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 재판서 ‘변심’ 계기 증언 “가짜 변호사 붙인 그날 진실 말해야겠다 결심”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사장 직무대리가 9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의 불법 정치자금·뇌물 수수 관련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뉴시스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사장 직무대리가 9일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를 위해 살아가려고 스스로 세뇌했기 때문에 이 대표의 측근에게 대선 경선 자금을 전달한 사실을 덮으려 했다고 증언했다.
유 전 직무대리는 이날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3부(부장판사 조병구) 심리로 열린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의 2차 공판기일에 증인으로 출석해 “저는 지난 10년간 ‘나는 이재명을 위해서 산다’고 스스로를 세뇌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 때문에 이 대표가 경기도지사 때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2심에서 당선무효형을 선고받았을 때 대법원에서도 패소하면(당선무효형이 확정되면) 광화문에서 분신할 생각까지 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증인이 지난해 11월 5일 이해충돌방지법 위반으로 다시 검찰에 출석해 조사받기 전 진술하고 싶은 내용이 있다며 검사에게 면담을 요청했고, 김용 피고인에게 이 대표의 대선 경선 자금을 전달했다고 처음 진술한 사실이 있나’라는 물음에도 “맞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유 전 직무대리는 이 대표와 민주당 측이 자신에게 ‘감시용 변호사’를 붙였다는 의혹을 거론하며 배신감을 토로했다. 그는 “이재명이 가짜 변호사를 붙인 그날부터 진실을 말해야겠다고 결심했다”며 “의심스러운 부분들이 생겨난 게 변호사 부분이었다. 도무지 날 생각하는 부분이 아니었고 차라리 (변호사를) 보내지 않았다면 지금도 그 상태(세뇌된 상태)에 머물렀을 수 있다”고 진술했다.
앞서 김 전 부원장의 첫 공판에서 검찰은 민주당 측이 유 전 직무대리를 감시하기 위해 변호사를 붙였다는 취지의 주장을 했다. 검찰은 유 전 직무대리가 변호사 선임 의사를 밝히지 않았는데도 김 전 부원장과 친분이 있는 변호사 2명이 연락해왔고, 이들이 민주당 김의겸 의원과 통화한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유 전 직무대리는 이날 “당시 2회 조서까지 묵묵부답으로 일관했지만 얼마 후 변호사 선임 당시 (이재명) 캠프 쪽에서 왔다는 변호사가 계약했는데 상당히 의심스러웠다”며 “재판도 들어오지 않고 접견만 왔고, 제가 느낄 정도로 다른 사람에 대한 저의 정보를 많이 물었다”고 말했다.
유 전 직무대리는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 의혹의 핵심 인물 중 한 명으로 검찰이 이 대표 측근인 김 전 부원장, 정진상 전 민주당 대표실 정무조정실장을 기소하는 데 그의 진술이 중요한 근거가 됐다. 유 전 직무대리는 김 전 부원장과 공모해 대장동 일당에게 정치자금을 수수한 혐의(정치자금법 위반) 등으로 함께 기소돼 재판받고 있다.
이혜원 동아닷컴 기자 hyew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