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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카오 “케이팝 잡아야 생존”… 兆단위 쩐의 전쟁

입력 | 2023-03-09 03:00:00

카카오 “공개매수”에 에스엠株 급등
네이버는 YG-하이브와 협업 강화
“케이팝, 글로벌 콘텐츠 사업의 핵심”
국내 빅테크 사활건 투자-인수 경쟁




“글로벌 콘텐츠 사업의 핵심 퍼즐인 ‘K-pop(케이팝)’을 차지하기 위한 국내 빅테크(대형 정보기술 기업)들의 전쟁.”

SM엔터테인먼트(에스엠)를 끌어안기 위해 하이브와 카카오가 1조 원이 넘는 자금을 투입하는 ‘쩐의 전쟁’을 벌이는 데 대해 정보기술(IT) 업계에서 이런 평가가 나온다.

에스엠 주가는 8일 코스닥시장에서 전날보다 5.88%(8800원) 오른 15만85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카카오와 카카오엔터테인먼트가 전날 에스엠 주식 공개매수 가격으로 제시한 주당 15만 원을 이틀 만에 넘어선 것이다. 장내 거래로 15만 원보다 높은 가격에 에스엠 주식을 팔 수 있게 된 만큼 카카오와 카카오엔터의 공개매수에 응할 가능성이 낮아졌다.

공개매수에 실패하더라도 카카오와 카카오엔터가 단기간에 에스엠 보유 주식을 처분하고 뒤로 물러설 가능성은 낮다. 에스엠을 둘러싼 카카오와 하이브의 지분 경쟁은 장기전으로 흐를 것이라는 게 IT 업계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카카오가 에스엠과의 협력 관계 구축에 매달리는 이유는 글로벌 사업 확장을 하려면 국내 대형 엔터테인먼트 업체의 케이팝 아티스트, 콘텐츠가 필요하다는 판단 때문이다. 카카오는 자회사 카카오엔터, 카카오픽코마를 중심으로 북미·일본·동남아시아 시장에서 웹툰과 웹소설 등의 플랫폼 콘텐츠 사업을 확대하며 네이버 등과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다. 하지만 글로벌 시장에서 콘텐츠 플랫폼의 확실한 수익원으로 떠오른 케이팝을 디지털 플랫폼에 접목하기 위한 전략은 경쟁사에 비해 한발 늦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네이버는 2017년 4월 YG엔터테인먼트에 1000억 원을 투자했고 현재까지 지분 8.91%를 가진 2대 주주로 협업 관계를 이어오고 있다. 네이버의 아이돌 실시간 방송 서비스 ‘브이 라이브’는 하이브의 팬덤 플랫폼 ‘위버스’와 통합했다. 케이팝 팬덤 1위 플랫폼인 위버스를 운영하는 위버스컴퍼니는 하이브(55.45%)와 네이버(44.55%)가 공동 운영하며 확고한 동맹 관계를 구축했다. 카카오 입장에서는 글로벌 시장에서 통할 만한 아티스트와 탄탄한 팬덤을 갖춘 대형 엔터테인먼트 업체는 에스엠밖에 남지 않은 상황이다.

카카오와 카카오엔터 내부에선 성장 가능성이 높은 팬덤 플랫폼 시장을 하이브와 네이버에 완전히 뺏길 가능성마저 우려하고 있다. 이미 월간 실사용자 수(MAU) 700만 명에 이르는 위버스가 2위 팬덤 플랫폼인 에스엠의 ‘버블’까지 품을 경우 카카오는 팬덤 시장의 주도권을 완전히 경쟁사에 넘겨줄 가능성도 있다. 팬덤 플랫폼의 주요 이용층은 10, 20대 등 ‘Z세대’로 아티스트에 대한 충성도가 높아 안정적인 수익 구조를 갖출 수 있다. 카카오엔터는 케이팝 아티스트를 중심으로 한 팬덤 플랫폼을 구축하기 위해 엔씨소프트의 ‘유니버스’를 인수하는 방안을 최근까지 검토했다가 철회한 것으로 알려졌다.

IT 업계 관계자는 “위버스와 버블의 글로벌 케이팝 팬덤 플랫폼 시장 점유율을 합치면 90% 이상일 것이라는 추산치도 있다”며 “이 부분이 카카오가 가장 우려하는 지점”이라고 말했다.

카카오와 카카오엔터는 7일 발표한 입장문에서 “IT와 (케이팝) 지식재산권(IP)의 결합으로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에스엠과의 협업을 통해 팬덤 플랫폼을 포함한 새로운 서비스와 메타버스(3차원 가상공간) 콘텐츠를 제작해 공급하겠다는 취지다.


지민구 기자 waru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