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새 대표 김기현] 김기현 “대통령에 국민뜻 잘 전달”… 총선에 친윤-檢출신 대거 출마 할듯 당내 “마냥 휘둘리진 않을것” 분석도… 金 “이재명 빠른 시일내 만날 것”
김기현 국민의힘 신임 당대표가 8일 오후 경기도 일산 킨텍스에서 열린 국민의힘 제3차 전당대회에서 당대표로 선출된 후 꽃다발을 들고 기뻐하고 있다. 김동주 기자 zoo@donga.com
국민의힘 새 지도부에 김기현 신임 대표 등 친윤(친윤석열) 진영 인사들이 선출되면서 여권 내에서는 “윤 대통령의 입당 1년 7개월 만에 여당이 사실상 윤석열 대통령의 친정 체제가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실제로 김 대표는 전당대회 선거 운동 기간 내내 대통령실과의 ‘원팀’을 강조했다. 이에 따라 김 대표가 주도하게 될 내년 총선 공천 역시 윤 대통령의 의중이 반영된 친윤 색채가 강화될 수밖에 없다는 관측도 나온다. 김 대표는 윤 대통령의 핵심 국정 과제를 위한 입법과 선거제도 개편 등의 쟁점에 대해 거대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을 상대해야 하는 숙제도 안게 됐다.
● 金 “대통령 비판하는 여당 대표 안 돼”
친윤 핵심 의원들은 전당대회 출마를 고려했던 나경원 전 의원을 압박 끝에 주저앉혔다. 이 과정에서 김대기 대통령비서실장까지 나서 “대통령이 나 전 의원의 처신을 어떻게 생각할지 본인이 잘 알 것”이라고 직격했다. 친윤 진영이 안철수 의원에 대해 노골적인 성토를 쏟아낼 때도 대통령실은 이진복 정무수석비서관 등 핵심 인사들이 안 의원을 향한 공세에 가세했다. 이에 대해 한 친윤 의원은 “이준석 전 대표 시절 극심한 내홍을 겪지 않았느냐”며 “성공적인 국정 운영을 위해선 대통령의 철학을 잘 이해하는 사람이 당 대표를 맡아야 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친윤 진영 일각에서 윤 대통령이 명예 당 대표를 맡는 것이 가능하다는 얘기까지 나와 논란이 불거진 것도 이런 맥락이다.
● “용산, 총선 입김 우려” vs “휘둘리진 않을 것”
김 대표의 최대 과제는 내년 총선이다. 특히 당정 관계의 진정한 시험대는 내년 총선 공천이 될 것으로 보인다. 여의도 재입성을 노리는 현역 의원들과 대통령실 등을 거친 인사들 간 대결이 벌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대통령실에서 적지 않은 검찰 출신 윤 대통령 측근들이 내년 총선을 준비하고 있어 공천에 대통령실의 입김이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가 여권에서 나온다. 한 여권 인사는 “대통령실은 검찰 출신 등 새 인물을 투입하려 할 가능성이 크다”며 “윤 대통령과의 관계와 총선 승리를 모두 고려해야 하는 김 대표 입장에서는 대통령실의 요구를 거부하기도, 또 무작정 받아들이기도 쉽지 않은 처지”라고 했다. 김 대표는 이날 언론 인터뷰에서 ‘공천에 윤 대통령의 뜻이 반영돼야 한다고 보느냐’는 질문에 “대통령과 원로들, 우리 당의 좋은 인재들의 뜻도 다 들어야 한다”고 했다. 다른 인터뷰에서는 “기본적으로 상향식 공천 최대한 잘 지키겠다”고도 했다. 김 대표와 가까운 영남 지역 의원은 “김 대표는 원내대표 시절에도 무게 중심을 잘 잡았다”며 “당연히 대통령과의 ‘원 보이스’를 중요시하겠지만 그렇다고 용산 대통령실과 친윤 핵심들에게 마냥 휘둘리진 않을 것”이라고 했다.
민주당과의 관계 설정도 김 대표의 과제다. 여소야대의 국회 상황에 따라 민주당의 협조 없이는 국정 과제를 뒷받침하는 입법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김 대표는 이날 “가능하다면 빠른 시일 내에 (민주당) 이재명 대표를 포함해 여러 야당 지도부를 만나겠다”고 했다.
전당대회 과정에서 불거진 내부 갈등을 수습하는 일도 김 대표의 몫이다. 비윤 진영의 한 여당 의원은 “총선에서 이기려면 민주당이 재정비를 하기 전에 김 대표가 전당대회 후유증을 빨리 털어내야 한다”고 말했다.
김준일 기자 ji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