이빗 5G(5세대 이동통신)’로 불리는 5G 특화망을 중심으로 생태계 확대에 속도를 내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달 27일(현지 시간)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 2023’에서 5G 특화망과 연계한 고스트로보틱스의 4족 보행 로봇 ‘비전60’을 소개했다. 삼성전자 제공
8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네트워크사업부는 지난달 27일(현지 시간)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 2023’에 별도 부스를 차리고 고스트로보틱스의 4족 보행 로봇 ‘비전60’을 소개했다. 길이 85cm, 높이 76cm 크기로 초당 최대 3m 속도로 이동 가능한 로봇 개다. 몸체는 고스트로보틱스에서 제작했지만 네트워크를 활용한 원격 제어를 위해 삼성전자의 5G 특화망 솔루션이 탑재됐다.
장용 삼성전자 네트워크사업부 B2B그룹 상무는 ‘비전60’에 대해 “5G 네트워크와 연동해 감시, 정찰 활동을 할 수 있고 위험 지역과 위기 상황에도 투입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장 상무는 또 “프라이빗 네트워크(5G 특화망)는 공공 네트워크보다 보안이 우수하고 저지연의 우수한 통신 서비스를 제공한다”고 소개했다.
5G 특화망은 기존 이동통신 3사가 구축한 상용망과 달리 일반 기업이 특정 구역 내 세우는 전용망이다. 로봇, 인공지능(AI), 클라우드 등 첨단 기술과 연동하는 데 활용된다. 도달 범위는 상용 5G보다 좁지만 빠르고 끊김이 적어 안정적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네이버의 로봇친화 신사옥 ‘1784’에 도입한 브레인리스(뇌 없는) 로봇 ‘루키’. 5G 특화망과 연계해 택배, 커피 배달 등 편의 서비스를 수행한다. 네이버 제공
삼성전자는 지난해 5월 5G 전용 장비를 출시한 데 이어 6월 네이버의 로봇친화 신사옥 ‘1784’에 국내 최초로 5G 특화망을 도입했다. 1784에서는 네이버의 브레인리스(뇌 없는) 로봇 ‘루키’가 택배, 커피 배달 등 편의 서비스를 수행한다. 루키에는 로봇의 뇌라고 할 수 있는 중앙처리장치(CPU)가 없고 그 대신 5G 특화망을 통해 연결한 네이버 클라우드 서버에서 필요한 정보를 처리한다. 삼성전자는 여기서 5G 특화망의 핵심 기능들을 담은 ‘콤팩트 코어’와 무선 기지국 등 통신장비를 지원했다.
같은 해 8월에는 사업 영역을 확대해 한국전력공사, 한국산업단지공단, 이대목동병원 등 에너지·안전·의료 분야에서도 5G 특화망 솔루션 공급에 나섰다. 지능형 폐쇄회로(CC)TV를 활용해 위험 구역을 감시·분석하거나 비대면 협진을 위해 의료진 간 수술 영상, 음성 등을 실시간으로 공유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5G 특화망은 디지털 전환을 위한 필수 인프라로 꼽히며 스마트팩토리나 첨단 기술을 도입하는 병원, 사무 공간 등에서 수요가 커지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그랜드뷰리서치에 따르면 세계 5G 특화망 시장 규모는 지난해 16억1000만 달러(약 2조1000억 원)로 추정되며 매년 평균 49%씩 성장해 2030년 410억2000만 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전자뿐만 아니라 다른 제조업체들도 특화망 사업에 뛰어들고 있다. LG전자는 27일 열리는 정기 주주총회에서 정관상 사업 목적에 ‘기간통신사업(5G사업)’을 추가하는 안건을 처리할 예정이다. LG전자는 주총 공시에서 “특정 기업·장소에 연결성을 제공하는 무선 사설망(프라이빗 5G) 사업”이라고 설명했다. LG전자 공장을 스마트팩토리로 전환하는 데 활용할 수도 있고 LG전자의 B2B(기업 간 거래) 사업인 비즈니스 솔루션과의 시너지도 기대된다.
LG전자 관계자는 “공장, 물류, 교육 등 다양한 고객사에 제안할 수 있는 포트폴리오가 그만큼 늘어나는 것”이라며 “갈수록 AI, 클라우드, 통신이 연동되는 방향으로 시스템이 발전해 가고 있기 때문에 보안이 우수하고 안정된 5G 특화망에 대한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고 했다.
박현익 기자 beepar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