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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울산 시민단체, 사용후 핵연료 건식저장시설 추진에 반발

입력 | 2023-03-09 03:00:00

“영구 핵폐기장으로 전락 가능성
일방통행 아닌 합당한 절차 거쳐야”
회의장 막아 한수원 설명회 무산



고리2호기수명연장·핵폐기장반대범시민운동본부가 7일 부산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단체는 “사용후핵연료 건식 저장시설 설치는 부산·울산을 영구 핵폐기장으로 전락시킬 것”이라며 “한수원은 결정을 철회하고, 시민 의견 수렴 없이 강행한 점을 사과하라”고 촉구했다. 강성명 기자 smkang@donga.com


한국수력원자력㈜이 원자력발전에 사용된 핵연료의 임시 저장시설을 ‘건식’으로 추진한다고 밝히자 지역 시민단체가 강력히 반발하고 나섰다. 이들은 “건식 저장시설이 들어서면 부산, 울산은 ‘영구 핵폐기장’으로 전락하게 될 것”이라는 입장이다.

8일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에 따르면 부산 기장군과 울산 울주군에 걸친 고리원전본부 내 습식 저장시설이 2032년 포화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지난달 7일 이사회를 열어 건식 저장시설 건설을 의결했다. 2030년까지 고리3발전소 주차장 부지에 사용후핵연료 2880다발 이상을 저장할 수 있는 규모로 건설할 예정이다. 사용후핵연료를 두께 25㎝ 금속 용기에 담아 방사선을 차단하고 이 용기를 다시 1.2m 두께의 콘크리트 건물에 보관하는 방식이다.

한수원 관계자는 “건식 저장시설 주변 방사선량은 대도시의 자연 방사선량보다 낮다”며 “규모 7.0의 지진과 폭풍·지진해일, 항공기 충돌 등 중대 사고에도 안전하게 운영할 수 있도록 건설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33개 원전 운영국 중 22개국에서 건식 저장시설을 이용 중이다. 우리나라는 원전 부지의 격납건물 내 대형 수조에 물을 넣어 방사능을 차폐하고 전원 공급을 통해 강제 순환 냉각하는 방식의 습식 저장시설을 운영 중이어서 건식 방식을 도입하는 건 처음이다.

미국원자력규제위원회(NRC)는 전원 공급과 무관하게 냉각 기능을 유지할 수 있고, 용기별 격납 방식으로 설계돼 자연재해나 인위적 재해에도 영향이 제한적이라는 이유로 사전에 승인한 설계 방식만 따른다면 건식 저장시설 설치를 허가한다.

하지만 부산·울산 탈핵 단체 등으로 구성된 ‘고리2호기수명연장·핵폐기장반대범시민운동본부’는 거세게 반발한다. 이들은 “사용후핵연료는 원전 부지 내 습식·건식 시설에 임시로 보관한 뒤 중간저장시설과 영구처분시설로 옮겨야 하는데, 국내에는 중간저장시설조차 없고 수년간 입지 선정도 하지 못한 상황”이라며 “한수원은 임시 저장시설을 만든 뒤 향후 중간처리시설 등이 만들어지면 그곳으로 옮긴다고 말하지만, 실현이 불가능한 거짓말”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한수원은 “고준위 방폐장을 신속히 확보해 원전 내 사용후핵연료를 반출한다는 계획이 고준위특별법안에 명시돼 있다는 점에서 이런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고 반박했다.

한수원은 부산시의회의 요청에 따라 7일 시의회 2층 대회의실에서 ‘고리원전 내 건식저장시설 설치 로드맵 설명회’를 계획했다. 해양도시안전위원회 소속 시의원과 언론 등을 상대로 사용후핵연료 발생량, 포화 시점, 원전별 건식 저장시설 설치계획 등을 설명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시민단체가 회의장을 막아 이날 행사는 취소됐다. 이들은 “시민들의 동의도 없이 건식 저장시설 설치를 강행하는 상황에서 의회에서 설명회를 여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한수원은 일방통행식 태도에 대해 시민들에게 사과하고 합당한 절차를 거쳐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부산시의회는 조만간 고리2호기 수명연장·임시처리시설 설치에 관한 입장을 담은 결의문을 발의할 예정이다. 시의회 안성민 의장은 “이날 설명회는 건식 저장시설의 안전성을 꼼꼼하게 따지고 다양한 의견을 듣자는 취지에서 예정됐지만 무산돼 안타깝다”며 “허나 시민단체의 의견도 소중한 시민 의견이기에 수용했다”고 말했다. 이어 “결의문이 나오면 국회와 정부를 방문해 부산 시민들의 의견을 전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강성명 기자 smka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