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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전 민간인 학살 배상’ 2심서 또 다툰다…정부 항소

입력 | 2023-03-09 12:11:00


정부가 1968년 베트남 전쟁 당시 한국군에 의한 민간인 학살 피해를 배상하라는 1심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다.

9일 법조계에 따르면 정부는 베트남전 민간인 학살 사건 피해자 응우옌티탄씨가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심리한 서울중앙지법 민사68단독 백두선 판사(판결 당시 박진수 부장판사)에 이날 항소장을 제출했다.

‘퐁니·퐁넛 학살사건’으로 불리는 이 사건은 1968년 2월12일 베트남 중부 꽝남성에 위치한 퐁니·퐁넛 마을에서 한국군에 의해 민간인 74명이 학살된 일이다. 이 사건은 ‘제2의 미라이 학살’이라고 불렸을 만큼 외교적 논란이 되기도 했다.

당시 8살이었던 응우옌티탄씨는 한국군에 의해 복부에 총상을 입었으며 함께 총격 당한 자신의 가족들도 죽거나 다쳤다고 주장했다.

그는 당시 비무장 민간인이었던 자신과 가족이 살상 피해를 입어 위자료를 구한다며, 어떤 경우에도 무장 군인이 비무장 민간인을 살상해서는 안 된다는 확인을 구하기 위해 2020년 4월 한국 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냈다.

이는 베트남전 당시 한국군의 민간인 학살에 대해 피해자들이 우리나라 정부의 책임을 묻는 첫 법적 대응이다.

재판 과정에서 베트남전 참전 군인, 목격자 등이 증인으로 나섰다. 이들은 일관되게 ‘한국 군인들이 민간인을 살해하는 장면을 목격했다’는 취지로 증언했다.

지난달 1심은 “대한민국 군인들이 작전 중 원고의 가족과 친척들을 위협하고 이들을 사살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이는 명백한 불법행위에 해당한다”며 국가가 응우옌티탄씨에게 3000만100원을 지급하라고 판시했다.

국가 측은 재판 과정에서 “베트남 국민이 직접 한국 법원에 소를 제기하는 건 부적법하다”, “국가 간 상호보증이 인정되지 않을 경우 소의 요건을 갖추지 못한 것으로 보아 각하돼야 한다”는 취지의 주장을 펼쳤다.

하지만 박 부장판사는 국가 측의 주장을 모두 받아들이지 않았다. 또 응우옌티탄씨 측의 주장을 받아들여 대한민국의 국가배상법을 적용해 법리를 해석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1심 판결 후 응우옌티탄씨 측 이선경 변호사는 “(배상) 금액 자체가 크진 않지만 대한민국의 국격을 높인 판결이라고 생각한다”며 “이 판결로 대한민국 국민이란 게 자랑스럽다고 생각한다”고 소감을 밝히기도 했다.


[서울=뉴시스]