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주머니에 1만 1000원 남아…” 고시원 모녀에 온정 보낸 맘카페 회원들

입력 | 2023-03-09 10:24:00

맘카페 회원들이 보낸 물품. JTBC 유튜브 캡처




전세 사기를 당해 한 평 남짓 고시원에서 살던 모녀가 맘카페에 도움을 호소했다. 맘카페 회원들은 이들에게 생필품을 보내며 도움의 손길을 건넸다.

지난달 28일 수원 지역 한 맘카페에는 ‘나의 슬픔이 모든 이의 슬픔이 아닌건 저도 압니다’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글을 올린 남모 씨는 자신이 40대 여성이며 17세 딸과 한평 남짓한 고시원에서 3달째 살고 있다고 소개했다. 그는 11년 전 남편과 이혼한 후 딸을 홀로 키웠고, 전남편으로부터는 양육비를 받지 못해 월 100만 원 미만의 기초생활수급비로 생활했다고 한다. 남 씨는 신장병을 앓고 있어 직업을 가지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남 씨는 “얼마 전 전세 사기를 당했고 가까운 가족이란 사람들에게 갖고 있던 현금까지 전부 잃었다”며 “정신을 차릴 수 없어 시골에서 6개월간 은둔 생활을 했다”고 밝혔다.

남 씨는 그러던 중 ‘이러다 딸까지 망치겠다’는 생각에 딸의 고등학교 입학을 준비하고자 18년간 살았던 수원으로 다시 올라왔다고 한다.

남 씨는 “가진 게 없으니 다 큰 딸 데리고 한 평 남짓한 고시원에서 쪽잠 자며 살고 있다”며 “고시원 비용과 아이 고등학교 입학 준비를 하고 나니 주머니에 단돈 1만 1000원이 남는다”고 토로했다.


남 씨가 도움을 청한 글. 수원 지역 맘카페 캡처 


그러면서 “며칠을 고민하다 겨우 싸게 팔아달라는 글을 올렸다. 많이 부끄러웠고, 거지 같았다. 그러나 자식은 먹여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계속 뭐가 먹고 싶다고 말하는 딸을 보니 부끄럽고 창피하더라도 뭔가 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어서 (도움 청하는) 글을 썼다”고 적었다.

남 씨가 맘카페에 글을 올린 뒤 해당 글을 본 맘카페 회원들은 남 씨에게 위로와 응원을 보냈다. 일부 회원들은 남 씨에게 생필품을 전달하기도 했다.

남 씨는 JTBC와의 인터뷰에서 “위로와 응원들이 쏟아졌다. 밥주걱, 프라이팬, 생리대, 아이 스타킹 등”이라면서 “이웃들이 찾아오기 시작했다. 고맙고 미안하고 꿈 같았다. 살면서 누군가한테 이렇게 사랑받는다는 느낌을 못 받고 살았다”고 전했다.

남 씨의 딸은 “도와주신 거 꼭 잊지 않고 세상에 좋은 사람이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감사 인사를 전했다.

최재호 동아닷컴 기자 cjh122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