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시를 영화로 읊다]〈54〉남겨질 아들에게
영화 ‘인생은 아름다워’ 씨네그루 ㈜키다리이엔티 제공
빅토르 위고의 소설 ‘사형수 최후의 날’에서 집행을 여섯 시간 앞둔 사형수는 고아가 될 외동딸 생각에 목이 멘다. 명말청초 김성탄(1608∼1661)은 사형 날 아침 아들에게 남기는 시를 썼다.
시인은 아들 옹이 유독 책 읽기를 좋아했을 뿐 아니라 진리를 탐구하는 데 진심이었다고 자랑스러워했다. 죽기 직전 쓴 다른 시에서도 남다른 독서종자(讀書種子·책을 읽어 학문하는 사람)인 아들에 대해 특기했다.(‘臨別又口號……’) 시에선 소원할 ‘소(疏)’자가 세 번이나 반복되면서 삶과 죽음, 아들과의 영원한 이별(永訣)이란 코드가 부각된다. 로베르토 베니니 감독이 연출하고 주연을 맡은 ‘인생은 아름다워’(1999년)는 제2차 세계대전 중 아들과 함께 유대인 강제수용소에 잡혀 온 아버지의 부성애를 그린다. 주인공 귀도는 어린 아들 조슈아를 보호하기 위해 참혹한 수용소 생활을 게임으로 가장한다. 퇴각하는 독일군에게 사살되기 직전에도 귀도는 놀이의 일부인 양 아들을 향해 미소를 짓는다.
시인과 영화 속 아버지는 무척 별나다. 하지만 그들의 마음만은 세상 모든 부모와 통한다. 영화는 “이 이야기는 단순하지만 말하기가 쉽지 않다”는 내레이션으로 시작된다. 죽음을 앞둔 세상의 모든 아버지도 그럴 것이다. 시인 역시 차마 입이 떨어지지 않아 아들에게 자신의 마음을 시에 담아 전했다. “너만은 행복하길.”
임준철 고려대 한문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