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당대표로 선출된 김기현 의원이 8일 경기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제3차 전당대회에서 당기를 흔들고 있다. 고양=김동주 기자 zoo@donga.com
국민의힘 대표에 4선의 김기현 의원이 선출됐다. 김 후보는 어제 전당대회에서 과반(52.9%) 득표로 결선투표 없이 대표직을 확정했다. 최고위원들도 모두 친윤 성향이다. 전대에는 윤석열 대통령도 참석했다. 새 지도부 구성으로 이준석 전 대표 퇴진 이후 들어선 직무대행과 비상대책위원회 체제가 8개월 만에 정상화됐다.
김 후보의 과반 승리는 윤 대통령과 호흡을 맞춰 나갈 여당 대표가 나와야 한다는 당원들의 뜻이 반영된 결과로 보인다. 윤 정부가 출범한 지 1년도 안 된 상황에서 국정을 안정적으로 끌고 나가기 위해선 당정일치가 중요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김 후보는 전대에서 ‘윤심(尹心)’ 대변자를 자처하면서 ‘친윤 대 비윤’ 구도를 만들었다. 반윤 노선의 이준석계 후보들은 모두 지도부 진입에 실패했다. 윤심 마케팅이 먹힌 셈이다.
이번 당 대표 경선 투표율은 55.1%로 역대 최고였지만 미래 비전과 정책 대결은 실종됐고, 막판까지 윤심 공방과 상호 비방전으로 얼룩졌다. 유승민, 나경원 전 의원이 불출마하고, 안철수 후보가 친윤 세력의 집중 견제를 받는 과정에서 대통령실의 경선 개입 논란이 증폭됐다. 배제의 정치, 당내 민주주의 실종이란 비판이 나왔다. 대통령실 행정관들의 경선 개입 의혹으로 수석비서관이 공수처에 고발되는 일도 벌어졌다. 새 지도부는 전대에서 깊어진 갈등의 골을 메우는 통합의 리더십을 발휘해야 할 것이다. 김 후보의 땅투기 의혹도 진실이 명확히 가려져야 한다.
당내에선 내년 총선 공천 시스템 정비가 당면 과제다. 이번 전대가 이전투구로 치달았던 것도 궁극적으론 차기 공천권을 둘러싼 신경전 때문이었다. 다양한 이해관계를 조정하지 못한 채 친윤 세력이 공천을 독점한다면 격렬한 내분 사태로 번질 수도 있다. 민생을 최우선 순위에 두고 통합과 비전의 리더십을 보여줘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